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향>**********/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 불황의 파고 넘을까

Bonjour Kwon 2014. 6. 21. 10:21

 

 

회사채 발행 최적기, 물량 폭발 예고…실적 개선이 관건.

 

이 기사는 2014년 02월 24일 09: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최고의 선박 건조능력을 보유한 조선 전문 그룹이다.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도 글로벌 최상위권의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조선 3사의 막강한 사업경쟁력은 계열 전반의 신인도를 받치고 있는 든든한 배경이었다.

 

그러나 조선업황 장기 부진의 파고는 세계 1위 조선그룹에게도 넘기 힘든 고난이었다. 불황 초기 저가 수주한 물량의 건조와 인도가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위기 타개를 위해 고부가 선종 수주에 주력하고 있지만 실적 반영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결제방식의 헤비 테일(Heavy Tail)화가 심해져 당장의 현금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추진한 인수합병 전략도 양날의 칼로 돌아왔다. 정유, 자원개발, 태양광, 풍력발전 등 이종산업에 진출해 조선업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키운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 하이투자증권 등 초대형 매물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입했다. 각종 M&A의 시기가 조선업 불황과 겹쳐 재무 부담이 더욱 커졌다. 대부분의 자금을 기업어음 등으로 마련해 조달 구조가 단기화한 점도 신용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 현대중공업, 역대 최대 청약..흥행 지속 관건은?

 

세계 최강의 조선그룹이 국내 회사채 시장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그룹 맏형인 현대중공업이 최근 2년의 공백을 깨고 5000억 짜리 빅딜(Big Deal)을 성사시키며 선두에 섰다. 조선업 불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잠재 빅 이슈어(Big Issuer) 후보로 꼽힌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투자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의 조달 확대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 상황 역시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모처럼 찾은 회사채 시장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환대를 기관투자가로부터 받았다.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은 수요예측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인 1조 2600억 원에 달하는 기관 신청으로 이어졌다.

 

공기업 채권의 공급량 감소가 우량 회사채에 대한 수요 증가로 나타났다. 주식·부동산시장의 침체도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을 유입하고 있다. 조선업 장기불황으로 현금 과부족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에게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인식될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올해 채권 발행량이 역대 최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자체적인 자금 수요도 큰 편이다. 조선업황 부진으로 현금흐름이 저하된 지 오래여서 당분간 외부조달 확대가 불가피하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기점으로 급격히 늘어난 기업어음의 만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기업어음 잔액은 1조 6500억 원(20일 기준)에 달한다. 전량 올해 안에 만기도래한다. 현대삼호중공업도 1조1100억 원에 이르는 기업어음 미상환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연내 도래하는 물량은 2300억 원어치 정도다. 나머지도 향후 1~2년 내 상환기일을 맞아 차환을 미리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어음의 경우 장기물이라 할지라도 공모채에 비해 안정성이 한참 떨어진다. 만기가 길어야 2~3년으로 상대적으로 짧다. 기업어음 규제 이후에는 발행 여건도 전만큼 좋지 않아졌다. 수요 기반 측면에서도 공모 회사채에 비해 취약성을 드러낸다. 크레딧 관점에서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

 

결국 이번 현대중공업의 선택처럼 공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구조 장기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기왕 장기 자금수요에 맞춰 조달을 늘려야 할 상황이라며 자산매각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회사채를 통해 조달 안정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최근 회사채 시장은 이 같은 선택을 내리기에 적절한 상황을 연출해 주고 있다.

 

회사채 차환 수요로만 보면 부담이 그리 크지는 않다. 연내 현대중공업그룹의 만기도래 채권은 2000억 원 정도에 그친다. 조선 3사의 경우 2002년 이후 호황기를 맞아 발행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다. 2012년 현대중공업이 찍은 1조 2000억 원 어치의 채권은 아직 만기를 대비할 시기가 아니다.

 

현대오일뱅크 회사채만이 4월과 7월 각각 1000억 원씩 만기도래한다. 현대오일뱅크는 1월 20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차환 발행한 바 있다. 이 때도 공모액의 2.5배에 육박하는 기관 수요가 모였다.

 

◇ 그룹 신인도 회복, 아직은 멀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 채권이 앞으로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투자 수요의 증가를 그룹 신인도의 회복과 연결 짓기에는 뭐 하나 내세울 만한 게 없다. 아직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위태롭다. 단순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장 조선 3사의 실적 저하가 그룹 전반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871억 원의 영업적자와 2278억 원의 손손실을 입었다. 그 결과 불황기에도 1조 원~4조 원에 이르던 연간 순이익이 1463억 원으로 꼬꾸라졌다.

 

조선 3사의 실적이 동반 하락하고 현대오일뱅크도 정제마진 저하와 환율의 약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룹 전반의 수익성 저하는 가뜩이나 안 좋은 현금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지속된 현금 부족을 외부조달로 메운 결과 차입금 부담도 크게 늘었다. 현대중공업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지난해 15조 원을 돌파했다. 순차입금도 10조 원에 육박한다. 1년 이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7조 5000억 원대에 이른다. 5조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감안해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관건은 조선 3사의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다. 최근 수주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불황의 골이 너무 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가 수주한 물량의 건조와 인도 시점이 도래해 유동성을 더욱 제약하고 있다. 지난해 조선 3사의 영업실적이 역대 최악으로 나타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손익 창출의 원천 역시 신조선가 하락 추세를 지속했던 2011년 하반기~2012년 중 신규 수주한 물량이다. 악성 재고 물량을 소진할 때까지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그룹 조선사의 실적 회복은 지난해 이후 제값에 수주한 물량의 인도시점이 도래하는 2~3년 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마저도 전방산업인 해운시황이 지금보다 나아져 수주 회복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불투명한 해운시황과 최근 선박금융시장 경색 등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발주량 증가를 장담하기 어렵다. 해운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거나 선가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선주들이 발주를 미루거나 늦출 가능성도 있다.

 

◇ 세계 최대 조선그룹의 저력 보여줄까

 

물론 그렇다고 글로벌 조선그룹이 가진 저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높은 사업안정성은 쉽게 무너질 수 없는 이슈어(Issuer)라는 인식을 회사채 시장에 확실히 심어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가 1년간 만들어 내는 선박 규모는 전세계 건조량의 약 13%에 이른다. 수주잔량 역시 각 사별로 향후 3년 이상은 영업(선박 건조)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게 쌓여 있다.

 

지난해부터 상선 부문을 중심으로 모처럼 신조 발주도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고부가 선종 중심의 초대형컨테이너 수요가 급증해 매출 개선에 일조했다. 클락슨 신조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말 125.6P를 저점으로 2013년 10월 말 현재 130.9P로 상승 반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외 신인도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 장기불황으로 현금 과부족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에게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인식될 만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부진에 따른 실적 저하와 재무부담 증가 등이 큰 약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주력사들 모두 AA급에 부합하는 재무역량을 보이고 있다"라며 "당장 의미 있는 수준의 실적 개선은 어렵겠지만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따라 회사채 시장에서의 평판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