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당진시 송산단지)

비상경영을 선언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임원 31%를 줄이는 고강도 인사를 단행

Bonjour Kwon 2014. 10. 17. 23:17

 

2014-10-16

 

조직 슬림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통해 사상 최악의 실적부진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대중공업에서 시작된 기업 체질·구조 개선 바람이 실적부진에 빠진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6일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262명 중 81명을 퇴사시켰다. 지난 12일 본부장 회의에서 전 임원 사직서 제출과 조기 임원인사를 결정한 지 불과 4일 만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사에서 현대삼호중공업 하경진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현대오일뱅크 문종박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또 현대중공업 이성조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31명을 승진발령하고, 박희규 부장 등 28명을 상무보로 신규 선임했다. 조선사업본부 생산현장에서 드릴십(원유시추선) 품질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열 기정(技正)이 상무보로 승진하며 그룹 역사상 최초로 생산직 출신 임원도 탄생했다.

 

이번 인사는 속전속결식 젊은 피 수혈과 책임경영 강화로 요약된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전 임원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은 뒤 하루 만에 그룹 사장단과 본부장 인사를 전격 단행한 데 이어 곧바로 임원 인사까지 매듭지었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이전에 인적 쇄신을 마무리하고, 전광석화와 같이 전열을 정비해 위기에 처한 그룹을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다.

 

 

하경진 사장·문종박 사장·정기선 상무

대주주인 정몽준 전 국회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수석부장은 상무로 승진하며 3세 경영에도 시동을 걸었다. 정 상무는 부장직급에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로 승진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한 정 상무는 그해 8월 휴직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지난 6월 재입사 형식으로 복귀했다. 정 상무는 현대중공업에 복귀한 이후 미국과 유럽 지역으로 해외 선주사들을 만나기 위해 출장을 다녀오는 등 경영 참여를 위한 보폭을 넓혔다. 그룹 내에서는 정 전 의원의 신뢰가 큰 권오갑 사장이 현대오일뱅크에서 돌아왔고, 정 상무까지 임원 반열에 오르면서 책임경영 강화를 통한 고강도 개혁 작업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서도 현대중공업 인사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한 다른 주요 기업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서다. 대표적으로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 추락하면서 ‘적신호’가 켜진 삼성전자가 12월 인사 대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선사업부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주가가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신상필벌을 강조하는 정몽구 회장의 성격상 대대적인 연말 실적부진 문책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 연말 인사의 물갈이 폭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업종을 막론하고 전반적인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