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014.4월23일
서울 이태원 캐피탈호텔이 매물로 나왔다. 또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베스트웨스턴호텔, 대구와 경주의 노보텔과 코모도호텔이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서는 등 특급호텔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주영 한국관광대 이사장 등 캐피탈호텔 주요 주주들은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조만간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 주식은 김 이사장(지분율 28.5%)과 2대주주인 문모씨(26.7%) 등이 보유한 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올림픽 직후인 1988년 9월 특2급(280실)으로 문을 연 캐피탈호텔은 한때 ‘이태원의 랜드마크’로 꼽혔지만 2000년대 들어 서울 곳곳에 비즈니스호텔이 들어서면서 옛 명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이태원에 있는 데다 인근 한남동이 개발되면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고 있어 국내외 부동산펀드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침체에 중저가 비즈니스호텔들과의 투숙객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호텔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 15개 안팎의 특급호텔이 매물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급호텔 매물 리스트에 최근 인천공항 인근에 자리잡은 베스트웨스턴인천에어포트호텔(300실)과 대구백화점 근처에 있는 노보텔 대구(203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터를 잡은 코모도호텔(262실) 등이 추가됐다. 베스트웨스턴인천에어포트와 노보텔 대구의 경우 소유주인 싱가포르계 펀드와 미국계 펀드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코모도호텔은 소유주가 부동산펀드 등에 매각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 있는 특1급 중에선 삼부토건이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놓고 이지스자산운용과 협의 중이다. 가족호텔이지만 특1급 시설을 갖춘 반얀트리 역시 현대그룹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매각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여의도 콘래드호텔과 남산 밀레니엄힐튼호텔도 잠재적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서울시내에서만 특1급 호텔 6개가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서 인증받은 서울 특1급 호텔이 23개인 점을 감안하면 4곳 중 1곳은 매물인 셈이다.
송도 특수를 기대하고 지어진 인천 지역 호텔도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인천 지역에만 쉐라톤인천을 비롯해 하버파크, 베니키아프리미어송도브릿지, 베스트웨스턴인천에어포트 등 4개 호텔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요즘 매물로 나온 특급호텔은 ‘모기업 재무구조 개선용’이거나 비즈니스호텔과의 경쟁에서 밀린 곳이 대부분”이라며 “호텔시장이 럭셔리한 최고급 호텔 또는 가격이 싼 비즈니스호텔로 양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급호텔 매각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숙박 수요가 비즈니스호텔에 집중되고 있는 데다 경기 부진 여파로 컨벤션 및 레스토랑 이용객도 늘지 않고 있어서다. 서부TND가 연내 용산역세권에 3개동 규모의 초대형 비즈니스호텔 건설에 들어가는 등 객실 공급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악재다. 실제 2011년 2만5160실이었던 국내 호텔객실 수는 지난해 3만228실로 불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하수정/오상헌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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