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 칼럼]
에너지경제 / 2015-02-23
자원 공급은 제한돼 있다. 하지만 자원에 대한 수요는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간 자원확보 경쟁은 이미 전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분쟁이 대표적 사례다.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가스분쟁이 불거졌다.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의 주요 수송로인 우크라이나가 중간에 가스를 사용한 뒤 그 대금을 체불하면서 분쟁의 씨앗이 싹텄다.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수송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자 국제분쟁으로 비화됐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연합 국가들에 연료 공급이 전면 중단되자 해당국가의 연료 가동에 비상등이 켜졌다. 결국 겨울철 난방대란까지 빚어지게 됐다. 매년 가스 수요의 약 2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온 유럽연합 국가들의 타격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27개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핀란드, 슬로바키아 등 7개국은 가스의 100%를 러시아에서 공급받을 정도로 유럽연합 국가들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2010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서 중국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양국간 영유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중국은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의 희토류 최대 소비국인 일본은 결국 분쟁 17일만에 나포한 중국선장을 석방하면서 꼬리를 내렸다.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낸 것은 이른바 총성없는 자원전쟁의 신호탄이었다. 지구촌 국가들은 이 사건을 지켜보며 자원에 대한 위기의식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자원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현실로 입증한 생생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략적 목적으로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국가관계에서의 자원의 막강 파워를 여실히 보여줬다.
자원은 이제 국가간 이해관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됐다. 전문가들은 20세기 냉전을 에너지와 광물자원 같은 자원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개척 지역이 많은 아프리카와 남미지역은 이미 자원의 전쟁터가 된지 오래다.
아프리카는 과거 미국과 유럽이 독차지해온 자원보고(寶庫) 였으나 몇 해전부터 중국이 막대한 규모의 저금리 차관과 인프라를 앞세워 자원을 선점하고 있고, 일본과 인도 등도 가세하면서 판세가 바뀌고 있다.
자원의 무기화가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이해 관계자들이 공급과 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이른바 ‘전략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자원부국들은 자원 무기화현상과 함께 자원을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자원 민족주의’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원국유화를 시작으로 자국기업에 자원을 우선배분하고 외국에 대해서는 조세를 부과하며 수출 및 생산을 제한하는 등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진입 장벽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현실속에서도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은 여전히 자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세계1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원유의 56%, 가스의 29%를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에너지와 자원확보를 위해 당-정부-국영기업-정책은행간 유기적인 분업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국가 지도층은 에너지와 자원 확보를 위해 직접 해당 국가를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와 정책은행은 국영기업에 자금지원을 하고 국영기업은 에너지와 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중국은 국가에너지위원회(위원장 리커창 총리)와 국가에너지국을 중심으로 에너지자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2002년이후 전세계 자원기업을 무려 43개나 인수했다. 2009년-2010년에는 자원기업 인수에 76억달러를 투자했다.
일본기업의 2011년 해외기업 M&A상위 20건중 7건이 자원기업 인수라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총 투자액은 1조엔을 상회해 일본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09년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캐나다 블룸레이크 철광산 지분 25%를 확보하기 위해 뛰어 들었으나 중국 우한 철강회사에 참패하고 말았다. 2010년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매출액은 2억달러로 세계최대 광물기업 BHP빌리턴의 0.3%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광물자원개발 누적 투자 규모는 140억달러(약14조원)인 반면 메이저 광물업체인 발레(Vale)는 2013년에만 142억달러를, BHP빌리턴은 222억달러를 투자했다.
눈에 보이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총성없는 자원전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같은 전쟁은 지구촌 곳곳에서 쉼없이 터지고 있다. 자원은 유한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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