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손 들어준 檢."서울지점 통해 해외채권 판매…부당판매 아니다" 금감원이 고발한 홍콩법인 무혐의

2014-05-14 02:05:36 2014-05-14 A25면

 

징계 받은 서울지점 논란 될 듯

▶마켓인사이트 5월 13일 오후 4시 45분

 

금융감독원이 해외 채권 부당판매 혐의로 고발한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금감원이 “홍콩법인의 불법행위를 도왔다”며 서울지점 및 최석윤 한국 공동대표를 징계한 것에 대해 이의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13일 ‘국내 영업을 인가받지 않은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이 2012년 10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국내 연기금 및 보험사 등에 11억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공기업 채권(1MDB)을 직접 판매했다’는 금감원의 고발에 대해 ‘혐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퇴짜’를 놓은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1MDB 채권을 매입한 국내 연기금 및 보험사를 조사한 결과 이들 회사가 국내에서 인가받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을 통해 적법하게 해당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했다. 자본시장법은 해외 금융상품을 판매할 경우 반드시 국내에서 인가받은 법인을 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이 서울지점을 통하지 않고 직접 1MDB 채권을 판매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홍콩법인이 채권 판매 수수료를 모두 챙기고, 서울지점에는 소정의 인건비만 지급했다는 게 불법판매의 근거였다. 이와 함께 홍콩법인의 불법판매를 도운 혐의로 작년 말 골드만삭스 서울지점과 최 대표도 징계하기로 했다.

 

골드만삭스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앞세워 금감원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가 논의될 때부터 세계 최대 IB와 한국 감독당국 간 대결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간 갈등으로 비화됐고, 이 과정에서 ‘미국 고위관료 개입설’ 등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3일 내려진 제재 수위는 금감원의 당초 계획보다 낮은 ‘기관주의’(서울지점) 및 ‘주의적 경고’(최 대표)로 하향 조정됐다.

 

그러나 검찰이 홍콩법인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리면서 이마저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범’이 범죄 혐의에서 벗어났는데, ‘공범’을 처벌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등은 이달 말까지 금감원에 이의신청을 낼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은 국세청이 벌이고 있는 골드만삭스 세금 탈루 조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은 골드만삭스가 홍콩의 법인세율(16.5%)이 한국(24.2%)보다 낮은 점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수수료를 홍콩법인에 몰아줬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서울지점을 통해 채권을 팔았다면 당연히 서울지점에 적정 수수료를 줘야 하고, 서울지점은 관련 세금을 내야 한다”며 “다만 1MDB 채권의 판매수수료가 크지 않았던 만큼 골드만삭스가 세금을 아끼기 위해 고의적으로 홍콩법인에 수수료를 몰아준 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