공장에서 배출되는 산업폐기물의 처리 문제가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하루 2만5000t의 폐기물이 매립장에 차오르고 있지만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새 매립장은 확보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관리 부실로 매립이 중단되는 매립장도 있다. 이런 상황이면 3~4년 뒤 산업폐기물을 묻을 곳이 없어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산업폐기물 발생 실태와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6일 오전 충북 제천시 왕암동에 있는 산업폐기물 위탁처리업체인 E사의 매립장을 찾았다. 제천1산업단지 옆 계곡에 위치한 1만7000㎡(축구장 넓이의 2.4배)의 매립지 전체가 두꺼운 천막 같은 것으로 덮여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빗물을 빼내기 위해 10여 대의 양수펌프와 굵은 호스가 널려 있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탓에 움푹 들어간 곳에는 탁한 검푸른 빛으로 변한 빗물이 고여 있었다. 천막 아래 20여m 높이로 쌓인 폐기물에서는 악취가 풍겨 나왔다.
동행한 원주지방환경청 임채건 환경관리2팀장은 “매립장을 천막으로 덮은 것이 아니라 에어돔(air dome)이 주저앉은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매립을 시작한 이곳은 커다란 비닐을 씌우고 공기를 불어넣어 에어돔을 세웠다. 에어돔 지붕 안에서 매립하면 먼지와 악취가 퍼지지 않고, 빗물을 막아줘 침출수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매립은 9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8일 제천지역에 18㎝의 폭설이 내렸고,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에어돔 전체가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임 팀장은 “폐기물을 더 매립할 수는 있지만 에어돔을 복구하는 비용만 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현 상태에서 그냥 흙을 덮고 매립을 종료하는 방안을 놓고 회사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시 장동에서는 폐기물 처리업체 B사가 추진하는 매립장(부지 19만㎡)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과 시의회는 “매립장이 들어서면 시민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농업용 지하수와 하천까지 오염시킬 것”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B사 측은 “군 비행장 때문에 아파트를 지을 수도 없는 지역인데 매립장을 건설하면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산시 허관무 재활용팀장은 “매립장 예정지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데다 친환경 쌀 브랜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돼 사업자에게 사업 재검토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폐기물 매립 문제는 ‘시한폭탄’으로 변하고 있다. 환경부 신진수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현재의 추세라면 3~4년 뒤 사업장폐기물 처리에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1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사업장폐기물)은 하루 14만7982t이었다. 사업장폐기물은 일반폐기물(13만7961t)과 독성이 강한 지정폐기물(1만21t)로 나뉜다.
상당량을 재활용하지만 여전히 하루 2만4912t은 땅에 묻히고 있다. 공장에서 자체 매립한 부분을 제외하고도 2011년 한 해 처리업체에 위탁해 매립한 것이 516만t에 이르고 있다.
2011년 말 현재 사업장 일반폐기물을 넘겨받아 매립하는 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시설 용량은 1873만t이다. 2011년 위탁처리해 매립한 양(516만t)을 감안하면 앞으로 매립할 수 있는 기간은 3~4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 폐기물 매립까지는 환경영향평가와 허가 절차, 시설 설치 등 적어도 3년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더구나 현재 바다에 내다버리는 산업폐수처리장의 슬러지(오니)도 앞으로는 육상에서 처리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바다에 버린 산업폐수 오니는 80만t이었다.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 관계자는 “처리시설 부족으로 올해 말까지만 하기로 했던 산업폐수와 슬러지의 해양투기를 2015년까지 계속 해야 할 상황”이라며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는 2016년까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립장이 부족해지면 처리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t당 4만5000원이면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지만 사업자가 자가처리할 경우 비용이 20만원 이상으로 뛸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하고 있다. 또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지정폐기물을 종류에 따라 45~60일 이상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폐기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환경부는 매립되는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폐기물을 매립할 경우 별도의 부담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신진수 과장은 “매립되고 있는 사업장 폐기물의 88%는 재활용·소각이 가능해 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면 매립 폐기물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와 일본에서는 폐기물을 직매립하거나 소각할 경우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 결과 재활용률이 높아지면서 매립 폐기물이 크게 줄었다. 일본의 경우 2001년 산업폐기물 매립 비율이 10.5%였으나 2010년에는 3.7%로 줄었다. 우리나라의 산업폐기물 매립 비율은 2011년 16.9%에 이른다.
하지만 부담금 부과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폐기물 처리업계 관계자는 “부담금 탓에 갑작스럽게 매립량이 줄어들면 폐기물 처리업계의 경영악화로 이어져 매립장이 아예 사라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부담금은 결국 폐기물을 배출하는 생산업체의 부담이 돼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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