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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상징성·현금회전율 끝났나…'오너 변심' 줄줄이 매물

Bonjour Kwon 2014. 5. 5. 14:29

2014.05.05

 

호텔신라(오른쪽)는 2012년 말 기준으로 면세점 매출이 83.5%로 사실상 유통기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선호텔도 면세점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스포츠서울닷컴DB, 조선호텔 제공

 

[스포츠서울닷컴ㅣ성강현 기자] 국내 특급호텔은 자금력이 풍부한 재벌그룹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특급호텔의 상징성과 현금회전율을 등을 감안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고, 럭셔리한 최고를 지향하며 특급호텔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그런 특급호텔이 줄줄이 ‘매각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대부분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모기업 구하기와 관련이 깊다. 한마디로 ‘모기업 재무구조 개선용’이라는 것. 한쪽에서는 빠른 매각 성사를 위해 알짜를 매물 대상에 올렸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굳이 필요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속내를 정확히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다만 특급호텔을 대하는 대기업이나 오너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급호텔이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매물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 특1급 호텔 4곳 중 1곳 매물로 나왔다

 

최근 대기업이 호텔을 대하는 시선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일부에선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고 거침없이 쏘아붙인다. 요즘 인수·합병(M&A) 시장에는 유독 호텔 매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서울 주요지역에 있는 특1급 호텔 6개가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결과적으로 서울 특1급 호텔이 23개인 점을 감안하면 4곳 중 1곳은 매물로 나온 셈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GS건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현대그룹), 르네상스호텔(삼부토건), 밀레니엄힐튼호텔(CDL코리아), 콘래드 서울(AIG그룹)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특급호텔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호텔을 매물로 내놓은 이유는 간단하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팔려고 내놨다. 문제는 매물은 많지만 사겠다는 이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특급호텔들이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비싼 몸값에 거래됐던 걸 생각하면 그 인기는 한없이 추락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GS건설은 투자자금 확보 등을 위해 파르나스호텔 매각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투자증권과 파르나스호텔 매각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16일 공시했다.

 

GS건설은 파르나스호텔이 시장에서 7000억 원을 매각가로 보고 있지만, 1조 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개 인터컨티넨탈호텔 운영권을 보유 중인 파

 

르나스호텔은 1985년 서울무역협회와 GS그룹의 공동출자로 설립돼 1988년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 1999년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개관했다.

 

◆ 특급호텔 수익성 예전만 못해

 

 

‘대한민국 상위 1% 클럽’을 표방하며 출발한 반얀트리호텔은 불과 5년 사이에 쌍용건설, 현대그룹을 거쳐 세 번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반얀트리호텔 제공

 

2010년 개장 당시 ‘대한민국 상위 1% 클럽’을 표방하며 출발한 반얀트리호텔은 불과 5년 사이에 쌍용건설, 현대그룹을 거쳐 세 번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그룹이 반얀트리호텔을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2011년 1635억원에 반얀트리를 인수한 현대그룹은 비슷한 가격을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삼부토건은 지난해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르네상스호텔(1조1000억 원)을 내놓고 이지스자산운용과 협의 중이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이 당초 예정된 본계약 일정을 지키지 않고 뚜렷한 입장도 내놓지 않아 협상이 흐지부지된 상태다.

 

쏟아지는 매물에 비해 관심이 시들한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체로 일치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새 인수자의 눈높이를 못 맞추는 높은 매각대금이 부담스럽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특급호텔의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호텔의 수익성의 척도인 객실 이용률은 계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연평균 객실 예약률은 과거 3~4년 전보다 10~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해 말 기준 신규 사업 계획이 승인된 호텔이 100개가 넘어 객실 이용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급증도 값비싼 특급호텔의 경쟁력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요즘 매물로 나온 특급호텔은 둘 중에 하나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모기업을 구하기 위한 일환이거나 비즈니스호텔과의 경쟁에서 밀린 곳이다”며 “호텔시장이 최고급 특급호텔 또는 가격이 중저가인 비즈니스호텔로 양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쪽에도 포함되지 않는 특급호텔은 미래가 밝지 않다”고 덧붙였다.

 

◆ 특급호텔이 면세점 강화에 눈길 돌렸다

 

올해 개관 100주년을 맞는 조선호텔은 면세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호텔신라의 면세점 강화에 공을 세운 성영목 당시 호텔신라 사장은 2011년 말 경쟁사인 신세계조선호텔 CEO로 전격 영입됐다. 성영목 사장은 지난 2월 “신세계그룹이 면세점 사업을 뒤늦게 시작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면세점 입찰에 적극 참여하겠다. 역량을 더 키워 해외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면세점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이 면세유통 분야 전문가로 꼽히며 호텔신라에서 능력이 입증된 성영목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호텔신라는 1997년을 기점으로 면세점이 호텔 매출을 넘어섰고, 2012년 말 기준으로 면세점 매출은 83.5%로 사실상 유통기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명문 서비스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이 호텔 사업 영위는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통적인 현금창출원으로 꼽혔지만 지속적인 매출 증진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특급호텔이 면세점 등 다른 사업 부문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급호텔 지배인 출신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특급호텔이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상징성과 현금회전율 등을 이유로 보유하기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낮은 수익성과 치열해진 경쟁 탓에 발을 빼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특급호텔에) 투입 비용 대비 기대보다 수익성이 낮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기업들의 우선 처분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특급호텔의 상징성 등 때문에 보유하는 경향이 흐름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고려 대상이 되지 않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