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2
“이럼 100일간 아무것도 못합니다. 사실상 ‘개점휴업’이죠.”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자원개발관련 담당자들이 100일 동안 ‘강제 휴가’를 갈 처지다.
이유는 이달 26일부터 100일간 진행될 예정인 ‘국정조사’다. 남의 돈을 받아 굴려주는 민간업체가 국정조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이번 국정조사로 정부기관을 비롯, 자원개발을 위해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겼던 여러 고객들이 일제히 업무를 멈춰버렸다. 자산운용업계 입장에선 예기치 못한 ‘나비효과’인 셈이다.
“휴가라곤 하지만 마음 편치 않은 휴가죠.”
안 그래도 증권가에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친 가운데, 실적을 낼 만한 사업조차 뚝 끊겼다. 아예 자리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불똥은 회계 업계에도 튀었다. 해외 자원 개발 계약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회계사는 “당분간 자원 개발 관련 거래가 없을 것 같아 다른 인수합병 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급율을 높이자는 여론 흐름을 타고 2012년부터 자원 개발 사업에 집중했는데, 정치권에서 문제가 됐으니 앞으로 자원 개발 계약 건은 뚝 끊길 것 같네요.”
자원 개발 사업은 사거나 파는 것 모두 ‘올스톱 상태’다. 올해 들어 매입 건은 ‘제로’이고, 그나마 매각 건은 몇 건 있지만 성사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투자한 광구를 유동화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나비효과의 희생양이 된 관련 업계의 진짜 불만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지난 정부 사업을 폐기하는 관행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정부 시절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놓고, 정권이 바뀌자 열심히 일했던 관련자들은 오히려 사기꾼처럼 취급하는 분위기다. 정부 시책에 부응하며 전문적 역량을 기르기 시작했던 많은 관계자들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인생은 생각이나 해봤을까.
그보다도, 자원개발은 정말로 안해도 되는 분야가 된 것일까.
투자 실패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란 이름 아래 자원개발 등 거대한 산업과 연관 분야 자체를 5년마다 하나하나 부정하고 떠나 버린다면 우리에게 최종적으로 뭐가 남을지 모르겠다.
[연지연 기자 actres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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