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파전으로 가나
기사입력 2014-06-05
DGB금융지주 인수 검토 속에 BS금융지주도 관심 / 차 할부금융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 ‘가격’이 변수
캐피탈업계 시장점유율 2위 업체인 아주캐피탈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달 중순 국내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전략적투자자(SI) 및 재무적투자자(FI)에게 입찰안내서(Teaser Letter)를 발송했다. 예비입찰은 이달 중순께 구속력이 없는 넌-바인딩(Non-Binding) 형태로 실시된다. 예비입찰 마감이 10여일 정도 남겨둔 시점에 지방금융지주회사인 DGB금융지주가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가운데 BS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은 시장에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아주캐피탈의 자산규모가 5조원대로 덩치가 큰데다, 수익성 지표들 역시 비교적 괜찮아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M&A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인수 가격에서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업황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이미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한 자동차금융자산 비중이 높다는 측면에서 M&A가격의 변수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
◇ 10여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온 업계 2위 캐피탈사
현재 매물로 나온 아주캐피탈은 국내 캐피탈사들 가운데 현대캐피탈 다음으로 자산 규모가 큰 관계로 누가 인수하든 업계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아주그룹은 지난 2005년 1275억원에 대우캐피탈을 인수해 사명을 아주캐피탈로 바꿨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자동차금융이다. 신차 할부금융과 오토리스 등 자동차금융자산이 관리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상회하는 등 자동차금융 위주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주 사업 리스크는 낮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분기에는 매각 이슈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지난 3월말 기준 신규 취급실적은 7657억원을, 영업이익은 2013억원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73억원을 기록했다. <표 참조>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변동성에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결과 1분기 연체지표가 개선돼 대손비용이 줄어든 만큼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오토 및 개인금융 리스크 관리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채권센터를 전문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아왔다. 주력분야인 오토금융에서는 한국GM 쉐보레 외에 포드·혼다·폭스바겐·재규어 등 수입차 제휴사를 다변화해왔다. 또한 중고 승용차 및 개인금융 다이렉트 영업 확대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 아주캐피탈은 정말로 매력적인 매물 맞나
아주캐피탈의 이 같은 실적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캡티브 마켓이 없다는 점은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업계 내 압도적 1위인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를, RCI파이낸셜코리아는 르노삼성차를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한국GM 할부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른다. 전체 자산 비중에서 한국GM이 차지하는 비중도 4%에서 15%로 늘어났다. 쌍용차 할부금융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다만 한국GM과 쌍용차는 아주캐피탈 외에도 KB캐피탈, 하나캐피탈, JB우리캐피탈, BS캐피탈 등 은행계 캐피탈과 제휴를 체결하고 있어 한국GM과 쌍용차가 캡티브 마켓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한국GM과 쌍용차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감소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내수시장에서의 장악력은 확고하다. 거기에 수입차 증가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12%를 넘었다. 2016년에는 2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한국GM의 경우 본사 측은 부인하지만 한국 철수설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GM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유럽에서 팔리는 쉐보레 브랜드의 90%를 한국GM이 만든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 반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 철수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최근 쌍용차는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1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현대·기아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들 자동차메이커의 주력 할부금융사인 아주캐피탈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자동차할부금융의 수익성이 줄어드는 것은 시장 포화상태에 이른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현대캐피탈의 시장지배력은 공고하다. 은행계 캐피탈사들의 수익성은 다소 낮지만 리스크가 적다는 이유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수입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BMW, 폴크스바겐 등 수입차 업체들은 자체 할부금융사를 설립하면서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은 업계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다. 할부계약금액의 1.5~4.5% 상당을 고객으로부터 선취하던 취급수수료가 지난 2013년 3월부터 금감원의 지도로 금지된 것도 업계의 수익성에 압박을 주고 있다. 취급수수료가 폐지되면서 각 자동차 판매사는 제휴캐피탈사와 약정 금리를 상향조정했다. 약정 금리의 상향수준이 취급수수료 상실분에 미치지 못하면서 캐피탈사의 할부금융 영업은 마진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A자동차회사와 제휴 캐피탈사는 취급수수료 폐지 이후 정산 금리를 1.3%p 상향조정했는데 제휴 캐피탈사에는 할부계약 기간 및 선수율 등에 따라 약 1~2%p 상당의 금리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신평 권대정 연구위원은 “자동차할부금융은 안정적인 취급액 확보가 가능하고 대손율이 낮다는 이점이 있으나, 마진이 박해 총자산순이익률(ROA)이 1% 이상을 넘기 어렵다”며 “할부영업에서 취급수수료폐지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런 타이트한 수익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인수 후보군으로 캐피탈사 보유한 지방금융지주사 거론
이번 매각대상은 아주산업과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아주캐피탈 지분 74.16%다. 3일 종가(6,050원) 기준으로 보유 지분 가치는 2,581억원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인수 경쟁이 불붙으면 3,000억~4,000억원까지 가격이 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대주주인 신한은행이 지분 12.85%에 대한 동반 매도권(Tag along)을 보유하고 있어 권리 행사여부에 따라 변동가능성도 있다.
현재 M&A시장에서는 인수 후보군으로 캐피탈 계열사가 상대적으로 약한 금융지주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왜냐하면 아주캐피탈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5조3,001억원의 자산을 보유해 현대캐피탈(자산규모 22조6,822억원)에 이어 업계 2위로 평가된다. 만약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롯데캐피탈(4조4613억원)과 현대커머셜(4조3111억원)을 밀어내고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DGB금융지주가 가장 먼저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DGB금융지주는 지난달에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로부터 비밀유지협약(CA)을 맺고 투자안내서(IM)를 받았다. DGB금융은 아주캐피탈 인수과정에서 가치평가와 법률자문을 위해 삼일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한 상태다. 총자산 기준 업계 2위인 아주캐피탈을 인수해 업계 10위권 밖인 DGB캐피탈과 통합해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DGB금융지주의 적극적 행보에 자극을 받은 BS금융지주의 참여 가능성도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BS금융지주가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경우 자회사인 BS캐피탈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3월말 현재 BS캐피탈의 자산규모는 3조494억원이다. 이밖에도 국내외 사모펀드(PEF) 2곳 이상이 이번 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M&A시장 관계자는 “만약 BS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결국 딜은 DGB금융지주와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단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DGB금융지주 등 일부 투자자업체는 이달 중순쯤 예비입찰에 참여해 실사까지 진행해 본 뒤 인수 의사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캐피탈 마켓이 불황을 겪고 있어 알짜 매물임에도 불구하고 매각 흥행이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캐피탈업계 상황 등을 감안하면 매각이 흥행할지, 또 회사 측이 기대하는 금액만큼을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