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1
한진해운의 LNG선 HANJIN SUR호. 한진해운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국내 해운업계가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에서 일본 등에게 기선을 제압당하며 힘을 잃고 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국내 해운업계가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일본 선사들은 국제 LNG 운송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가스운송 투자하는 日..팔아치우는 韓
1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일본의 3대 선사인 일본유센(NYK), 미쯔이상선(MOL), 케이-라인(K-Line) 등은 잇따라 LNG 운송사업에 대한 투자계획을 밝혔다.
NYK는 최근 2014~2018년 중기 경영계획을 발표하며 총 투자금액 7900억엔 중 LNG 운송사업에 5,300억 엔(5조 4100억 원)을 투자하고 벌크선 및 컨테이너선은 선대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LNG 운반선을 현재 67척에서 2018년 말까지 100척으로 늘리는 반면 컨테이너선은 99척에서 85척, 케이프 사이즈는 126척에서 100척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MOL은 2020년까지 현재 전체 66척의 LNG운반선을 120척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하고, 전체 선대의 9%를 차지하는 LNG 운반선의 비중을 26%까지 늘릴 계획이다. 선박뿐 아니라 LNG-FPSO, LNG-FSRU 등 관련 해양설비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또 MOL은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용으로 최근 5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계획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MOL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26만 3000㎥ 규모의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1척을 발주하기도 했다.
일본 대형 선주사인 K-Line은 2020년까지 20척의 LNG 운반선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K-Line은 작년 상반기 자국 조선사인 가와사키(Kawasaki) 중공업과 18만 2000C BM급 모스형 LNG선 1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일본 석유ㆍ가스 공기업인 인펙스(INPEX)사 및 프랑스의 석유메이저 기업인 토탈사와의 장기용선 계약으로 발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적 선사들은 유동성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득이하게 LNG 사업을 팔아치웠다. 보유한 LNG선은 팔고, 배를 빌려 영업과 운영만 하는 형태로 전환해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현금 마련을 위해 지난주 LNG전용선 사업부를 1조 원에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에 팔았다. 이는 우리나라 LNG 수요량의 20%인 730만 톤을 수송하는 규모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은 LNG선이 포함된 벌크 전용선 부문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미·러 가스 개발 등 해상운송 수요 많아지는데
국내 해운업계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부가 배 고프다고 씨앗을 팔은 셈’이라는 지적이다. 전반적인 해운경기 침체 속에서도 LNG 운송사업은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가스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다.
미국 에너지성은 지난 2월 일본 미쯔이물산 등이 참여해 루이지애나주 캐머런에서 개발 중인 LNG 수출프로젝트를 허가했다. 미국은 LNG 수출을 자유무역협정 (FTA) 체결국에 한정하고 있지만 셰일가스 생산 확대로 FTA비체결국에도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에너지기업 샘프라에너지가 사업주체로 미쯔이물산 외에 미쯔비시상사와 NYK가 참여하고 있다. 20년간 매년 1200만 t가량의 LNG수출을 허가받아 2017년 수출을 시작한다.
또 ‘크림반도’ 문제로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미국은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효과가 러시아에 큰 제재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판단, 유럽에 셰일 가스 수출을 본격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에 대항하기 위해 아시아에 천연가스 수출을 늘려 서방 세계의 경제제재 조치에 대응하려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야말LNG 프로젝트도 국제 LNG 운송수요를 늘릴 전망이다. 야말 LNG 프로젝트는 러시아 민영가스회사 노바텍사가 추진하는 25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개발사업이다.
전형진 해양수산연구원 센터장은 “국적선사들이 현재의 유동성 악화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나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제 LNG 운송시장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선 (wind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