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5
“해외 자원개발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펀드는 연 6~7% 배당 수익이 꾸준히 나온다는 것이 장점이다.”
작년 1월 공모펀드로 출시된 ‘패러랠 유전펀드’는 미국 텍사스주에 유전을 보유한 미국 패러랠사의 지분 39%에 투자하는 펀드다. 패러랠사는 삼성물산(000830)과 한국석유공사가 투자한 자원개발 전문회사다.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장기 계약을 체결한 전세계 판매사들에게 팔고 수익 일부를 펀드 투자자들에게 배당 형태로 나눠준다.
RG에너지자원운용은 미국 패러랠사에 투자하기 위해 현지에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미국 패러랠사는 이 SPC를 통해 펀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업무도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RG에너지자원운용은 해외 자원개발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다. 운용사를 설립한 이후에 가장 먼저 출시한 상품이 바로 ‘패러렐 유전펀드’다. 삼성물산에서 처음 투자 제안을 해온 것이 2010년. 2년 이상의 준비 과정을 거쳐 출시됐다.
이 회사를 설립한 박용수 대표는 서울대학교, 미국 텍사스A&M대학원에서 자원공학을 공부한 뒤 국내 종합상사에서 해외 자원 투자를 검토하는 업무를 맡았다. 박 대표는 “1996년부터 10년동안은 부동산 개발 관련 산업에 종사하다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직접 해외 자원개발업에 투자하는 회사를 차리면 어떻겠냐는 주변의 조언에 창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연 6~7% 배당 주는 해외 자원개발 펀드, 투자 위험 최소화하는 데 집중
패러랠 펀드는 원래 사모펀드 형태로 출시해 일부 기관 투자자들에게만 판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들이 삼성물산 측에 만기 시점에 원금의 90% 정도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면서 회사 측과 이견이 생겼고 결국 공모형태로 작년에 출시됐다.
총 4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10년동안 자금을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의 기관 투자자 자금을 비롯해 그동안 해외 자원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 투자 자금을 현금화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패러랠은 현재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해외 자원개발 펀드를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원유나 천연가스 매장량이 검증된 지역에 위치한 유전에만 투자를 한다”면서 “직접 투자가 아니라 지분을 사는 방식이어서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전했다.
이어 “예상되는 생산량의 50% 정도는 선물시장에서 미리 헤지(위험 회피)를 해서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충격도 덜 받는다”면서 “원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지만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작년 10월에는 해외 자원개발회사에서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는 두번째 펀드를 출시했다. 국내 금융회사 등 기관 투자자들이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박 대표는 “1년 정도 자금을 운용했는데 지금까지 투자 수익률이 10.8%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주식, 채권 투자 가능한 운용사로 탈바꿈 준비중
RG에너지자산운용은 현재 100% 해외 자원개발에만 투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식, 채권 투자로 발을 넓힐 계획이다. 자원개발 전문 투자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전통자산에 일부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외 자원개발 운용사는 현재 주식, 채권에 투자할 수 없지만 사모펀드의 경우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 대표는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투법)을 적용받고 있어 해외 자원개발에만 투자해야 하고 투자 방법도 제한돼 있다”면서 “주식, 채권 투자가 가능해지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전문 인력을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운용 인력은 7명이다. 그는 “자원공학과 금융을 동시에 이해하는 운용역을 찾기가 아주 어렵다”면서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다른 한 쪽 분야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을 채용해 해외 자원개발 투자 전문인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자원개발 전문 운용사라는 특수한 성격 때문에 겪는 남다른 고충도 있다. 해외자원개발법에 따르면 현재 보험, 은행 등 금융기관은 해외 자원개발 펀드 총 자산의 15%에 해당하는 금액만 투자할 수 있다. 과거에 금융회사들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과도하게 투자해 큰 손실을 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던 사례를 막기 위해 도입된 법이다. 박 대표는 “이 규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회사가 소수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관심을 거의 갖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법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신재생 에너지 자원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 대기업이 태양광 시설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는데 RG에너지자원운용이 자문 역할로 참여했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 중에서도 앞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서 “국내 기업과 손잡고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