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등세계경제정치사회역학분석

독일병정 '유독 독일만이 탄탄한 경제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천복 블로그 2012.07.09

Bonjour Kwon 2012. 7. 10. 11:34

아테네에 들어서면 가장먼저 느껴지는 분위기가

침침하고 어둡다는 것이다.

값진 골동품이 오래동안 먼지가 쌓여 본래의 모습을 잃은채 처연한 모습을 하고있는,

그렇게 가라앉은 도시가 아테네다.

사성급 호텔의 남루는 지금 이 나라가 얼마나 쪼들리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줬다.

제때에 손 봐주지못한, 그래서 모든게 낡아버린 시설들은 ‘국가적 가난’ 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깨닫게 했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의 모스크바가 붕괴직전에 이런 모습을 하고있었다.

등이굽은, 사제복을 입은 정교회의 늙은 성직자가 음식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은 상당기간 그리스가 다시 일어서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한때 그리스는 지중해세계의 주인 이었으며,

그 언어는 최초의 세계공용어 였다.

신약성서가 그리스어로 기록되었고 구약성서도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어로 번역

되었다.

알렉산더대왕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고, 그의 헬레니즘은 오히려

문화적으로 정복자 로마를 정령했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는,

미국 하바드대의 경제학교수 출신이며 이 늙은 사회주의자는 1981년부터 두차례

11년동안 그리스의 총리로 재직했다.

그는 사회주의자답게 집권초기부터 ‘재분배’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뒀다.

의로보험 혜택을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고,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평균임금을 대폭 올렸으며,

연금 지급액도 상향조정했다.

기업들이 경영실적이 나빠도 직원들을 해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늙은 사회주의자의 복지정책 덕분에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늘어났고,

빈부격차도 상당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국민들은 60세 이전에 은퇴, 퇴직전 임금의 80%를 연금으로

받으며 주변 선진국 국민들이 부러워 하는 안락한 노후를 보냈다.

이런 안드레아스의 시대는 그후 그리스의 앞날을 결정적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이미 국민들은 과복지에 깊이 맛들여 있었고, 이런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기위해

사악한 정치인들은 더 많은 빚을얻어 복지를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악순환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늙은 사회주의자 안드레아스가 집권하기전 연평균 4.7%의 건실한 경제성장율을

가지고 있던 그리스는 그가 집권하고 재분배를 시작한후 1.5%로 뚝 떨어졌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0%에서 80%로 치솟았다.

빚쟁이 나라가 된 것이다.

2009년 유럽연합은 빚더미위의 그리스에 대해 여러차례 국가재정의 파탄위험을

경고했다.

꿔다 쓴 돈의 만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그걸 갚을 돈이 없는것이다.

안드레아스의 아들 파판드레우가 총리로 취임한게 바로 그때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있던 파판드레우는

공무원 임금과 각종 복지수당을 줄이고

연금 지급연령을 늦추었으며

공기업들을 민영화하는 구조조정과

복지개혁을 시작했다.

늙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의 유산을 부정하고 폐기처분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해동안 전 노동계가 7차례의 전면파업을 벌렸고 공무원들까지 거리에 나서서

파판드레우의 긴축정책을 반대했다.

한번 맛을들인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국가라는 배가 빚더미에 눌려 가라앉고 있는데도 모두가 제몫을 챙기려고 널 조각을

뜯어내고 있는것이다.

 

 

7월2일 EU통계청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27개 회원국의 25세미만 청년실업율은

그리스가 52.1%로 스페인과 함께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신용등급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경제불안국가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로 36%.

영국과 프랑스는 22%.

그런데 같은 회권국인 독일은 7.9%,

회원국 평균실업율인 14.1%보다도 낮았다.

25세 미만의 그리스 청년 100명중 52명이 실업자인 반면,

독일은 8명이 채 안된다는 얘기다.

그리스 문제에 대한 독일의 역할이 계속 강조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EU안에서 발생하는 국가들간의 불균형문제는 당사국들이 유로화 라는 공용통화-

돈을 쓰고있기 때문에 환율조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통합 문제가 제기되는게 그 때문이다.

결국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내수조정에만 의존해야 되기 때문에 불균형 해소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더 힘든것은 이러한 내수조정도 그리스와 같은 경상수지 적자국의 긴축에 의존해서

이루어 져야한다는 점이다.

긴축은 성장둔화로 이어져 재정부실을 오히려 심화, 부채의 덫에 빠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리스의 형편이 꼭 그렇다.

 

 

그리스와 같은 당사국은 물론,

모든 EU회원국들, 그리고 세계가 독일을 쳐다보는것은

유럽의 역내 불균형문제 해결의 열쇠를 독일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총생산 대비 소비비중이 57%인 독일은 G7중 그 수준이 가장 낮기 때문에

내수조정의 여지가 크다고 할수있다.

독일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데 정작 독일은 회원국들의 긴축을 통한 해결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하고있다.

역사적으로 인풀레이션에 대한 트라우마가 유독 강한게 독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일은 끝까지 그리스문제에 대해 외면할수 있을까.

해답은 비용의 문제에서 찾을수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와 EU의 유로존이 붕괴 되었을때 그 혼란과 엄청난 비용보다는

그리스를 지원하는 비용이 훨씬 적기 때문에 독일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그리스도 살고, 유로존도 살고, EU가 사는길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독일이 정할수 있지만 EU와 유로존은 살아남는 것이다.

한편 포루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국면은 전혀 달라지게

된다.

훨씬 심각해 지는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전체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격고있는 와중에서

유독 독일만이 탄탄한 경제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 막 20-50클럽에 가입한 우리로서는 독일의 사례에 대해 연구하고 배워야한다.

우리의 갈길이 그리스의 뒤가 아니라 독일의 뒤를 따르는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5년,

한때 12.5%까 치솟았던 평균실업율은 지금 5.7%로 통일후 가장 안정적이다.

25세 이하 청년실업율도 8.9%로 EU회원국중 가장 낮다.

 

2011년 수출액은 1조 4.756억 달러로 사상최대이며,

경상수지 흑자도 세계1위다.

 

독일은 2004년부터 8년 연속 매년 1000억 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유일한 선진국이며,

 

최근 10년간 G7국가중 1인당 GDP상승율이 가장높은 나라다.

국채의 경우 그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 전세계 국채중 그 선호도가 가장높은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독일은 유럽의 우등생인 것이다.

이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현실이다.

 

 

통일이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경제에서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것을들 압축하면

구체적인 요인들이 우리눈에

 들어온다.

 

우선 돋보이는 부분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선진국 이면서도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저임금

신흥국들의 도전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이 탄력을 받는만큼 수출입무역, 경상수지의 흑자증가, 실업율이

낮아지는 산업-고용구조가 정착돼 있고,

사회전반의 낮은 부패와 정치적 안정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기초가 단단한 것이다.

 

독일정부의 재정적자는 GDP대비 1.1%로 선진국중 가장 양호하며,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81.5%로 선진국 평균보다 20%포인트 이상 낮다.

다음이 가족형 중소기업들과 고급자동차, 화학, 정밀기계같은 제조업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852개나 된다.

가계의 순 저축율은 11.3%로 선진국중 가장 높으며

신용카드 사용율은 6.8%로 세계최저 수준이다.

무서운 짠돌이들 이라는 얘기다.

 

 

독일성장의 핵심동력은 수출이다.

독일의 강점은 크기보다는 내용에 있다.

경쟁자가 많은 소비재가 아니라 아무나 모방할수 없는 기술, 즉 ‘생산재’ 를 파는

것이다.

생산재 수출형의 경제구도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구도를

만든다.

즉 중국등 신흥국들이 자기들의 수출물량을 늘리거나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려면

독일의 ‘정밀생산기계’ 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수준높은 고부가가치의 높은 기술을 보유하게 된것은,

유한기업제도 때문이다.

 

소수의 창업자나 임원들이 적은자본으로 세울수 있는 유한기업단기순익을 압박

하는 주주들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단기실적에 구애받지않고

장기적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할수 있다.

 

전체기업중 99.6%(367만개)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도 독일경제의 강력한 견인차다.

이중 그 제품으로 세계시장 점유율1-3위안에 들어가는 챔피언급이 1.350여개다.

이 중소기업들은 총매출의 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이는 미국기업의 평균에 비해 2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금의 독일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이 속한 기독,기사연합(CDU) 이 슈뢰더 정권에 이어

집권한것이 2005년,

그리스의 전철을 밟아가던 독일경제에 대해 슈뢰더총리는 그 위험을 직감, 복지와

노동시장에 대해 일대 혁신작업을 시작했다.

국민 개개인이 누리던 상당한 기득권을 회수한 것이다.

슈뢰더는 기본임금을 낮추고, 연금등 복지혜택을 과감히 줄였으며 공공부문 지출을

축소했다.

시위대가 총리의 공관앞에까지 몰려와 위협했지만 슈뢰더는 굴복하지 않았다.

독일이 사는길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라운것은 당시 야당당수였던 메르켈이 집권당의 슈뢰더편에 선 것이다.

메르켈은 집권후에도 슈뢰더의 긴축정책을 이어갔다.

그게 옳은길 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독일이 있게된 정치적 배경에는 독일의 사는길을 선택한 용기있고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안정없이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가장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금융그룹 알리안츠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미하엘 하이제 박사는,

강력한 제조업에 비해 새 성장산업이 부진하고 IT부문이 취약한것이 독일의

아킬레스건‘ 이라고 진단한다.

독일이라고 왜 약점 없겠는가.

그러나,

직업준비 학교로서의 중학교 교과과정,

직업학교로서의 고등학교,

마이스터-대학을 통해 체계적으로 기술교육을 받고,

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실습(회사) 과 이론(학교) 의 이중교육을 받게되는 교육제도는

청년실업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기업은 안정적으로 즉시 현장에 투입할수 있는

숙련공들을 확보할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게 독일이다.

바로 이들이 독일병정의 ‘전차군단’ 이다.

 

국민일반의 성실한 생활태도,

평준화된 전문적인 근로정신,

높은 저축율과 근검절약하는 소비생활,

 

체계적인 기술교육, 정치적 안정은 우리가 힘써 배워야할 독일병정의 나라가 가지고있는

장점들이다.

 

이제 막 20-50 클럽에 가입한 우리로서는 독일이 가지고있는 기초실력과 저력에 대해

공부하고 배워야한다.

대한민국이 한 국가가 올라설수 있는 정상에 서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현상에는 반드시 보편적인 원인이 있다.-yor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