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신문 | webmaster@freedomkorea.com
2013.12.16
10년째 광화문의 흉물로 자리잡고 있는 건물이 있다. 한진중공업이 시공을 맡은 종로구 신문로 2가 106-6(신문로 2-8지구)에 위치한 ‘한진 베르시움’이다
. 지하 7층, 지상 18층 건물로 공사가 진행되다가 시행사의 파산으로 공정률 78%선에서 중단된 상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분양을 받은 217명 분양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한진은 공사중단 이유를 공사대금 미납이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오히려 부실시공이 더 중요한 원인이다. 도면과 달리 층고가 1.85m 높게 시공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03년 종로구청으로부터 건축법 위반으로 지적받아 공사가 중단됐다. 한진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위기다. 한진은 노사갈등의 대표기업이다. 지난 2010년 정리해고로 시작된 노사갈등이 희망버스 사태로 이어지면서 그 파장이 국회까지 이어졌던 상황이다.
현재 한진의 보이지 않는 골칫덩이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에 소재한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인 ‘한진 베르시움’이다.
한진으로서는 지난 2002년 수년간 분양 실패를 거듭해 온 베르시움의 시공을 맡은 게 화근이었다.
당시 삼성생명이 시행사인 보스코산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53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시행사 대표의 횡령 혐의까지 발생하면서 공사가 10년째 중단되는 파행을 겪고 있다.
한진은 공사비 320억원을 받지 못했다. 삼성생명도 대출금과 이자 지급을 받지 못해 손실을 보고 있다.
이로써 한진은 막대한 경영 손실을 겪었다. 삼성이 지난 2006년 한진을 상대로 책임준공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 결과 2011년 삼성에 723억원을 배상했다. 받지 못한 공사비까지 포함하면 1000억원 이상의 경영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공사중단 이후 유치권을 행사하던 한진이 삼성에 723억원을 배상하면서 손에 쥔 것은 사업시행권이다.
하지만 사업 시행권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면서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였다. 건축법을 위반한 시공 하자와 과다 계상한 미지급 공사비 청구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치권 불법점유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한진은 심각한 도덕적 타격을 모면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동안 한진은 공사중단 이유에 대해 공사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부분적인 사실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2003년 10월께 준공을 앞두고 실측 측량을 실시한 결과 층고가 1.85m 높게 건축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고 말았다.
시행을 맡았던 보스코의 최수현 회장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소송(사건2012가합 52507)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공사가 중단된 이유에 대해 층고가 1.85m 높게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건물을 준공하려고 실측을 하니까 용적률이 잘못 계산됐다. 용적률대로 지어야 되는데 용적률 범위를 벗어나 공사를 했고, 건폐율도 틀렸다. 특히 층고가 1.85m나 높아졌다. 허가가 난 것보다 차이가 나니까 건물을 헛지은 것이다. 그래서 공사가 중단됐다”고 했다.
베르시움은 덕수궁과 경희궁 사이에 위치해 있어 문화재관리구역법에 의한 고도제한을 받는다. 종로구청은 도면과 달리 1.85m 높게 공사된 베르시움에 대한 허가변경을 거절했다.
1.85m를 잘라내든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이유에서 공사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수분양자에게 보낸 서면을 통해 “(종로구청의 허가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자)삼성과 한진이 생보신탁에 보관하고 있던 자금 약 100억원을 서로 먼저 확보하려고 다툼이 생겼다.
생보신탁은 수익권증서 1순위자인 삼성생명 편을 들어 삼성에만 50억원을 추가로 지출하고, 한진에는 추가로 한푼도 지불하지 않아 결국 서로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것”이라며 공사중단 이유를 밝혔다.
도면과 달리 층고가 1.85m 높게 시공된 것은 중대한 하자다. 이에 대해 미리부터 허가변경을 염두에 둔 의도된 ‘공사 하자’가 아니냐는 의혹조차 제기되고 있다. 완성된 건물을 미국 대사관에 통째로 매각하기 위해 높게 시공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최 회장의 법정진술과 한진이 2002년 8월에 작성한 ‘신문로 2구역 8지구 재개발사업(킹덤타워)’ 사업성검토 보고서에 나와 있다.
최 회장이 수분양자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미국 대사관이 건물을 매입하겠으니 각층 10센티씩 높여 달라고 요청하여 1.85m 높여 건축하다가 종로구청으로부터 건축법 위반으로 지적받아 공사가 중단됐다”고 했다. 이와 관련, 2002년 당시 최 회장은 미 국무성 해외담당 관계자와 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자 수분양자들이 발끈하고 있다. 수분양자 대책위의 심상진 씨는 “한진의 시공 잘못이 밝혀졌다. 1군 업체에서 시행사와 짜고 설계와 다르게 1.85m를 높게 건축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일반 분양이 이뤄진 뒤에도 미 대사관에 매각하기 위해 각층 층고를 10cm씩 더 올려 시공했다는 점이다
. 애초부터 수분양자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었고 미 대사관에 팔기 위해 편법분양을 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1군 시공사가 층고를 1.85m 높여 신축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시공상에 절대적 하자가 발생했다면 명백한 건축법 위반이다”고 말했다.
해당 건물은 이중분양 문제로 일으켰던 물건이다. 문화타운-킹덤타워에 이어 베르시움으로 3차 분양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와 시공사가 바뀌면서 이중 분양을 했다. 이 때문에 수분양자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미납 공사금 과다계상 논란
한진이 파산재판부에 채권신고액을 과다 계상해 허위 신고했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2011년 8월 국회에서 열린 한진청문회에서 2003년 2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베르시움 시공에 참여한 하청회사 효림기업의 채권문제가 거론됐다.
이 자리에서 정동영 의원은 “한진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는 중소기업이 있다”면서 “효림기업은 일방적 현장 철수 지시를 받고 직원을 철수시켰다. 이후 7년 동안 중간정산도 없었다. 최근에서야 정산통고를 받고 공사대금 청구 관련자료를 제출했다. 이후 연락이 없어 13억6000만원을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이미 공사대금 지불을 완료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불완료에 대한 입증도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기업을 하는 효림기업은 한진만 믿고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에서 철수한 뒤에 미지급 공사대금을 13억6000만원을 받지 못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은 국회 청문회에서 하청회사에 공사대금 미지급 논란이 제기된 뒤 정산합의서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산재판부에 제출한 채권은 하청회사에는 지급하지 않고도 지급한 것처럼 속이고 청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회와 법원까지 속였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은 미지급 공사비 306억원과 이자 107억원 등 498억원의 채권신고를 했다.
시행사는 한진의 미지급 공사비 채권액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최수현 회장은 “306억원 청구분 중에서 돌 공사 금액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것은 부당한 청구금액이다. 왜냐면 돌 공사는 국내산 포천석을 사용하라고 했는데 중국산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국산으로 바꾸기 전에는 그 금액은 보류해야 한다. 파산이후 건축부장에게 확인하니 15억원 정도가 높여진 것 같다면서 정산하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예상해서 그렇게 낸 것이다”라고 했다.
한진의 위기의 끝은 어딘가
한진은 벼량 끝으로 가고 있다. 현재 한진은 핵심사업인 조선과 건설이 동반 부진을 겪고 있다. 조선은 조선업 불황과 겹치면서 수주 잔량(1조2928억원, 6월말 기준)도 2008년 호황기(8조원)와 비교해 1/7토막이 났다. 영업이익도 최근 3년간 누적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건설업은 선방하고 있다. 집단에너지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계열사 집단에너지사업 플랜트 공사를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이 전담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계열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자와 총 1673억원의 내부매출 거래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10억원과 비교해 38% 가량 증가한 수치다.
다만 핵심 사업인 조선부문이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인 건설용역 내부거래가 실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양파껍질처럼 벗기면 벗길수록 드러나는 베르시움 문제 때문에 한진으로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공사하자나 유치권 문제가 불거질 경우 1군 건설업체로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 NPL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일한 희망은 완공해 입주하는 것” 시공사 한진중공업, 무이자 중도금 대출 삼성생명 자금관리 생보부동산신탁…“우리는 대기업만 믿었다” (0) | 2014.07.06 |
---|---|
‘광화문 한진베르시움’ 공매 반대 시위 “수분양자 문제 해결하고 공매하라” (0) | 2014.07.06 |
광화문 금싸라기 땅에 11년째 방치된 건물(면적 7055㎡ 부지에 지하 7층, 지상 18층)…관계자 모두에게 "골칫거리" 한진중공업 베르시움 (0) | 2014.07.02 |
부실채권 시장 ‘황금알’은 옛말… 체계적 자산관리 뒤따라야 수익 보장 (0) | 2014.06.02 |
삼정KPMG' 올 상반기 NPL 자문 8238억원으로 1위.연간 10조원 규모.NPL매각 자문 수수료는 매각금액의 0.1~0.3%자문료만 수십억원대" (0) | 2014.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