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운용.펀드시장

헤지펀드형 공모펀드에 돈 몰린다 매경 2011.05.26

Bonjour Kwon 2011. 5. 26. 18:04

"대박보단 시장금리 이상이면 충분"
`스마트알파` `키움장대…` 펀드 인기

 

"크게 안 먹어도 좋다. 꾸준하게 시장금리 이상 수익만 내 다오."

50억원대 금융자산가인 A씨는 20~30%대 고수익률을 자랑하는 압축형 펀드나 자문형 랩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쉽게 오른 만큼 조정장에서 낙폭도 클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재테크 목표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은행 금리 이상 수익률을 내는 것이다. 이런 펀드가 있다면 당장에라도 돈을 넣을 용의가 있다.

연초 후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면서 시장 등락에 영향을 덜 받고 꾸준한 수익을 내는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이와 비슷한 운용전략을 통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공모형 펀드들이 인기다.

2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푸르덴셜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스마트알파` 펀드 설정액은 연초 686억원에서 지금은 2068억원으로 늘었다.

채권혼합형인 이 펀드는 전체 자산 중 70~80%를 채권에 투자한다. 주요 편입 대상을 국공채와 우량 회사채에 집중해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나머지 자금은 헤지펀드 기본 전략 중 하나인 `롱쇼트` 방식에 따라 운용한다. 푸르덴셜운용의 계량적 모델(퀀트)을 활용해 전망이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주식은 차입매도(쇼트)하고 이 자금으로 전망 개선이 기대되는 주식을 매수(롱)하는 방식이다. 퀀트 기법의 롱쇼트 펀드는 스마트알파가 국내 최초다.

이 펀드는 연간 목표수익률을 7%로 잡았으며 시장금리를 2~3%포인트 상회하는 수준이다. 고수익 추구와는 거리가 있는 이 펀드에 연초 후 1300억원 이상 자금이 몰린 것은 투자자 관심이 `대박`에서 `안전`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적인 목표수익률에도 실제 수익률은 시장을 크게 앞서고 있다. 연초 후 수익률이 4.13%로 동일 유형인 국내혼합형(1.35%)이나 국내주식형(1.27%) 평균을 앞질렀다.

비슷한 맥락에서 또 하나 주목할 펀드가 `키움장대트리플플러스`다. 이 펀드 역시 연초 설정액 108억원에서 지금은 494억원으로 5배 가까이 몸집이 불어났다. 국내 공모주 투자와 함께 롱쇼트의 일종인 `페어 트레이딩`을 전략으로 채택했다. 페어 트레이딩은 동일 섹터에서 고평가주를 팔고 저평가주를 사는 전략이다. 기업 분할과 인수ㆍ합병, 자사주 매입 등 기업 내용에 미칠 영향이 큰 사건을 미리 예측해 투자하는 `이벤트 드리븐`도 주요 구사 전략 중 하나다. 역시 헤지펀드가 주로 활용하는 투자기법이다.

김지훈 키움자산 운용본부장은 "한 가지 전략만으로는 시장 상황 변화에 상관없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며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헤지펀드 투자전략을 적극 채택했다"고 말했다. 키움자산운용은 이 펀드 운용을 위해 미국 헤지펀드 운용 경력이 있는 펀드매니저 2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 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3.52%로 역시 시장 평균을 앞서고 있다.

이처럼 헤지펀드 전략을 추구하는 공모형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절대수익`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김범희 푸르덴셜자산운용 AI본부장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고수익보다는 현재 자산을 지키는 데 관심이 높다"며 조정기 장세 때 두드러진 투자자 특징으로 △시장 등락과 무관한 낮은 변동성 추구 △정기예금 이상 채권 수익률+α 추구 △장기투자 등을 꼽았다. 아직 헤지펀드가 본격 도입되지 않은 시점에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보수적 투자자들이 헤지펀드 대안으로 이들 공모펀드에 투자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공모형 펀드와 헤지펀드가 합쳐졌을 때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도 장점으로 꼽힌다. 공모형 펀드는 운용 정보 투명성, 설정과 환매의 용이성, 낮은 펀드 비용에다 소액 투자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헤지펀드는 특화한 운용 전략, 적극적인 리스크 헤지, 플러스 알파 수익 창출, 다양한 자산 투자가 가능하다.

헤지펀드 전략을 추구하는 공모형 펀드는 운용 투명성과 편의성을 확보하는 한편 시장 등락 영향을 줄이면서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기존 사모 재간접 헤지펀드에 비해 운용 보수가 낮고 최소 투자금액이 낮아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