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등세계경제정치사회역학분석

세계경제 악화는 ‘선거’ 때문이야 2011.11.03 시사IN

Bonjour Kwon 2011. 11. 27. 06:51

내년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유럽이 줄줄이 선거를 치른다. 세계경제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선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를 겨냥한 각국의 정쟁으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거대 야당인 공화당은 과연 이 나라 경제의 회복을 바랄까? 바라긴 할 것이다. 그러나 ‘빠른 회복’을 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년(2012년)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그때까지는 경기가 바닥을 기어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부지출을 막고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에도 시큰둥한 것이다. 정치는 이런 식으로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내년이 세계적 권력 재편기라는 점이다. 경제위기 상황이 본격화해서 어느 때보다 조밀한 거시경제 정책과 국제협력이 필요한 이 시기, 각국의 정쟁이 세계경제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2년은 세계경제의 양대 축(G2)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권력 교체가 이뤄지는 해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11월에 총선과 대선이, 중국도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리커창 총리 체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남유럽 위기로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이는 유로존의 주요 국가에도 선거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스페인은 오는 11월 총선에 이어 내년 3월에 대선을 치른다. 프랑스 대선은 내년 4월이다. 독일 총선은 2013년이지만, 남유럽 지원을 둘러싸고 이미 정치적 격돌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스·이탈리아의 총선과 대선도 2013년 초에 몰려 있다.

이 밖에 G20 국가만 봐도 한국(12월), 러시아(3월), 멕시코(7월), 인도(7월), 터키(12월) 등이 내년에 대선을 치른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대학 교수가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10월3일자)에서 밝혔듯이, “내년 선거를 겨냥한 정쟁이 이미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필요한 경제 정책이 수행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공화당의 ‘몽니’가 경제 전망 좌우


가장 극적인 사례는 미국이다. 집권 민주당과 거대 야당 공화당이 당운을 건 정책 대결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처지에서는 내년 선거에서 이기려면 빠른 경기 회복과 일자리 늘리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민간 투자와 소비는 여전히 저조하다. 그렇다면 유일한 해법은 민간 부문(투자와 수요)이 활기를 되찾을 때까지 정부지출과 통화량을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산층 이하의 세금은 줄이고(기업과 노동자가 각각 7%씩 부담하는 고용세에 대한 감세안), 부자 및 대기업에게는 증세해서 수요를 진작시키려 한다. 부자 증세는, 너무 많은 돈을 가져 충분히 소비하지 못하는 부자의 돈을 징세와 정부지출을 통해 중산층 이하의 소비로 돌리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재정·통화 팽창 때문에 언젠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본다. 적어도 인플레이션은 경기가 과열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금처럼 미국과 세계경제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벌써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대선을 1년여 앞둔 민주당으로서는 설사 이후 고강도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덮친다 해도 경기 활성화 혹은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 정부지출을 늘릴(혹은 유지할) 정치적 이해를 가진 것이다.


   
ⓒAP Photo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월2일 연방정부 부채 증액안이 상원에서 통과된 뒤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공화당에게는 빠른 경기 회복이 그리 달갑지 않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경기가 대선 직전에 바닥을 치고 2013년 초부터 다시 상승세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화당의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고, 미국 투자 분석지 <머니모닝>의 마틴 허친슨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2013년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탈 때 공화당이 집권한다면, 2016년 대선에서 다시 승리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4년간(2009~ 2012년) 경제를 지지부진하게 운영해온 민주당을 ‘경제에 실패한 정당’으로 찍어 그 브랜드 이미지까지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공화당이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지출에 왜 그토록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난여름, 국가부채 한도를 높이기 위한 협상에서 공화당은 ‘국가부도가 발생해도 무방하다’는 식의 ‘벼랑 끝 전술’을 펼쳐 정부지출을 깎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정부의 ‘국가부채 한도 높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차례 거듭돼온 일인데 공화당이 몽니를 부린 것이다. 지난 9월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에도 공화당은 매우 냉소적이다. 공화당으로서는 현재의 미국 경제를 망치면 숙적인 민주당도 망칠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내년 11월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필사적으로 재정지출과 재원 마련을 위한 부자 증세를 밀어 붙일 것이다. 다른 길이 없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것이다. 양대 정치세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FRB(미국 중앙은행)는 자율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객관적으로 통화 팽창이나 긴축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정쟁 때문에 이를 단행하지 못하고 때를 놓치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위기설이 확산된 바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초거대 금융기관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는 2008년 가을을 훨씬 뛰어넘는 재앙으로 발전할 것이다.


중국:신정부의 ‘선물’이 ‘재앙’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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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부주석(오른쪽)과 후진타오 주석(왼쪽)이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국의 권력 승계는 내년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와 2013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를 거쳐 시진핑 주석-리커창 총리 체제가 등장하면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을 통치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 정치 지도자가 등장하고 자리를 잡는 2012~2013년은 중국의 사회·경제 시스템 개편이 예고된 시기이기도 하다. 엄청난 빈부격차를 동반한 그동안의 ‘성장·수출 중심’에서 ‘분배·내수 중심’ 노선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특히 신정부(시진핑-리커창) 처지에서는 인민에게 줄 ‘선물’이 필요하다. ‘분배·내수’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체면을 세우고 신정부의 권위를 굳힐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 그동안 지나치게 과열되었던 중국 경제의 거품을 체계적으로 제거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배·내수 중시’와 ‘거품 제거’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용어를 빌리면, 거의 ‘기본 모순’ 관계이기 때문에 자칫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2008년 가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유럽의 경기침체로 수출이 줄어들자 전례 없는 규모의 재정·통화 팽창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대응했다. 국유 은행이 지방정부 및 국유 회사에 천문학적 자금을 대출해 대대적인 투자 붐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 미국의 투자 분석지 <비즈니스 모니터>의 9월 보고서를 살펴보자. “금융위기 이전 6년 동안 늘어난 중국의 통화량과 이후 2년 동안 통화 증가량이 비슷하다. 중국의 GDP는 미국의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의 통화량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더욱이 ‘중국 같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지나친 투자는 반드시 거대한 거품과 폭발로 이어진다. 이미 여기저기서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철도부는 지난 1분기 38억 위안(약 6817억원)에 달하는 기록적 적자를 냈다. 중국의 국유 철도건설회사인 중국철도공사와 중국철도건설공사의 주가는 올 들어 40% 넘게 떨어졌다. 국유 은행들이 지방정부 등에 대출한 14조2000억 위안(약 2547조원) 중 상당 부분이 돌려받기 힘든 부실 채권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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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점령’ 시위대가 10월15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사용할 대표적 정책수단이 통화팽창과 위안화 절상이란 것이다. 그동안 미국 우파들은 미국의 유동성(통화량)이 지나치게 부풀어 새로운 경제위기를 불러올 거라고 우려(?)해왔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유동성은, ‘적정 수준’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더욱이 이미 유동성이 과잉인 상황에서 통화팽창으로 내수를 부양했다가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중국경제의 연착륙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위안화 절상도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인지 불확실하다. 위안화를 절상하면 중국이 수출하는 상품의 현지 가격은 상승하고 수입품 가격은 내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 기업은 단기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겠지만 인민은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절대적’ 수출시장인 미국·유럽의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릴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 속에서, 시진핑 체제가 위안화 가치를 과감하게 올릴 수 있을까. 더욱이 시진핑은 중국 ‘공산 귀족’ 자제 모임인 ‘태자당’ 출신이다. 그가 주석으로 발탁된 것도 수출 대기업 기반의 정치세력인 ‘상하이방’의 후원을 업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그가 수출 대기업의 이익에 상반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

이런 까닭에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중국 지도부의 분배·내수 중시 노선은 ‘립서비스’에 불과할 수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신정부’의 정치적 리스크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시진핑 체제는 후진타오 체제와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양극화 처방을 강력히 제시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재앙이 될 수 있다. 먼저 내수를 자극하기 위한 통화팽창은 높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위안화 가치를 절상(=국내 물가 인하)해야 하는 데 이 또한 위험한 선택이다. 위기 상황에서 수출 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고 값싼 수입 소비재 때문에 국내 농업 등이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동산 거품까지 터지면 중국은 이후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 유로존:유럽 살리기보다 내 코가 석 자


2012년 유로존의 존속 여부는 회원국 간 정책 협력에 달려 있다. 독일·프랑스 등 유로존 내의 부국들은 세금을 걷어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가는 구제금융의 조건인 과격한 재정긴축을 수용해야 한다. 문제는 각국 내부의 정치 상황이다. 부자 시민은 자신의 세금이 구제금융에 쓰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재정위기 국가는 긴축에 대한 시민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국 정치세력이 2012~2013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유로존 존속에 어긋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최근 유럽재정안정화기금(EFSF)을 2500억 유로에서 4400억 유로로 확충하는 가운데 나타난 분규들이다. 특히 가장 많은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독일인의 반발이 거셌고, 이런 와중에 집권 중도우파연합은 지난 9월 초 선거에서 참패했다. 문제는 앞으로 EFSF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니터>는 4400억 유로는 그리스 위기를 해결하는 데 안성맞춤인 정도이고 앞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감안하면 EFSF를 2조 유로 규모로 조성해야 하리라 본다.

이런 와중에 프랑스가 내년 4월 대선을 치를 예정이고, 독일 정치세력도 2013년 총선을 앞두고 정쟁에 들어갈 것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에는 이미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을 정도로 반발이 거세다. 독일이 과연 추가적인 구제금융 확충을 주도할 수 있을지 우려가 확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유로존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버금가는 위기가 터지고, 구제금융 지원국의 시민이 남유럽 위기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실감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한편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에서는 재정긴축에 반대하는 시민 저항이 거세다. 지난봄부터 시민이 도심을 점거하고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9년 이후 시행된 긴축만으로도 이미 서민생활이 바닥까지 전락했는데 ‘더 긴축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위기 국가에 시행되는 긴축정책이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는 것도 어느 정도 실증적으로 증명된 상태다. 제도권 정당들은 유로존과 시민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좌파 정당이든 우파 정당이든 긴축 요구를 받아들여야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대체로 ‘긴축’을 수용하고 있으나 이를 시민에게 설득할 방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존 탈퇴’가 서서히 여론을 타고 있다. 2012~2013년 선거와 맞물려 이 지역 정당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유로화와 세계경제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