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F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 식품업체 쇼핑에 맛들인 사모펀드.최근 1년만 5개 사들여, 3~4개 업체는 협상 진행중]

Bonjour Kwon 2014. 8. 14. 07:45

2014.08.14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사모펀드(PEF)들이 식품·외식 기업들을 잇따라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최근 1년여 간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은 식품·외식기업만 해도 KFC와 웅진식품, 할리스, 커피빈, BHC 등 5~6개에 달한다. 여기에 현재 매각을 앞둔 중소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3~4개까지 합치면 사모펀드의 식품업체 쇼핑 리스트는 10개에 육박한다.

 

누구보다 수익에 민감한 사모펀드가 식품·외식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장기불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불황으로 투자 위험이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매출과 양호한 현금흐름은 사모펀드들이 식품업체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최근 매물로 나오는 식품·외식기업 대부분은 매각금액이 1000억원대로, 투자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도 재매각이 쉽다는 매력도 있다.

 

식품·외식기업들은 추가적인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업종 특성상 현금흐름이 빨라 투자금액 회수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 게다가 임금 등 고정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여지도 높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사모펀드들이 매각금액 100억원 이하의 소형 외식업체로까지 쇼핑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현재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소형 외식 프랜차이즈만 3~4개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식품업체 입장에서도 사모펀드로의 매각이 성장 계기가 되고 있다. 2012년 말 두산그룹에서 보고펀드로 주인이 바뀐 버거킹코리아(이하 버거킹)는 매각 이듬해에 바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보였다. 기존 직영점 원칙을 버리고 프랜차이즈 체제로 전환하면서 매각 이후 1년6개월 만에 매장수를 20개 이상 늘렸다. 보고펀드는 현재 170개 정도인 버거킹 매장을 5년 내에 2배인 340개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한앤컴퍼니에 1150억원에 팔린 웅진식품도 종합 식품회사로서 거듭나기 위한 사업 다각화가 한창이다. 웅진식품은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신사업도 적극 발굴해 2018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2배인 4000억원대로 늘릴 방침이다.

 

A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눈치 볼 일이 많은 대기업이 계속 주인으로 남아있었다면 버거킹의 프랜차이즈 전환 같은 발상의 전환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모펀드로 매각된 후 버거킹은 매출과 점포수가 늘어난 동시에 기업 내실도 더 튼튼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이 같은 공격적인 식품기업 투자에는 다른 속내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모펀드의 본질은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싸게 인수해 사업을 키운 뒤 재매각해 차익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B식품업체 관계자는 "결국 사모펀드는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끌어 올려 되파는 게 주목적이어서 비용 절감이나 자산 매각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론스타가 인수했다 되팔면서 '껍데기' 논란이 일었던 극동건설처럼 사모펀드가 단물만 챙기고 해당 기업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