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7
지난 25일 발표된 SK이노베이션 2분기 실적을 보면 한 사업부문이 매출 2289억원에, 영업이익 1127억원, 영업이익률이 자그마치 49.2%에 달했다. 매출은 석유정제 사업의 5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전 사업부문을 통틀어 가장 많다.
SK의 해외 석유 개발사업 진출이 이달로 꼬박 30주년을 맞았다.
1984년 7월 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매장량 10억배럴 규모의 유전이 발견됐다.
SK이노베이션(당시 유공)이 인도네시아 카리문에서 고배를 마신 후 두 번째로 시도한 석유 개발사업이었다. 이로써 국내 민간 기업의 첫 번째 해외 유전 개발 성공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마리브 광구는 생산 개시 후 첫 4년간 SK에 3억달러 수익을 안겨줬다. 그보다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큰 소득이었다.
석유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형태는 크게 세 가지다. 사업독점권에 기반을 둔 국영석유회사, 그 이전부터 석유산업을 지배했던 초대형 메이저, 특정 분야나 특정 지역에 경쟁 우위를 가진 독립계 석유 회사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SK이노베이션 같은 회사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불가능해 보이던 꿈을 맨 처음 꾼 사람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었다.
그는 몇 차례 오일쇼크를 겪으며 자원 빈국 설움에 이를 갈았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면서부터 석유 개발을 꿈꾼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이렇게 독려했다.
"이익의 일정 부분은 무조건 석유 개발사업에 투자한다. 이 사업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문책하지 않는다."
마리브 광구개발 성공은 SK이노베이션의 눈높이를 한 단계 높여 놓았다.
원유정제 등 다운스트림보다는 석유 개발로 대표되는 업스트림이 진짜 '노다지'라는 걸 알게 됐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지구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유전 개발에 성공했다.
7월 현재 전 세계 15개국 22개 광구, 4개 LNG 프로젝트에서 석유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일 원유생산량은 약 7만배럴에 이른다.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 석유 개발사업을 하는 민간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메이저 업체가 진행하는 개발사업에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광구 운영권을 확보하고 직접 탐사와 생산을 수행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콜롬비아 2개 광구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이 운영을 맡아 탐사ㆍ생산 중인 광구가 4개 광구 정도 된다.
올 상반기엔 미국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생산 광구 자산을 인수했다. 미국은 조만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의 부상이 점쳐지는 국가이자 석유개발 기술의 최첨단 경연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두 광구 운영에서 경험을 쌓은 뒤 세계 에너지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 중인 미국산 셰일오일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