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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FTA '亞펀드 패스포트'.당국은 "경쟁력 배양위해 적극 수용". 업계 "내코가 석자인데 ." 살아남는것은 홈그라운드이점 바탕으로 경쟁력제고해야

Bonjour Kwon 2014. 6. 24. 08:11

활로? 포로?

기사입력 2014.06.24

 

서울 여의도 증권가 . © News1 한재호 기자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활로인가, 포로인가. 역내 자유로운 펀드판매를 허용하는 '아시아펀드패스포트'(ARFP. Asia Region Funds Passport) 제도 도입을 놓고 금융당국과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인식간격이 크다.

 

당국은 ARFP가 국가간 펀드 교차판매가 포화상태인 한국 자산운용업계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고 경쟁력을 배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적극 수용 모드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는 미처 자신감을 갖지 못한채 거대 해외운용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4월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업계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ARFP 도입을 위한 의견을 수렴키로 하고 관련절차를 진행 중이다.

 

ARFP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중 협정을 맺은 나라에는 자국 펀드를 다른나라 감독당국의 인가없이 자유롭게 출시하고 판매하자는 일종의 펀드 자유무역협정이다. 협정을 맺으면 단일시장으로 취급돼 한 국가에서 인가받은 펀드는 다른 나라에서 별도의 절차없이 자유롭게 판매될 수 있다.

 

APEC 회원국중 한국·호주·뉴질랜드·싱가폴 등은 지난해 9월 ARFP 도입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한 바 있다. 참가국들은 2016년 ARFP 공식 출범을 목표로, 올해 안에 세부규정을 마련한 뒤 내년 2월 다자간양해각서(MMOU)를 체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의향서 체결만으로 ARFP 참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ARFP가 침체된 국내 자산운용업 활성화에 긴요하다고 보고 적극적인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각종 포럼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혁신을 위해 ARFP를 활용한 해외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한국금융투자협회 역시 2011년부터 매해 호주자산운용협회와 '한-호주 공동 금융포럼'을 열며 양국간 ARFP 논의를 장려하고 있다. 좀 더 넓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혁신이 자극되고 실력이 배양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당국의 판단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오는 8월 말 서울에서 ARFP 세부규정 논의를 위한 실무그룹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ARFP 발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작 업계내 논의는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 면이 있는데다 국내 펀드산업이 위축되다 보니 자칫 새로운 파이를 얻기보다 있는거라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많아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운데 내부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라며 "과거 우려가 나오던 다른 산업들도 시장개방 뒤 결국에는 살아남은 것처럼 금융부문 역시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리면 경쟁력을 제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다보니 업계사람들도 대부분 구체적인 내용까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펀드시장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ARFP 도입시 역내 산업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한국이 굳이 개방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0년 ARFP 설립을 처음 제안한 호주는 전 세계 3위, 아시아·오세아지역 1위 규모의 펀드시장을 갖춘 금융강국이다.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이라 불리는 강제적 퇴직연금 제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운용사를 육성했다. 호주가 역내 어떤 나라보다 펀드시장 개방을 위한 행보를 서두르는 이유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호주는 대규모 퇴직연금을 바탕으로 워낙 안정적인 펀드시장이 정착돼 있기 때문에 신시장 개척이 용이할 것"이라며 "충분한 역량을 갖춘 뒤에는 모르겠지만 경쟁력이 밀리는 한국이 먼저 나서서 문을 열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펀드산업 경쟁력은 ARFP를 주도하는 나라들 보다 뒤져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펀드자산 규모는 20%다. 호주(124%), 싱가포르(475%)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해당 비중이 약 15%에 불과하지만 호주와 비슷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뒤 자산운용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과 펀드시장 규모가 비슷한 일본(18%)은 초기 논의에 참여했다가 의향서 체결에서 빠진 뒤 참여 의사를 보류하고 있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국내 펀드시장을 감안하면 ARFP 시행시 운용사 간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규모가 작고 해외진출이 부진한 국내 운용업계 관점에서는 도전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금투협은 이달 말 업계 실무자들을 상대로 ARFP 간담회를 진행하고, 의견수렴 기간 이후에는 참가국 협의와 국내 논의를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은 논의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종 참가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며 "도입 초기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방향을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zyea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