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6
텐센트…게임 등 주력분야 넘어 전자상거래 통큰 투자
바이두…91와이어리스 인수…모바일 분야 집중 강화
[특별취재팀] 중국 IT부호들의‘ 독점 행보’가 무섭게 빨라졌다. 자산 증식 속도부터 그렇다. 전자상거래로 일어선 마윈(49)의 순자산은 지난 19일 그가 세운 알리바바의 미 뉴욕 증시 상장 이후 46억 달러가 늘었다. 현재 마윈의 순자산은 265억 달러다. 8월 초(106억달러)보다 2.5배 많다. 중국판 구글‘ 바이두’를 만든 리옌훙(45)의 순자산도 마윈에 비하면 적지만(163억달러) 같은기간 동안 7억달러 많아졌다. 텐센트의 마화텅(42)도 한달여 간 자산을 16억달러 늘리며 기염(?)을 토했다. 21일까지 집계된 중국 IT분야 빌리어네어 20명의 순자산은 총 1043억달러.
이중‘ 빅3’는 588억달러를 보유해 56.4%를 차지했다. 이 비율도 지난 1개월여 간 6.4%포인트 높아졌다. 3명이 현재 중국 최고부호 1∼3위를 싹쓸이했단 사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들이 돈을 자루에 쓸어담고 있는 현상은 최근들어 두드러졌다.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사업영토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천하(天下)’를 3등분 한 이들은 진격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한국도 3인방의 사정권에 들었다.
▶마윈의 알리바바, ‘3세기 천하’ 행보 착착=중국 경제월간지 신차이푸(新財富)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출범 이후 M&A에 100억5509만달러를 썼다. 물론 공개된 건만 집계한 것이다. 이는 최근 1년여 사이에 집중됐다. 지난해 이후 M&A 등에 쓴 돈은 80억∼87억달러(총 25건ㆍ2건은 비공개)정도로 추정된다.
투자기업 리스트도 다양하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전자상거래 본연에 충실하기 위한 M&A에 주력해 왔다. 옥티바(Auctiva)ㆍ베니도(Venido) 같은 미국 전자상거래 프로그램 개발사 지분을 2010년 전량 인수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그러나 이미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70% 이상을 장악한 마윈의 눈은 더 먼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사물인터넷(IoTㆍInternet of Everything)이다.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이 주를 이뤄 온 인터넷의 영역을 사람과 사물, 나아가 사물 대 사물까지 확장한 개념이다. 가게 앞을 지나칠 때 센서가 부착된 상점 내 제품이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뜨는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알리바바는 이미 O2O사업의 기반을 닦아놓은 상태다. 지난해 10월 톈홍펀드(天弘基金)의 지배주주가 돼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즈푸바오(支付寶)에서 거래 가능한 인터넷 금융상품 위어바오(餘額寶)를 출시했다.
이 뿐 아니다. 마윈이 4월 시나웨이보(新浪微博)의 지분 32%를 10억3500만달러에 확보한 것도 SNS사용자들의 소셜구매력을 감안한 포석이었다는 평가다. 고객의 위치확인을 위한 지도서비스도 필수다. 알리바바가 중국 최대 온라인 지도서비스업체인 오토내비홀딩스(高德) 지분 100%를 15억달러에 인수(7월)한 이유다. 결국 마윈은 일련의 기업사냥을 통해 ‘지도+소셜구매+지불’로 구성된 모바일 기반 오프라인 거래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이를 무기로 한국 진출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유통ㆍ전자결제분야를 주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행보는 알리바바가 지난해 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상장신청서에 “우리의 목표는 상업활동 인프라를 세우는 것이다. 고객들이 알리바바에서 만나고, 일하고, 머무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데서 명확히 드러났다.
아울러 마윈의 ‘3세기 천하’를 가능케 할 원동력으로도 평가받는다. 그는 틈날 때마다 ‘회사를 102년 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1999년 창업한 알리바바가 102년이 되는 해는 2101년이다. 3세기(20∼22세기)에 걸쳐 존속하게 되는 것이다.
▶마화텅의 텐센트, ‘포식은 계속된다(?)’=마화텅의 텐센트가 최근 1년여간 보여준 행보도 흥미롭다. 중국 인터넷 메신저 시장의 80%를 잡고 있는 텐센트는 2013~2014년 간 61억7100만달러(공개 기준)을 M&A 및 지분확보에 썼다. 10년 간 누적투자액의 70.5%다.
흥미로운 건 마화텅의 투자분야가 마윈의 그것과 겹친다는 점. 지난 3∼6월 마화텅은 O2O기반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 투자에 총 39억1600만달러를 썼다. 같은 기간 쓴 ‘실탄’의 절반 이상이다. 대표적인 게 징둥상청(京東商城ㆍJD닷컴)지분매입(18%)이다. JD닷컴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지만 알리바바 점유율엔 한참 못 미친다. 위치기반 맛집 서비스기업 따중디엔핑(大衆点評)ㆍ온라인지도업체 나브인포(四維圖新)에도 손을 뻗쳤다. 마화텅의 포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8월 중국 부동산재벌 왕젠린과 손잡고 신규 전자상거래 업체를 세우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주력분야에 소홀했던 것도 아니다. 이미 중국 내 게임 유통(퍼블리싱)을 독점하다시피 한 마화텅의 텐센트는 관련기업 사냥을 한층 강화 중이다. 국내 주요게임사에도 텐센트의 입김은 강하다. 4월엔 CJ게임즈의 지분 28%를 5억1000만달러에 사들여 3대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특히 모바일게임업계는 마화텅의 ‘입김’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텐센트는 이미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의 30%를 점하고 있다. 한 국내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이미 경쟁력 있는 국내 게임사 여러곳과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지 법규에 따라 중국에 게임을 출시할 땐 무조건 중국 유통사를 거쳐야 한다”며 “CJ의 게임을 텐센트가 독점적으로 퍼블리싱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리옌훙의 검색공룡 바이두, ‘지지 않아!’=중국 검색시장 60~70%대를 꾸준히 점하고 있는 리옌훙의 바이두는 작년 이후 8건 25억4400만달러 규모의 M&A를 단행했다. 양에선 마윈과 마화텅에 뒤지지만, 질적인 면에선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터넷 검색사업을 넘어 ‘모바일화(化)’를 위한 리옌훙의 걸음은 매우 민첩하다.
바이두는 작년 7월 18억5000만달러를 들여 안드로이드 앱 장터인 91와이어리스를 인수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 뿐 아니다. 바이두는 비슷한 시기 3억7000만달러에 P2P비디오 서비스 업체인 PP스트림을 인수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누오미왕의 지분도 2억1700만달러에 전량 사들였다.
올들어 바이두는 이같은 행보를 더욱 굳히고 있다. 모바일 매출 비중을 늘리겠다고 선언한 리옌훙은 “자원ㆍ인재 확보를 위한 인수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두가 온라인 책을 퍼블리싱하는 PW리터러쳐에 투자한 데 이어, 온라인 교육ㆍ여행 분야에 손을 뻗쳤다는 소식도 잇따라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