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선박펀드

美 월가에 소설 '쉬핑맨' 돌풍.최근 헤지펀드 등 해운업 업황반등 전망 2008년 이후 가장 공격적.작년 72억$ KKR2.6억$ 투자

Bonjour Kwon 2014. 5. 6. 11:51

미국에서 최근 초단타매매의 비리를 폭로한 논픽션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가 월가의 화제가 된 데 이어, 이번엔 해운업계를 다룬 소설 ‘쉬핑맨(Shipping Man)’이 투자자들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3년 전 출간 때만 해도 반응이 미미했던 이 책은 갑자기 주목을 받으면서 올해 ‘월가 투자자들이 휴가 때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올랐다고 블룸버그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설 ‘쉬핑맨’이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고객용 보고서, 백만장자 투자자의 연설문, 트레이더들의 콘퍼런스콜, 대학 강의 등 최근 각계각층에서 이 소설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쉬핑맨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를 소재로 한 책. 출간 연도는 2011년이었다. 해운업계가 최악의 불황에 빠져들던 때였다. 소설 속 주인공은 월가 출신 헤지펀드 매니저인 로버트 페어차일드. 그가 이 해운 시장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할 무렵 업계에 입문해 현실을 겪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소말리아 해적을 만나기도 하고, 노르웨이 선박 재벌과 협상을 벌이기도 하는 등 주인공이 세계를 누비는 장면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이 때문에 업계 밖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운업계의 이면을 생생하게 소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이 책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느닷없이 최근 들어 다시 읽히기 시작한 것은 월가 투자자들이 최근 다시 해운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면서부터.

 

2008년 이후 추락을 거듭해온 해운업 업황이 마침내 바닥을 찍고 회복 궤도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업계의 속살을 엿보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미국 사회가 수십년이 넘도록 해운업에 대한 관심을 끊은 탓에, 업계 사정에 해박한 전문가도 드물 뿐더러 업계 내부 사정을 알기 위해 참고할 만한 서적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쉬핑맨’은 올해 ‘월가 투자자들이 휴가 때 읽어야 할 책’으로 부상한 데 이어, 업계 사람들에게 이미 7000권 이상이 배포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매튜 맥클리(41)는 미국 선박금융협회인 마린머니(Marine Money)의 회장으로 1997년 코네티컷 로스쿨 졸업 이후 10년 넘게 해운관련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최근 헤지펀드 등 일부 투자자들은 해운업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토대로 2008년 이후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가령 사모펀드(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이를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투자자)가 지난해 해운업계에 투자한 금액은 72억달러(약 7조4196억원)에 달했다. 이중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은 지난해 2억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마크 라시 애비뉴캐피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해운업계 업황은 바닥을 찍었거나, 바닥에 근접한 상태”라며 “현 수준의 공급 과잉을 감안할 때 해운업계에 투자를 늘리기 딱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업황이 곤두박칠칠 때 해운회사들의 빚을 마지 못해 떠안아야 했던 유럽계 은행들이 이제 부실 지분을 청산하고 싶어한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아직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왔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가령, 벌크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발틱드라이인덱스(BDI·Baltic Dry Index)는 이달 들어 다시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졌다.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렸던 2007년 BDI는 1만선을 웃돌았다. 전성기 때와 비교해 운임이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