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사 중단이라는 파국을 택했나?…
2012.05.15 (화)
노정금 기자 (capegio@ilyoweekly.co.kr)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광화문 한진 베르시움’
[일요주간=노정금 기자] 2002년 10월에 분양한 종로구 신문로 2가 106-6 (신문로 2-8지구)에 위치한 호텔식 오피스텔 지하7층 지상8층 ‘광화문 베르시움’이 공사 중단으로 현재까지 20%의 공사만 남겨둔 채 10년째 완공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200여명에 달하는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시공만 믿고 분양을 한 수분양자들은 현재까지 시행사의 파산, 대기업간의 싸움만을 지켜보며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광화문 베르시움’이 있는 종로구 신문로 2가 106-6번지는 현재 이를 시행하고 파산한 보스코산업의 대표 최모씨가 1993년 (주)거삼이라는 도심재개발 사업 법인을 인수해 사업시행을 위해 2-8지구 총면적 1,637평 중 280여평을 매입하고, 나머지는 재개발사업사업 시행인가 동의서를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서울시로부터 (주)거삼 명의로 사업승인을 받아 지주 및 세입자가 인정을 했고, 1995년 3월경 기아산업(주)의 계열사 (주)기산을 시공사로 신문로 2-8지구 주상복합 ‘문화타워’라는 이름으로 공사계약을 맺고 착공한다.
하지만 1997년 27%의 공사를 마친 상태에서 기산이 공사를 중단하게 된다. 이유는 당시 분양 저조, 외환위기 등으로 자금여력이 부족해서였다.
당시 거삼은 기산에게서 연리 14%조건으로 154억 원을 대여 받아 부동산을 매입했으며 거삼이 기산의 대여금과 공사대금을 우선 변제키고 하고 거삼의 지분(분양권, 분양수익금 전부)을 기산에 양도 했다. 하지만 거삼의 대표 최씨는 이를 어기고 이중분양을 하고 약 70여건의 분양으로 100억 원의 피해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첫 번째 수분양자들의 피해다.
최씨로 부터 분양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수분양자들과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던 시공업체 등은 종로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종로구청은 ‘법 절차상 하자 없음’을 이유로 매번 시행인가변경을 해줬다. 그리고 1998년 거삼의 대표 최씨가 종로구청 직원 뇌물 공여죄 등의 혐의로 구속된다.
최씨의 이름으로 된 거삼은 신문로 2-8 재개발추진위로부터 불신임 통보를 받게 되고 1999년 서울시는 사업 시행기간 연장 불가 통보를 한다. 거삼의 재개발 사업 시행기간이 만료되면서 거삼은 보스코산업에 사업시행권 양도를 하고 동화종합건설(주) 사이에 공사계약 체결을 맺는다. 하지만 동화건설의 부도로 공사는 중단된다.
이 후 최씨는 구속에서 풀려나자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시행사 ‘보스코산업’으로 신문로 2-8 재개발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따냈고 화남건설이 시공을 맡는다. 이번엔 ‘킹덤타워’라는 이름으로 2001년 분양을 하지만 원활한 분양이 이뤄지지 않고 공사대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화남건설이 2002년 5월 공사를 중단한다. 당시 지하 7개층 덮개공사 및 지상 18개층 철골공사가 완료된 상태였다.
계속되는 분양실패로 원활한 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신문로 2-8지구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시공사 한진중공업(주)과 PF자금 530억 및 수분양자 중도금 무이자 대출 삼성생명, 자금관리 및 분양사무 대리를 생보부동산신탁(주)에서 해주는 프로젝트로 2002년 8월 시행사 보스코산업은 이들과 재개발사업약정을 체결하고 최씨는 다시 사업재개를 한다.
이 때 ‘광화문 한진 베르시움’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 10월부터 2003년 6월까지 분양받은 200여명의 수분양자들이 현재의 피해자들이다.
PF대출 및 재개발사업약정, 왜?
PF(Project Financing)대출은 자금조달을 하려는 기업주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사업 자체의 수익과 사업성에 대해 대출을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 대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 했을 경우 발생하는 재무 악화에 대해 여신기관이 확보한 담보가 없거나 적어 연쇄도산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큰 대출이다.
당시 삼성생명은 사업부지 확보, 부동산 제한 물권 해제 등 개발액정상의 조석이 성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사 보스코산업 측에 PF 자금 530억 원의 대출을 승인했다. 그리고 PF자금 530억 원 전액을 보스코산업 측에 지급한 상태에서 시행사 보스코산업이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것으로 판단한 3사(삼성생명, 한진중공업(주), 생보부동산신탁(주))는 서둘러 추가 약정을 하고 보스코산업의 이행각서를 징구했으며 한진중공업으로 하여금 제소전 화해를 하도록 추가약정을 한다.
‘이행불능의 상황에 직면 했을 때’를 대비해 제소전 화해를 신청해 부동산 소유권, 사업시행권과 일체의 권리를 시공사에 넘기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시행사 보스코산업의 두 차례 불법행위가 이뤄졌음에도 삼성생명, 한진중공업(주), 생보부동산 신탁(주)은 보스코산업과 계약을 협정하고 ‘광화문 한진 베르시움’의 분양을 강행한다. 이들은 2002년 10월 A일간지 등 전단지에 삼성생명의 중도금 무이자 대출과 3년간 책임임대 등의 수분양자들을 사로잡는 문구로 분양을 강행한다.
하지만 2002년 10월 14일 서울 종로구청은 도시재개발법 위반으로 분양광고 및 분양중지 명령을 보스코 산업과 한진중공업(주), 생보부동산신탁으로 공문을 보낸다.
1차 ‘분양중지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사업개발을 협정한 4사는 이 사실을 숨기고 분양을 강행 하고 2003년 6월까지 200여명의 수분양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피해가 확산됐다.
또 삼성생명은 2002년 11월 수분양자들과 중도금 대출약정을 체결해 2003년 1월 수분양자들에게 1차 중도금을 대출하고 그 뒤 5월, 9월 모두 4차례 걸쳐 중도금 전액 대출을 해준다.
2003년 8월까지 종로구청의 5차 분양중지명령이 있었으며 2003년 10월 9일 한진중공업(주)에서 시행사 인허가 지연 및 공사대금 미납 이유로 수분양자들에게 공사 중단 통지를 내린다. 이에 시행사 보스코산업 측은 ‘걱정마라. 곧 해결된다’고 수분양자들을 안심시킨 뒤 2006년 11월 파산 선고를 한다. 이후 ‘광화문 한진 베르시움’은 6차례에 걸쳐 공매를 공고했으나 유찰됐으며 현재 공매가 보류된 상태이다.
2002년 10월 1,800억 원에 분양한 해당 물건이 1,115억 이하로 공매 최저가가로 하락, 수분양자들은 계약금과 중도금 전액은 물론 계약당시 무이자 대출이었던 삼성생명의 입장과 달리 대출이자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책임 회피하는 대기업들
호텔식 오피스텔 ‘광화문 한진 베르시움’은 시행사 보스코 산업과 시공사 한진중공업, 중도금 무이자 대출 삼성생명, 자금관리 생보부동산신탁이 함께 했다. 당시 오피스텔이 적잖은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다 수분양자들은 대기업의 시공과 삼성생명에서 무이자 중도금 대출이라는 말만 믿고 2002년 10월부터 2003년 6월까지 분양을 받았다.
2004년 1월 31일 입주 예정이었지만 한진중공업의 갑작스런 공사 중단과 보스코산업의 파산, 시행사 대표 구속이라는 악재 속에 삼성생명 측은 수분양자를 상대로 대출금을 변제하라는 소송까지 제기한다. 이는 분양당시 삼성생명이 서신과 전단지, 직원들을 통해서 무이자를 약속한 것을 어기고 연체이자까지 포함해 원금의 약 2배를 청구한 것이다. 대기업을 믿고 분양한 수분양자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것.
삼성생명은 “시공사는 한진중공업이고 시행사는 보스코 산업이다. 시행사가 파산을 했을 경우 시공사가 책임을 지고건물을 완공해야 한다. 시공사가 분양절차를 모두 진행 한다. 시공사는 돈을 빌려주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대출을 해 준 것이다. 대출 계약을 하고 분양을 하는 것은 한진중공업 측에서 하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이 무이자 대출 이라고 했는지는 우리는 모른다”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밝힌 바 있다.
이에 ‘광화문 한진 베르시움’수분양자 대책협의회 정태수 대표는 “자금중도금대출은 삼성생명과 한진중공업 측에서 무이자 대출을 이야기 했다.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한 것은 삼성생명이다. 수분양자들에게 안내 우편도 왔다”고 반박했다.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컸던 것은 당시 이미 분양이 2번이나 된 사실과 ‘분양중지명령’에 대한 사실을 모른 채 수분양자들은 대기업의 시공만을 믿고 분양을 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것을 알 수가 없었다. 어떤 피해자는 다른 아파트 분양현장에 갔더니 이 분양광고를 보고 찾아왔다. 또 A일간지에 2002년 10월에 분양광고도 냈다. 저는 작은 신문에 난 것을 보고 왔었다. 광고에 거론되었던 것이 한진중공업이 시공을 하고 생보부동산신탁에서 자금을 관리, 삼성생명에서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했기에 믿어서 분양계약을 했다”며 “인터넷이 활발할 때 인데 종로구청에서 공고게시판에 공지를 하던가 모델하우스까지 있었는데 어떻게 ‘분양중지명령’ 안내공고 하나 없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종로구청은 두 번이나 사고 낸 보스코산업의 분양을 허술하게 감독 하고 분양중지명령만 내렸다고 일을 다 한 줄 안다. 수분양자들 어떻게 아느냐”고 당시 시정을 질타했다. 수분양자들은 종로구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유일한 희망은 입주하는 것 밖에...
현재 ‘광화문 한진 베르시움’은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에서 2004년 5월 최종 공사 중단 통보를 하고 시행사가 결국 파산을 한다. 파산직전 시행사 측은 더 이상 사업진행을 할 수 없어 수분양자들에게 분양계약을 해지하자는 꼼수를 쓴다. 이미 두 차례 분양피해를 알게 된 ‘광화문 한진 베르시움’ 수분양자들은 시행사 측과 타협을 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시행사는 분양계약해지를 권유를 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이런 식으로 사기를 쳤다. 계약금을 돌려준다하고 안줘버리는 것이 수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속지 않는다’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일부는 분양계약해지를 한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돈을 받지 못했다. 계약금의 배액을 준다는 것 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것이 완공만 되도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유를 모르겠다. 최종 공사 중단은 2002년 5월 17일인데 시간을 끌다보니 자꾸 이자가 늘 것 아니냐. 공사는 안 되고 시행사는 할 마음 없어 자꾸 해지를 권유하다 2006년 12월 파산을 한다. 2004년 1월 31일 입주예정이었다. 공사 완료시키면 되는데... 단 20%만 남겨놓고 공사가 중단이 된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정 대표는 “영세기업이 아닌 대기업이 공사대금 미불을 이류로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하는데 수분양자들의 잔금이 남아 있고 56세대와 지하층 모두를 담보를 잡아 두었는데 공사를 못 하겠다고 파국으로 몰고 간 이유를 모르겠다”며 “완공만 되면 수분양자들에게 피해를 안 입혀도 되고 한진중공업도 사회적 지탄과 소송으로 인한 손해,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안 당할 수 있는데 왜 완공하는 쪽을 택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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