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운용.펀드시장

회사채집중펀드, 50조짜리냐 1조짜리냐

Bonjour Kwon 2011. 1. 10. 15:07

"신용등급 받은 펀드에 기관·리테일 투자 유도해야"2011.01.10

정부가 회사채 집중투자펀드(이하 집중펀드)를 키우겠다고 나섰다. 대기업만 가능한 회사채 발행을 중견·중소기업으로 넓히고 기관투자가와 소액투자자에게는 보다 효율적인 채권 투자수단을 제공해 회사채 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대형 회사채펀드의 탄생은 정부와 금융업계 모두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난 2004년과 2007년 등 몇 차례의 회사채 펀드 육성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 역시 원론은 좋지만 세부 실행방안에 따라 지난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의 여건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좋아 몇 가지 걸림돌만 해결된다면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 중 핵심은 어떻게 하면 기관투자가와 리테일채권시장의 투자자들을 회사채펀드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 여부다.

◇ 금융위, 회사채집중펀드 육성계획…1조원 vs 50조원?

회사채 전용펀드 육성방안은 금융위원회가 올해 청와대에 제출한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다. 장기 회사채의 발행·투자에 인센티브 제공해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자금 지원을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장기·고수익채권의 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회사채 전용펀드 육성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일정요건을 갖춘 공모펀드를 회사채 집중투자펀드로 지정하는 방법"을 예로 들었다.

금융위가 예시한 지정요건은 ①공모펀드, ②규모, ③회사채 편입비율, ④장기투자 등이다. 이 중 ①~④는 사실상 ⑤세제지원의 요건으로 해석되며 ⑥펀드신용평가와 ⑦규제완화 검토까지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투자의 윤영환 위원은 회사채 집중투자펀드의 도입 방식에 따라 수탁고가 1조 원에서 그칠 수도, 50조 원으로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잘 만들기만 하면 30조 원 규모의 리테일채권시장 수요를 끌어들이고 기관투자가와 펀드의 사모·단독·단기·레이싱 위주의 투자를 흡수해 대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단지 개인투자가의 세제혜택에만 의존하는 꼴이 되어서는 2007년 고수익고위험의 실패를 재연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50조의 조건…새로운 발상의 세제지원, 펀드신용평가

집중펀드의 성공조건으로 다섯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거액 저단위의 세제지원으로 개인 자산가의 참여 유인 제공 △크레딧 리스크 관리의 합리화(최저투자등급 기준을 펀드신용평가로 대체) △펀드의 공모/대형/장기화를 통한 다양한 투자자의 참여 유도 △증권과 운용의 공조 유도(실질적으로는 증권사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펀드관련 규제의 합리적 조정(환매연기 사유, 이해관계인과의 거래)가 이에 속한다.

이중 세제지원 방식의 전환은 지난 2007년 고수익고위험 펀드의 실패를 교훈삼은 지적이다. 당시 고수익고위험 펀드는 정크본드 10%와 1년 이상의 장기투자만이 세제지원 요건이어서 펀드 난립과 왜소화로 이어졌고, 회사채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결국공모펀드, 대형펀드(수탁고 5000억 원 이상)를 세제지원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회사채 편입비율은 50~60% 정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투자 요건은 통상 1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액 자산가의 참여는 집중펀드 성패의 중요한 요인이므로 '10억 원 이하 분리과세' 등의 정책도 제안됐다.

윤 위원은 "집중펀드는 서민가계의 재산형성 지원이 아니라,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지향한 정책"이라며 "종래의 소액 비과세 정책을 답습하기 보다는, 거액 분리과세를 채택하여 개인 자산가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대형 회사채 펀드를 만들려면 기관투자가가 참여해야 한다. 기관투자가를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A급 이상 회사채만 투자 가능하게 돼 있는 경직적인 가이드라인을 허물어야 한다. 결국 기관이 신용위험을 부담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펀드신용평가의 도입이다.

예를 들어 대형 펀드를 만들더라도 펀드가 BBB급 이하 채권에 투자할 수 없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반면 기관투자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은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꾸면, AAA급 회사채와 BB급 회사채를 적절히 섞어 기관이 투자할 수 있는 등급의 펀드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우선 기존 표준약관의 최저투자등급 기준(BBB-)을 펀드의 최저신용등급(BBB-)으로 대체하는 방법이 제안됐다. 펀드신용등급은 일반 수익자뿐만 아니라 기관과 Fund of funds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도 적합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이다.

펀드신용평가는 지난 2009년 4월 관련법 개정으로 제도적 기반은 갖춰놓은 상태다. 법규나 평가기술 측면에서는 걸림돌이 없다.



◇ 50조의 조건…QIB, 증권·운용 협력, 환매연기 기준 등 규제 완화

집중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가지 규제 완화와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적격기관투자자 제도(QIB)와 이해관계인 거래 규제 완화, 펀드 환매연기 기준 완화 등이다.

QIB제도는 회사채집중투자펀드와 마찬가지로 금융위가 추진하는 올해 중요한 프로젝트. '고위험의 유동성이 낮은 증권’을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만 거래할 경우, 발행기업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과하는 각종 공시의무를 정책적으로 완화해주는 제도로 이르면 2011년 하반기 시행될 예정이다.

QIB제도는 결국 하이일드채권에 대한 발행과 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지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국내에 하이일드채에 대한 수요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채집중투자펀드를 QIB로 인정해 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관투자가는 A급 펀드에 투자하고, QIB로 인정받은 펀드는 BB급 채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결정적으로 회사채펀드는 증권사와 공조 없이는 성공이 불가능하다. 증권사가 펀드를 팔아주고 펀드가 투자할 회사채를 IB부서에서 공급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의 리테일 채권판매가 급성장하면서 회사채 유통망에서 펀드는 빠지는 추세다. 증권과 운용 사이에 이해상충이 없음을 검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한 대목이다.

펀드의 환매연기를 일정 수준까지 유예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한금융투자 윤 위원은 "하이일드는 부실화 가능성도 높지만, 부실채권 시장이 없어 정리에도 시간이 걸리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유가 있을 때마다 기계적으로 환매연기를 적용하면 펀드의 하이일드 투자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펀드의 하이일드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일정한 수준까지는 환매연기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