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2
국내최대 부동산신탁 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을 둘러싼 복잡한 M&A 싸움, 지난해 11월 이 코너를 통해 들여 봤었는데요. 해가 바뀌었는데 싸움이 종료되기는 커녕 싸움의 참여자가 더 늘었습니다. 최대주주와 경영권을 갖고 있는 2대주주에 세계최대 사모펀드가 얽힌 싸움에서 이젠 유명 국내 토종 사모펀드까지 끼어든 모양새인데요. 보도팀 전필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 기자, 그간 한토신을 둘러싼 M&A 경과를 간단히 얘기해 주시죠.
기자 - 한국토지신탁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스텀 PEF는 세계최대 사모펀드인 KKR이 LP로 참여한 파이어니어 PEF에 보유지분 31.42%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었는데요. 하지만 금융당국이 KKR의 대주주 적격심사를 해주지 않으면서 이 계약은 무효가 됐습니다.
당시 아이스텀과 파이어니어측이 맺은 계약의 주당 매각 가격은 1630원, 총액은 1300억원이 넘었는데요. 이에 대해 아이스텀측 일부 LP들이 강력 반발했습니다. 몇 년간 지분 매각이 지연되면서 일부 LP의 경우 손실율이 50%에 육박하는데 헐값 매각을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마침 주가도 아이스텀이 매각하려는 가격의 2배 이상에서 형성돼 있었고요.
이 때문에 LP들은 아이스텀과 파이어니어측 계약이 무효가 되면서 새로운 인수자에게 매각을 하거나 LP들이 개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현물출자를 해 달라고 요구를 했는데요. 아이스텀측은 지난해 연말 파어이니어측과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대신 주당 매각가격은 인상됐는데요. 주당 1850원, 총액 1476억원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앵커> 매각 조건은 다소 좋아졌다지만 파이어니어측의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진 KKR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심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나요? 한토신은 금융기관이라 대주주 적격심사를 받지 못하면 계약 자체가 성립이 안 될텐데 이 부분은 달라진 게 있나요?
기자 - 여기서 파이어니어측이 나름 묘수를 하나 꺼내 들었습니다. 국내 최초 PEF인 보고펀드를 끌어들인 것인데요. 보고펀드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과 은행 매각을 담당하다 ‘외국 자본에 대항하는 토종 펀드’를 목표로 2005년 세울 때부터 화제가 된 펀드죠.
보고펀드는 노비타, 아이리버, BKR 등의 투자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했으나 LG실트론 인수 실패로 체면을 구긴 상태입니다. 이번 한토신 인수전을 계기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보고펀드가 들어왔다지만 KKR도 그대로 남아있는데 금융당국의 판단이 달라질까요?
기자 - 파이어니어측에 대한 출자비율이 달라지는데요. 이전에는 KKR이 30% 이하씩 세군데로 분리 출자해 사실상 KKR이 절대 지분을 갖는 구조였다면 이번엔 보고펀드가 50%, KKR측이 45%, 한화자산운용이 5%를 출자한다고 합니다. PEF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보고펀드가 갖기 때문에 파이어니어측은 이번엔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다만 금감원 입장은 아직 원론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초 아이스텀과 파이어니어측 계약 연장 만료시한이 지난달 30일이었는데요. 하지만 대주주 승인절차가 진행 중이면 한달 연장할 수 있다고 했으니 이달 중으로만 승인이 나면 됩니다. 일각에서는 보고펀드가 들어오면서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긴 합니다.
앵커> 보고펀드의 경우, 지난 2007년말 인수했던 LG실트론 건이 꼬이면서 최근까지 별다른 활동을 못했는데요. 이번 한토신 인수전이 성공한다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이런 평가도 있다면서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지난 연말 계약 연장을 하면서 맺은 주당 인수가격이 1850원인데요. 최근 한토신 주가는 이보다 2배 이상 가격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수만 하면 100% 평가이익을 안고 시작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게다가 한토신 실적이 2011년부터 계속 좋아지면서 사업전망도 나쁘지 않습니다. 2010년까지는 적자였으나 2011년 452억원의 흑자를 냈고, 지난해엔 8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LG실트론 건으로 자금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던 보고펀드 입장에서 투자자를 모으기가 그만큼 쉬웠을 것이란 평가가 있습니다.
앵커> 사는 쪽 입장에서 보면 가급적 싸게 사면 좋은 것이지만 파는 쪽 입장에선 너무 싸게 팔았다. 그런 불만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스텀에 투자했던 LP들중 일부는 지난번에도 강력히 파이어니어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했는데, 매각 단가가 다소 올랐다지만 여전히 시세의 절반 가격에 매각하는 것에 대해 수긍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기자 - 그렇습니다. 아이스텀의 일부 LP들은 아이스텀 GP(운용사)를 맡고 있는 아이스텀트러스트측을 계속 맹비난하고 있는데요. 더구나 파이어니어 외에도 아이스텀으로부터 한토신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이 있는데도 파이어니어에게만 매각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앵커> 지난해 12월이었죠. 우리 아시아경제TV에서 단독 보도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메리츠종금증권이 한토신 지분을 사겠다는 의향서를 보냈었죠? 그건 어떻게 됐나요?
기자 - 메리츠종금증권쪽 담당 팀장에게 확인을 해보니 메리츠종금쪽은 아이스텀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이스텀측에서 아예 대응을 안한 것이죠.
앵커> 상식적으로는 파는 쪽은 사는 쪽이 다수여서 경쟁이 붙으면 가격도 올라가고 좋은데 왜 답변을 안할 것일까요? 이에 대해 아이스텀 GP측 답변은 어떻던가요?
기자 - 지난해 11월 취재때도 같은 주제로 질의를 했었는데요. 공식적인 답은 하지 않았지만 기존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한토신 주가가 오른 것은 KKR이 들어온 측면이 강하고, 만약 KKR이 빠져나간다면 이 주가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인데요. 전체 지분의 1/3 가량을 매각하는 작업이니 일정부분 디스카운트 될 수밖에 없다는 것죠.
앵커> 그래도 50% 디스카운트는 이해하기 힘든데요. 아무리 GP측이 펀드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돈을 낸 LP들의 위임을 받아 하는 것인데요. 일부 LP들이 반발을 하고 있는데도 GP가 파이어니어란 특정 펀드를 밀 수 있는 이유도 궁금하네요.
기자 - 아이스텀 PEF의 LP는 법인과 개인을 합쳐 14곳인데요. 이들 LP간 입장이 다릅니다. 크게 대형 기관과 중소법인들의 입장이 확연히 다른데요. 기관들은 이미 대손충당금을 다 쌓아놓은 상태라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인 반면 중소법인들은 한푼이 아쉬운거죠.
그래서 GP측을 압박하고 있는 LP들은 기관 LP들이 나서서 GP들을 압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데요. 하지만 기관측은 GP에게 맡겨두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아이스텀 LP로 참여하고 있는 신한은행 담당자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신한은행 담당자
저희가 일부러 간여를 전혀 안하는데. 아이스텀 GP가 할 역할이지 LP가 할 역할이 아니잖아요. 신한은행은 단순히 LP로 들어간거고... 저희야 빨리 회수해서 매각되기를 바라는 거고 …. 그외에는 없고, 전화통화도 안하는데 LP들한테 작년부터 진짜 열받는데 왜 그렇게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압박을 해서 3~4년 허송세월을 했잖아요. 1~2년만에 M&A가 진행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3~4년 된거 같은데. 그 사이에는 압박을 안했답니까. 다 압박을 했지. 지금은 주가가 경영권 분쟁 때문에 이상적으로 뛰니깐 그렇지. 불과 1년전만 해도 천원 밑으로 가 있었을 수도 있었거든요. 이 주가가. 저희는 일체 그런 잡음에서 빠지려고 어떤 의견피력을 안하고 있어요. 저희가 그분들 의견을 동조해서 같이 집회할 필요도 없고, 그럴 필요도 못 느끼고 ….
앵커> 서로 연락이 없다지만 GP측과 신한은행측 입장은 같아 보이는군요. 지금 주가는 정상적인 주가가 아니다. KKR이 들어온 덕이다. 지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8000만주 가까운 물량을 팔수는 없으니 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들리는군요.
하지만 사겠다는 기관이 새로 나타났는데도 파이어니어 한 곳만 고집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일부 LP들은 신한은행이 이렇게 여유를 보이는데는 아이스텀의 지분 매각작업이 지연되더라도 손해 볼게 없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면서요?
기자 - 그렇습니다. 신한은행은 계열사인 신한캐피탈과 총 85억원을 출자,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하곤 아이스텀 PEF에 가장 많은 돈을 출자한 곳입니다. 예보쪽 지분은 예보가 직접 출자한 게 아니라 아이스텀에 출자했던 곳이 망하는 바람에 떠안은 것이니 사실상 신한은행이 기관 LP의 맏형 격인데요. 출자지분이 많은 만큼 지금 가격에서 매각하면 손실 역시 적지 않습니다. 이대로 파이어니어에 지분을 매각하고 펀드가 해산하면 어림잡아 40억원 이상 손실이 나는 구조인데요.
하지만 신한은행측은 이 손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아이스텀 PEF에 대출을 통해 뽑아냈다는 게 일부 LP들의 주장입니다. PEF는 특성상 몇 년 안에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기 때문에 자기자본 외에 인수금융을 적극 활용하는데요.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은 PEF에 출자를 하면서 대출도 해줬습니다.
아이스텀 PEF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신한은행이 257억원, 신한캐피탈이 100억원을 아이스텀 PEF에 대출을 해줬고요. 계속 대출금은 늘어 2011년부터는 6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습니다. 이렇게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이 아이스텀 PEF로 받은 이자금액만 250억원이 넘고, 이중 신한은행측 이자 수취액은 170억원 이상입니다.
아이스텀에 출자만 한 일반 LP들 입장에서는 매각작업이 늦어질수록 아지비용 부담이 늘어나 손실이 커지는 구조지만 신한은행쪽에선 그 사이 출자금액 이상의 대출금 덕에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는 셈이니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긴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곳이 매수 의사를 나타냈는데도 그냥 알아서 하라며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은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앵커> 물론 대출을 해 주는 부서와 출자를 한 부서도 다르고, 국내 선두권 은행이 이자 수익 더 챙기겠다고 매각 지연을 방조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사겠다는 곳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매각 자산인 한토신도 실적이 좋아지면서 메리트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려웠던 때를 생각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지금까지 한토신을 둘러싼 M&A, 보고펀드의 진입과 신한은행이 포함된 LP들간의 서로 다른 생각들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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