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2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주도해 온 기업의 뒤엔 금융이 있다. 금융사와 기업은 오랜 기간을 함께 한 동반자였고, 서로의 발전을 독려하는 짝꿍이었다.
실물경제를 밑바닥에서 지원하는 일도 은행의 몫이자 크게는 금융의 존재의의다. 금융이 기업의 숨통을 터 줘야 실물 경제에 피가 돌고, 이는 다시 금융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금융과 실물의 아름다운 동행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 최근에는 창조경제 창조금융이라는 정부 정책방향도 금융과 실물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당장 드러난 재무지표가 아닌 기술력과 성장성을 보자는 주문이다. 그래야 기업이 도약하고 일자리가 생기고, 결국 금융도 실력이 쌓인다. 머니투데이는 고비때마다 이처럼 서로 믿고 화답하는 금융과 실물의 상생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세기의 짝꿍-함께 걷는 금융,4-①] 하이레벤
유상필 하이레벤 대표(38)는 2007년 근무하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에 사표를 던졌다. 6년 동안 근무했고 지식경제부 산하 국책 연구소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카이스트(KAIST) 석·박사 출신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무를 하던 유 대표의 창업 결심 때문이다. 대학교 선배들이 IT벤처 붐을 이끄는 것을 경험한 그는 창업이라는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3년이라는 무급휴직도 포기하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유 대표는 당시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2007년은 고유가 문제가 대두되며 신재생 에너지 분야가 막 조명받기 시작했을 때다. 사표를 내고 1년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았다. 태양광이었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하던 분야가 신재생에너지인데다 태양광발전사업이 크게 조명될 조짐이 보였던 것. 그는 귀국 후 곧바로 친구 2명과 5000만원으로 2008년 5월 하이레벤을 창업했다.
◇태양광 발전 고효율 시스템 '녹색벤처기업' 하이레벤
태양광발전의 핵심은 태양빛을 받아들이는 태양전지다. 태양전지에 먼지가 쌓이거나 하면 발전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태양전지는 표면 온도가 섭씨 1도씩 올라갈 때마다 0.5%씩 발전효율이 떨어진다. 그렇게 때문에 태양전지 관리가 중요하다. 하이레벤은 이런 부분을 관리, 발전효율을 높여주는 태양광발전 'BOS(balance of system)' 전문 기업이다.
쉽게 얘기하면 물을 뿌려 태양전지 표면을 세척해 준다. 하이레벤은 태양광 패널을 냉각 및 세정하는 장비인 '썬업(SUNUP)'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이 장비는 태양전지 모듈을 냉각·세정해 주는 것만으로 발전효율을 20% 이상 높여준다. 시간 등의 조건에 따라 모든 동작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신생 벤처기업 제품을 써주는 곳은 당연히 없었다.
유 대표는 직접 태양광발전소를 찾아 나섰다.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썬업 시제품은 지식경제부의 친환경전기에너지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시제품을 들고 무작정 대기업을 찾았다. 문턱은 역시나 높았다. 고생 끝에 삼성의 김천태양광발전소에 처음으로 시제품을 설치했다. 유 대표는 "이 발전소에서 효율이 20% 더 나온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내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으로 첫 매출이 만들어져 감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하이레벤은 현대아산태양광발전이 충남 아산시 금성리 현대차 아산공장에 설치한 10MW급 태양광발전시스템에 운영관리(O&M, Operation & Maintenance)사업을 맡고 있다./사진제공=하이레벤
실력이 입증된데다 아이템이 녹색성장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맞아떨어져 초기부터 많은 기회도 잡았다. 필요한 자금은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 벤처캐피탈(VC) 투자금 등으로 메웠다. 기술개발 역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썬업은 현재 썬맥스(SUNMAX)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산업용 외에 가정용인 '솔라케어(SOLARCARE)'도 있다.
관련 특허도 국내 130여건, 해외 10여건에 달한다. 그 결과 하이레벤은 2011년 11월 올해의 녹색기술 기업에 선정되는 등 여러 상도 받았다. 유 대표는 국가 경제발전과 기술창업 및 청년창업 활성화에 기여한 청년기업인에 주는 '2014 청년기업인상' 국무총리 표창도 수상했다.
◇불과 20여일 만에 담보없는 TCB 대출 이뤄낸 신한은행
하지만 회사 재무상태는 다른 벤처기업과 같이 취약하다. 지난해 처음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차입금 의존도는 42%나 됐다. 유 대표는 "태양광발전에 대한 시황은 그리 좋지 않지만 2012년부터 유지관리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 일본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진출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 큰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선 원자재 선(先)발주가 필요한 데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도 하이레벤은 80억원의 매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문제는 원자재를 발주해야하는 데 자금이 부족했다. 이에 유 대표는 회사 지분을 VC에 더 팔까도 생각했었다. 하이레벤의 재무상황이나 신용으로는 선뜻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은행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 신한은행과 하이레벤의 운명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신한은행 반포남금융센터는 하이레벤 창업투자회사를 통해 하이레벤의 상황을 듣게 됐다. 이어 신한은행 관계자가 유 대표를 만나 기술신용평가(TCB) 대출 상품을 설명했다. 유 대표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하이레벤 본사 사무실에서 유상필 하이레벤 대표(사진 가운데)가 이태경 신한은행 반포남금융센터 지점장(오른쪽), 제창길 반포남금융센터 부지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기성훈 기자
신한은행은 내부 회의부터 가졌다. 신한은행은 유 대표의 열정과 기술력 등을 높이 사 논의를 거친 후 대출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무제표 심사만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했지만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한국기업데이터(KED)의 기술심사를 받았다. 심사서 하이레벤 기술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금융공사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마련한 '온랜딩(On-lending·전대)' 대출을 신청했다. 하이레벤은 5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신한은행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신한은행이 60%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조건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담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해준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대출 착수부터 실행까지 불과 20여일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도 "신한은행의 제안이 고마웠지만 사실 0%도 기대하지 않았다"며 "적기에 안정적인 자금조달로 신규 매출처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금융에 답이 있다"
신한은행과 하이레벤의 시너지 효과는 이제부터다. 두 업체 간 기술금융지원이 계기가 돼 하이레벤은 지난달 열렸던 창조경제기술금융박람회 참가 업체로 선정됐다. 박람회를 통해 하이레벤은 회사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여기에 하이레벤의 지속 성장을 위한 신한은행의 노력 역시 계속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일본 태양광발전 시장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는데 하이레벤을 펀드 운영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소개했다. 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원체계도 진행할 것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인 신한은행재팬(SBJ)은 지난해부터 일본 태양광발전 사업에 참여해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에 답이 있다'라는 강한신념으로 기술력이 있는 거래처를 개척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도 "특허를 가지고 있고 정부로부터 상을 받았지만 자금 문제는 언제나 풀기 어려운 숙제"라면서 "벤처기업이 신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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