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변신’을 시도하다] (2)
기사입력일 : 2014-04-07
#. 무림P&P 울산공장 입구에 들어서면 굴뚝 사이사이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이는 매연이 아니라 공장 안에 있는 열기가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다. 이 공장은 목재칩을 고온.고압으로 증해(삶아 풀어내는 과정)한 뒤 섬유소와 리그닌으로 분리해 각각 펄프와 흑액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지업계가 종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과 에너지를 사용해 공해를 유발한다는 얘기는 이젠 옛말이 되고 있다. 대규모 오·폐수 정제설비를 갖추고 에너지를 일부 자체 생산함으로써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아울러 제지업종 기후변화 대책반을 구성해 오는 2015년까지 온실가스감축정책을 실현하는 데 업계 전체가 올인하고 있다. 그 결과, 제지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1년에는 782만1000tCO2에서 2012년에는 779만4000tCO2로 줄어들었다.
제지연합회 관계자는 "같은 기간 종이 생산량이 237만t 가량 늘어난 것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경영 강화
7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각 제지사들은 오·폐수 방류 원천 차단과 친환경에너지 비중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 2008년 충남 장항공장에 텔레모니터링시스템(TMS)을 구축, 최종 방류수의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 방류되는 수질 측정값은 관련 법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기준인 90PPM 대비 20% 이하 수준인 18PPM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한솔제지가 적용한 폐수 처리 방법은 표준 활성오니법으로 폐수에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 미생물을 배양하고 이때 생성된 활성오니의 강한 흡착력을 이용해 오염 물질을 침전시키고 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활성오니법을 통해 처리된 폐수에 다시 숯(활성탄)을 활용해 오염물질을 흡착하기 위해 고도처리 설비도 구축하고 있다"며 "공장 내 수처리 과정을 거친 물은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펄프와 종이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무림P&P 울산공장은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자체 청정연료로 연간 50만t의 종이를 생산하고 있다. 벙커C유가 아닌 펄프 부산물인 흑액을 연소시켜 에너지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림 관계자는 "펄프의 주원료인 목재칩에서 리그닌과 섬유소를 분리한 뒤 섬유소는 펄프를 만들고 리그닌은 흑액으로 사용한다"며 "연간 72만t에 달하는 흑액을 연소시켜 스팀과 전기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펄프 건조에 사용되던 스팀으로 종이를 건조하기 때문에 종이생산을 위한 추가 연료비는 물론 새 보일러 시설을 도입하지 않아도 돼 품질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간 50만t의 인쇄용지를 건조시키기는 데는 70만t의 스팀이 필요한데 이 스팀을 만들기 위한 별도의 장치와 연료가 필요 없어 연간 500억원가량을 절약, 원가경쟁력이 15%가량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때 저감되는 이산화탄소 양도 약 14만5000t에 달한다. 이는 서울 여의도의 약 6배 면적에 소나무 5200만그루를 심어야만 누릴 수 있는 저감효과와 같다.
한국제지는 온산공장 인근에 위치한 다른 기업들의 잉여스팀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제지용 충전제인 PCC 제조설비를 공장 내 병설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있다.
탄산칼슘 제조분야 선도기업인 스위스 오미아와 합작투자해 건설한 PCC 공장은 생석회와 CO2를 포집하여 주요 원료로 재이용하는 환경 친화적 설비다. 최근에는 울산시 울주군 온산하수처리장에 있는 '유기성 폐기물 바이오 가스화 시설'을 활용, 이곳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분뇨 처리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통해 증기를 공급받고 있다.
■폐지 재활용해 온실가스배출 저감
국내 제지사들은 기후변화대응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환경문제가 글로벌 이슈화되면서 친환경 경영이 수출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는 오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녹색제품 매출 3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저탄소 비전 실현을 위한 노력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 참여 △전 과정 평가를 통한 단계별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제품의 저탄소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환경친화적 설계를 거친 네이처메이드기저귀는 아기 피부가 직접 닿는 안감과 매직벨트 등에서 포장에 이르기까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식물소재를 적용,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했다. 제품에 사용하는 펄프도 전량 지속가능 산림인증을 받은 원료만 구매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전 사업장이 환경경영시스템을 구축, ISO 14001 인증을 획득하고 친환경 제품 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고급인쇄용지로는 국내 최초로 친환경인증을 획득한 '앙코르'를 출시하는 한편 지난해 7월에는 재생원료를 30% 배합해 생산한 △Hi-Q 블루아트·매트 △뉴플러스블루 △블루백상지를 출시했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폐지 1t을 사용해 친환경 용지를 만들 경우 천연펄프로 일반용지를 생산할 때 대비 대기오염 74%, 수질오염 35%, 공업용수 58%가 줄어든다"며 "석유 1500L, 전기 4200㎾, 물 28t, 쓰레기매립지 1.7㎡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0년생 리기다소나무 20그루를 살릴 수 있어 환경보전에 큰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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