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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수(水)치료 특화 WE호텔 개관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 외국에서 소문 듣고 찾아온답니다

Bonjour Kwon 2014. 4. 19. 09:48

2014.04.17

 

“힘을 빼고 몸을 물에 맡겨보십시오.”

 

수(水)치료사의 목소리에 물에 뜨게 하는 부유물에 의지한 환자는 온몸의 힘을 뺀다. 자연스레 배영 자세가 돼 몸이 물 위로 떠오른다. 수치료사는 평소 관절에 문제가 있어 잘 펴지 못하던 환자의 무릎을 조심스레 물속에서 굽혔다 펴기를 반복한다. 여느 건식 마사지에서 들려 나올 법한 신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40여분이 흘렀다. 평소 구부정한 자세에 절뚝거렸던 그 환자는 한결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스파에서 걸어 나왔다. 몽골 국적으로 장기 투숙 중이라는 이 환자는 활력이 돌아왔다며 활짝 웃었다.

 

제주한라병원에서 만든 WE호텔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2007년 기획해 공사기간 3년, 투자비만 500억원을 들여 지었다는 이 호텔. 대지 21만㎡에 건물 연면적 1만6167㎡의 대형 리조트에 객실은 고작 103실에 불과하다. 대신 나머지 공간은 수치료, 건강증진센터, 스파 등으로 가득 채웠다.

 

호텔 대표인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58)은 “이게 바로 차별화 전략”이라고 운을 뗐다.

 

김 원장은 1991년 제주한라병원에 합류한 후 암, 신장, 뇌혈관 이식 등 도민들이 육지에 가야 받을 수 있는 치료들을 선도적으로 도입, 도내 최대 병원(600병상)으로 성장시켰다. 도내 1등 병원이란 명성 이상의 그 뭔가에 목말라할 무렵, 사건이 터졌다. 1996년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차 제주를 방문했을 때 제주한라병원에서 응급의료지원을 한 것이다.

 

“입소문을 얻은 이후 세미나 등에서 쌓은 해외 인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외국 환자를 유치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엔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제주도로 왔을 때 의료지원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이제는 연간 1300명 정도 외국인이 찾는 병원이 됐습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병원 외에 제주도만의 뭔가를 더 환자들에게 안겨줄 게 없는지 주변을 돌아봤다. 제주도는 청정 지역에다 맑은 ‘물’이 강점인데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길로 수치료 선진국인 유럽에 주목했다. 기차만 약 5000㎞를 넘게 타고 다녔다.

 

“이탈리아는 부호들이 이용하는 럭셔리 스파, 스위스에선 의외로 대중탕 같은 친숙한 스파, 체코 등 동구권은 수치료사가 정성으로 치료하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각국 스타일이 달랐습니다. 이를 한국 실정에 맞게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의료관광 차별화 위해 500억 투자

 

수치료 특화 정부 지원도 이끌어내

 

외국환자만 연 1300명 유치 노하우

 

김 원장의 집념에 정부도 힘을 보탰다. 제주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마침 매물로 나온 제주 트레블러스호텔은 주변 주민들이 약수를 떠갈 정도로 물이 좋기로 유명했다. ‘이거다’ 싶었다. 김 원장은 그길로 매입한 후 리모델링 끝에 올해 WE호텔을 선보였다.

 

“수치료는 입욕, 음용, 훈증, 스프레이, 마사지 등으로 요약되는데 마사지 외에는 수질이 정말 중요합니다. WE호텔은 모든 게 갖춰진 천혜의 공간인 만큼 벌써 소문이 나서 해외 고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회원제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국익에도 기여할 겁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