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4-05-18 18:06 0
짐 체이노스 회장
"베이징ㆍ상하이를 조금만 벗어나도 텅빈 빌딩들로 가득찬 유령도시들이 즐비하다."
세계 최대 공매도 헤지펀드인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인 짐 체이노스 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스카이브리지대안투자(SALT) 콘퍼런스 현장에서 "중국 경제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직전 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년간 중국 경제 비관론을 펼쳐 온 체이노스 회장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주요 도시에서 주택 거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중국 부동산 거품이 얼마나 심각한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최근 리서치팀을 중국에 보내 주요 도시 인근에 위치한 위성도시를 방문해 실태 파악을 해보니 건물만 있고 거주하는 사람은 없는 유령도시들이 대거 자리 잡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품 붕괴로 중국 부동산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중국 가계가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부동산 시장 둔화세가 본격화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전국 70개 주요 도시 중 지난달 신축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한 곳은 44곳이다. 이는 지난 3월 전월 대비 가격이 상승한 도시가 56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2곳이 줄어든 것으로 2012년 10월 이후 18개월래 가장 낮은 수치다.
체이노스 회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거대한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에 돈을 대주고 있는 금융 부문을 보면 중국 경제가 지옥으로 가는 트레드밀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도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제 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이 이끌었던 '석유방'에 대한 조사가 확대되면서 쉬융성 국가에너지국 부국장(차관급)과 바오치량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부총재도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부패 척결 바람이 불면서 호텔, 사치품, 부동산 시장이 이미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게 체이노스 회장의 설명이다. 체이노스 회장은 "앞으로 부패 척결의 거센 바람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자금 부분에 맞춰질 것"이라며 "마카오가 다음 부패 척결 대상 지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경제 개혁에 나선다면 마카오도 손을 대야 하고 결국 마카오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마카오는 도박산업이 활성화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했지만 불법자금 세탁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체이노스 회장의 극단적인 비관론과는 달리 SALT 콘퍼런스에 함께 참석한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전 회장은 여전히 중국이 투자처로서 유망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닐 전 회장은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실제로 앞으로 내년이나 내후년께 중국 경제성장률이 7.5% 아래로 떨어져 최저 6.5% 선까지 밀릴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닐 전 회장은 "최근 10년간 중국은 브릭스 국가 중 유일하게 나의 성장률 기대치를 넘어선 나라"라며 "중국 정부는 외부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경제 개혁ㆍ변화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 정부가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부러 산업생산량 증가 규모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체이노스 회장은 포럼 현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아시아 경제에 가장 위협이 되는 위험한 인물로 꼽아 관심을 끌었다. 그는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중국이 아니라 일본에 있다"며 "어떤 중국 리더들보다도 일본을 재무장시키려는 아베 총리가 정치ㆍ군사적으로 아시아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 = 박봉권 특파원 /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