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코 주가 현대제철 앞지르기도
해외 시장 철강 유통사업 성장 덕분
자원개발·연료전지 미래가치는 ‘글쎄’
2014.4
현대하이스코는 지난 1분기 ‘깜짝’ 성적표를 내놓았다. 1분기 영업이익만 9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2억원)보다 무려 130%가량 늘었다. 매출도 1조67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가량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시아, 유럽, 미국 등 해외 법인 매출액이 급증하며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증권가에선 현대하이스코 1분기 실적이 예상치보다 25%나 웃돌았다고 호평했다.
현대하이스코 실적이 좋을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말 핵심사업부인 냉연제품 제조, 판매부문을 현대제철에 분할해 넘긴 만큼 외형 감소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냉연부문이 포함된 현대하이스코의 2012년 매출액은 8조4051억원이었지만 냉연부문을 털어낸 지난해 매출은 4조461억원으로 급감했다. 사실상 매출이 반 토막 난 셈이다.
그럼에도 연초부터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해외 시장에서 철강 유통부문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 덕분이다.
현대하이스코는 세계 주요 지역에 11개 해외 스틸가공센터를 보유했다. 이곳에선 현대차, 기아차 해외 공장에 필요한 자동차용 강판을 현대제철로부터 수입하거나 현지에서 구매해 두 회사에 납품한다. 모기업인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현대하이스코 해외 법인 수익성이 덩달아 좋아졌다는 얘기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하이스코 실적은 한마디로 ‘서프라이즈’ ”라며 “해외 법인 영업이익률이 7%를 웃돈 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해외 사업 덕만 본 건 아니다. 지난해 1분기 33억원 적자를 본 강관(석유, 가스 수송 파이프라인에 쓰이는 제품)부문에서도 올 1분기 58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턴어라운드했다.
당연히 주가는 상승세다. 현대하이스코 주가는 냉연부문 분할 이후 주식 거래가 재개된 1월 24일 4만14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새 7만원을 넘어섰다. 5월 22일 기준 7만400원으로 지지부진하던 현대제철 주가(6만9300원)까지 앞질렀다.
박기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지역 해외 법인이 급성장한 데다 국내 강관부문 가격 경쟁력도 좋아졌다. 재무구조도 탄탄해 올해도 실적, 주가 모두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현대제철은 이름값을 못 했다. 현대하이스코로부터 핵심사업까지 넘겨받았지만 좀처럼 양호한 지표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올 초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 내수용 강판 가격 협상을 벌여 자동차용 강판 공급가격을 t당 8만~9만원씩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에 납품하는 강판 가격을 3월 8만원, 4월 1만원씩 연달아 내렸다.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출하량이 전체 강판의 30%를 웃도는 걸 감안하면 타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 1분기 영업이익은 233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는 올랐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9% 넘게 떨어졌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가뜩이나 철강 시장이 공급과잉에 시달리는데 강판 가격이 떨어질 경우 올해 현대제철 영업이익은 기존 예상치(1조3000억원)보다 20%(2600억원) 이상 줄어들 우려가 크다. 연내 현대·기아차와 다시 한 번 자동차 강판 가격을 협상할 건데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실적 개선은 물 건너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용등급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현대제철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은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현대제철의 무디스 신용등급은 ‘Baa3 부정적’인데 이보다 더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면 현대제철은 ‘투자 부적격 대상’으로 전락한다.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이 오히려 현대제철에 악재가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쇳물에서 자동차 강판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지만 대부분 자동차 강판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면서 그룹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자칫 자동차 시황이 악화되면 사업 전체가 휘청거리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
표정이 180도로 엇갈린 형님 현대제철과 동생 현대하이스코는 앞으로 장밋빛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일단 시장 우려를 벗어낸 현대하이스코는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때는 아니다. 해외 법인과 강관 사업에 기대 좋은 실적을 냈지만 거기에만 의존하기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차량 경량화, 연료전지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적표를 내놓지 않으면 성장세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난해 말 ‘4대 미래 먹거리’로 해외 철강 가공, 경량화 차부품, 고부가가치 강관, 해외 자원개발을 내세웠다.
일단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차량 경량화 제품 공장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충북 예산산업단지 내 차량 경량화 제품 생산설비인 ‘핫스탬핑’ 설비를 기존 4기에서 8기로 증설한다. 핫스탬핑 공법은 뜨거운 상태의 철강소재를 마치 도장 찍듯 프레스로 성형한 뒤 냉각시키는 공법을 말한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차량부품 부문에서 2조2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이 부문 매출이 1000억원가량으로 전체 매출의 2.5%에 불과한 수준이라 아직 갈 길은 멀다는 평가다.
연료전지 사업에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난 4월 미국 연료전지 전문업체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차량용 수소연료전지 제품 개발, 판매에 나설 예정이지만 시장 기대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차 사업에 나서는 만큼 부품사인 현대하이스코도 수혜를 입겠지만 매출에 기여할 만큼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뉴질랜드 타라나키 석유자원, 멕시코 볼레오 광물자원 개발 사업 역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현대하이스코 해외 사업이 계속 승승장구할지도 의문이다.
“현대하이스코 실적이 좋아졌다지만 어디까지나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 성장세에 따른 구매대행 사업 덕을 봤을 뿐이다.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 증설이 주춤하거나 현대·기아차가 철강 유통 판매마진을 줄이라고 강요하면 현대하이스코 실적은 단숨에 꺾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자생적인 신성장동력 사업을 얼마나 빨리 키우느냐가 관건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전망 자체가 그리 밝지 않다. 현대하이스코와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높은 게 독이다. 현대·기아차가 자동차 강판 판매가격을 계속 낮추면 넋 놓고 실적 악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재무구조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총 차입금은 12조7004억원으로 2009년(6조3393억원) 대비 2배가량 늘었다. 고로 1~3기를 건설하기 위해 9조5000억원가량 투자비를 지출한 결과다.
“철강 시장이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데다 제품 판매가격까지 떨어지면서 현대제철 입장에선 도무지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냉연부문 인수로 부채비율은 줄었지만 재무구조가 확실히 개선되려면 보다 강력한 자구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 얘기는 씁쓸한 현대제철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9호(05.28~06.0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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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해외 자원개발 `드라이브`…그룹 조직 신설·전문가 영입
건설도 TF팀 구성…제철·자동차 시너지
정 회장은 해법으로 자원개발을 제시했다. 예컨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서 광산을 개발하고,이와 연관된 플랜트 등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도 함께 따내는 전략이다.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건설은 이달 초 사내의 자원공학 · 지질학 전공자들을 모아 자원사업을 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현대건설 자원확보전 가세
현대차그룹이 자원확보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 내 미래전략본부에 자원개발팀을 만들었고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건설까지 가세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도 원료 확보를 위해 해외 광산 투자에 힘을 쏟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셈이다. 철광석 등 원료에서부터 중간재(철강),최종 완제품(자동차 · 건설)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의 사슬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의 요즘 행보를 보면 자원개발과 관련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만 해도 올초 삼성물산 상사 부문 출신의 전문가를 미래전략본부 소속으로 영입했다. 투자 전략,인재 영입 등 자원 부문에 뛰어들기 위한 밑그림을 짜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도 뛰어들었다. 전무급이 이끄는 TF팀을 만들고,이달 초엔 사업목적에 자원개발을 추가했다. 호주의 자원개발전문업체인 BHP빌리턴 한국 지사 임원 등 전문가들을 초빙해 세미나도 가졌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시장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선 가장 적절한 수단이 자원개발이라는 점에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광산을 개발하면 그와 관련해 인프라건설이 필요할 것이고 더 나아가 배후도시를 전체적으로 설계하는 일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종의 동반진출형 자원개발 전략"이라고 평했다. 국내에선 STX그룹이 이 같은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가나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짓기로 한 STX건설을 통해 가나의 자원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STX의 셈법이다.
◆자동차 경쟁력 철광석이 좌우
현대차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물량공세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삼성,LG,SK그룹이 각각 삼성물산,LG상사,SK네트웍스 등 계열 종합상사를 통해 오래 전부터 전 세계에서 원유 · 가스 · 광물 등의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데 비해 현대차그룹은 외환위기 당시 현대종합상사를 계열 분리하면서 자원분야에선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광산을 보유한 계열사로는 현대하이스코가 유일하며 구리 광산 한 곳에 지분 투자를 해놨을 정도다.
특정 계열사에 자원개발 임무를 맡기기보다는 계열사들이 함께 뛰면서 가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전략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시너지도 상당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초 자원전문기업인 현대자원개발을 신설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찾아와 상호간 협력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기 위해선 자원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자원확보전에 투입하는 이유로 꼽힌다. 현대제철만 해도 철강제품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경쟁사인 포스코의 자원 자급률은 30%가량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 산업팀장은 "자동차가 가격경쟁력을 갖추려면 원자재인 철강제품을 값싸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철광석 등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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