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5
[Weekly Invest]
빅3 조선사, 시황 침체 장기화 대비해 조선사 간 협력 필요해
[09월14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해운 시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회복에는 불확실하다. 해운 시황 개선에 맞춰 선박 공급도 같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업 시황 침체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에 국내 조선사 빅3가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해운업과 조선업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했다.
최근 해운 시황 회복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벌크선 용선료 지수인 BDI의 경우 올해 1~8월 평균 1097p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904p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CCFI의 경우 올해 1101p로 전년 동기 평균 1091p보다 소폭 상승했다.
해운 시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조선 시황 회복에 대해 기대감도 높다. 통상 해운 운임의 변화는 신조선가의 변화보다 3~6개월간 선행한다. 이에 내년 정도에는 조선 시황이 회복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기평은 해운 시황이 실제 회복에 이르기까진 불확실성이 높다는 견해다. 몇가지 이유로 해운 시황 회복의 불확실성이 크고, 해운 시황 회복의 지연은 조선 시황 개선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해운 시황의 일부 회복 신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박 공급과잉 상태다. 화주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다보니 선사의 가격 인상 노력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또한 잠재공급의 증가와 에코쉽(Eco-ship)의 예정된 인도 증가가 시황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운 시황이 개선의 기미를 보이자 과거 감속운항의 형태로 숨어있던 잠재공급이 늘어나고, 낮은 선가와 운항효율성을 지닌 에코쉽의 예정된 인도 증가로 실제 시황 회복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해운 시황 개선의 불확실성은 조선 시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선업의 경우 최근 신조선가 상승 및 수주잔고 증가가 나타났지만, 해운 시황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조선 시황 개선도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 맞서 조선사들은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존 전략 중 한 방법은 국내 조선사 간의 협력이다. 대형 조선사들의 경우, 침체기 기술 개발 여력을 활용하여 연구·개발(R&D) 분야에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견해다.
최근의 LNG화물창 공동연구도 이런 사례 중 하나로 꼽혔다. 한국가스공사 및 국내 조선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협업하에 한국형 LNG선 화물창 기술 개발이 진행됐고, 이는 한국가스공사 LNG 전용선에 도입할 예정이다.
서강민 한기평 연구원은 “조선사 간 공통으로 사용되는 기술에 대해서는 각자 연구를 통해 기술 확보에 나서기보다는 공동 연구를 통해 특허를 공유할 수 있다면 기술 개발 연구비뿐 아니라 추후 기술 사용료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ㅡㅡㅡㅡ
글로벌 해운업계 “뭉쳐야 산다”… 비용절감위해 짝짓기 열풍
2014-09-16
해운동맹 현황과 한국 영향은
10대 해운사 모두 해운동맹 결성… 전세계 물동량 대부분 차지해
선박대형화로 조선 수주기회 늘고… 부산항 등 국내 항만 소외 우려도
침체에 빠진 세계 해운업계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세계 1∼3위 해운사가 참여하는 ‘P3’라는 ‘공룡’의 탄생은 일단 무산됐지만 해운동맹 결성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어 독립 선사들과 항만 조선 등 관련 업계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P3’는 무산됐지만…동맹으로 뭉치는 해운사들
지난주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CGM은 중국의 CSCL과 아랍에미리트의 UASC와 손잡고 새로운 해운동맹(얼라이언스) ‘O3(Ocean Three)’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계 10대 해운사는 모두 해운동맹에 들게 됐고 해운시장은 4대 동맹 체제로 재편됐다.
사실 CMA-CGM은 당초 세계 1∼3위 해운사가 모두 모인 ‘P3 네트워크’를 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6월 지나친 독과점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중국 상무부가 세 기업의 기업결합심사를 불허해 출범이 무산됐다. 세계 물동량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이 불허하면 출범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결국 세계 1위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2위인 스위스의 MSC가 모여 ‘2M’을 결성했고 남은 CMA-CGM이 별도의 해운동맹을 결성했다. 2M과 O3 모두 각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지만 별도 법인을 세워 선박과 터미널을 공동 운영하려던 P3와 달리 기존 해운동맹처럼 항로를 함께 관리하는 수준이라 무난히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진해운은 3월 대만 ‘에버그린’이 합세하며 시장점유율 17.5%로 올라선 ‘CKYHE’에 속해 있고 현대상선은 ‘G6’에 속해 있다. 이들 해운동맹체가 세계 해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선박 대형화로 이어지면 독립선사와 항만은 위기
이처럼 전 세계 해운업계가 동맹체제를 구성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 주문한 선박이 많아 적재능력(선복량)이 크게 늘면서 해운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서로 동맹을 맺게 됐다.
해운업계의 비용 절감 움직임은 결국 선박 대형화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해운사들이 초대형 선박으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비율로 화물을 싣는다면 초대형 선박의 운송비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선박 대형화 추세는 아직 중국 업체에 비해 초대형 선박이나 에코십(친환경·고효율 선박) 제조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국내 조선 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조선업체 관계자는 “해운동맹이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 아직 분석 중이지만 대형 선박을 수주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독립선사들에는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화가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머스크나 MSC가 보유한 1만9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해운사가 도태될 수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주력 선박은 1만3000TEU급이다.
부산항 등 국내 항만들에도 악재다. 대형 선박이 수익을 내려면 물동량이 많은 중국 항만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P3도 중국 상하이(上海) 항이나 닝보(寧波) 항을 기항지로 검토한 바 있다. 이러면 경쟁지인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들의 독과점 지위가 굳어지면 항만시설 사용료 등 협상에서도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