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6
남성우 한화큐셀 사장
잘 나간다는 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태양광 발전산업에 뛰어들던 시절이 있었다. 유가가 오르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표방하는 정권이 밀어주던 산업이었다. 불과 3~4년이 지난 지금, 정권이 바뀌고 유가는 하향 안정화되면서 태양광은 '한 때' 얘기가 돼버렸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정말 한 물 갔을까.
남성우 한화큐셀 사장 생각은 다르다. "석유로 불 때서 전력 일으키는 비중이 얼마나 되겠어요. 태양광 시장은 곧 제자리 찾아갈 거에요"
지난해 5월 삼성전자에서 한화그룹에 합류한 남 사장. 반년만에 그는 태양광 예찬론자가 돼 있었다. 최근엔 매출에서나 점유율에서나 한화큐셀을 세계 1위 태양광업체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 자부심을 주고 싶다는 게 남 사장의 꿈이다.
지난 10일 서울 장교동 집무실에서 남 사장을 만나 세계 1위 전략과 비전, 올해 목표 등을 들어봤다.
-유가가 워낙 많이 떨어져서 태양광 산업이 잘 될 것인지 우려가 많습니다.
▶유가가 싸니 태양광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요. 그럴 듯하지만 사실 별 관계는 없어요. 발전시장에서 석유에너지 이용률은 4%밖에 되지 않거든요. 오히려 가스가 훨씬 많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해를 하는 것 같아요. 좀 있으면 태양광 산업이 제자리를 찾아갈 겁니다. 가끔 환율이 요동을 치곤하는데 1분기, 길어야 반년정도면 안정화 되는 식이죠.
-큐셀과 솔라원 합병에서 어려움은 없습니까?
▶쉬울 리가 없죠. 중요한 건 합병 이후거든요. 시너지를 내야죠. 독일 큐셀은 기술이 좋아요. 태양광 회사에서 연구개발(R&D) 인력을 200명 보유한 곳은 세계적으로 여기 밖에 없습니다. 보통 태양광 회사라고 하면 장비 사다가 웨이퍼와 셀을 만들고 모듈 조립하는 정도인데 큐셀은 그런 회사들과 차원이 달라요. 솔라원은 기술이 독보적이에요. 소프트웨어와 기술이 만났으니 기반은 상당히 탄탄하죠. 시너지를 통한 경쟁력을 극대화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직원들끼리는 어떻습니까?
▶독일, 중국이 친하지 않더라구요(웃음). 두 회사 모두 자존심이 강해요. 화학적으로 시너지 내게끔 하는 게 올해 숙제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하는 방식을 상향평준화 하려 합니다. 진시황이 통일 이후 했던 일 중 하나가 개량을 통일한 것이었어요. 중국 전 지역을 교류시킨 건데 큐셀이나 솔라원 모두 일하는 방식이 달라요. 개발 프로세스, 마케팅, 지역전략, 제품 믹스 등을 교류시키고 효율성을 높이려 합니다.
남성우 한화큐셀 사장/사진=홍봉진 기자
-올해 통합법인 매출 목표로 30억달러를 잡으셨던데요.
▶목표액이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는데요. 가능할 겁니다. 이대로만 되면 세계 톱5에는 들어가게 돼요. 그 다음은 2017년까지 세계 톱3, 2020년에는 1등이 목표입니다.
전혀 의외인 나라에서 현대차나 삼성전자 제품 봤을 때 기분 좋은 것처럼 한화 태양광을 보고 국민으로서 자부심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경쟁기업들 상황은 어떻습니까?
▶대부분 미국과 중국에 몰려 있어요. 중국은 대체로 제품을 만드는 하드웨어 중심인 반면 미국은 금융을 일으키고 땅 사서 발전소 짓고 전기를 파는 것까지 하는 다운스트림 위주에요. 우리는 이걸 다 하려고 해요.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해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당연히 있죠. 모듈 만들어 팔아봐야 이익률이 2~3%가 채 안돼요. 그런데 모듈 사다가 발전소 짓고 전기를 팔면 이익률이 10~15%정도 되거든요. 현재 한화큐셀 매출 비중이 모듈 90%, 다운스트림 10%정도에요. 이 비중을 2017~2018년까지 5대5정도로 맞추려고 해요. 그러면 매출, 이익률이 모두 높아지게 됩니다.
-미국에서 중국 제품에 반덤핑 규제를 하던데 영향은 없나요?
▶우리한테는 양날의 칼 같아요. 좋은 점도 있고 안좋은 점도 있어요. 그런데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큐셀이 말레이시아에 셀 공장을 갖고 있어요. 여기에 모듈 공장도 짓고 있구요. 중국 외 지역이라 덤핑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중국 셀이나 모듈이 미국에 가면 20% 관세가 붙거든요. 우리에게는 20% 이상 원가경쟁력이 생기는 셈이죠. 물론 솔라원(인수 당시 사명 솔라펀)이 중국에 있긴 합니다. 여기도 규제를 받긴 합니다. 이건 마이너스 요소에요. 그러나 전사적으로 보면 말레이시아에 1.5기가와트(GW)급 공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든든합니다.
-정부 지원은 좀 있습니까?
▶그게 좀 아쉬운 부분인데요. 우리 같은 기업들에 보조금을 달라는 건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초기투자 할 때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설치비 부담을 덜어주고 가정에서 쓰고 남은 전기를 재판매할 수 있도록 해주면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거든요. 한국은 현재 태양광 전력생산량이 400메가와트(MW)쯤 돼요. 중국은 14기가와트에 달하는 데 게임이 안되죠.
-국내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맞아요. 한국은 시장이 너무 작습니다. 시장이 어느 정도 돼야 기술 인력이 생기는 데 기반이 없으니 인력 뽑기가 너무 어려워요.
남성우 한화큐셀 사장/사진=홍봉진 기자
-2007년만 해도 삼성이나 현대중공업, LG 같은 대기업들이 태양광사업 뛰어들었는데 아직까지 의욕적인 데는 한화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접근 방식부터 달랐던 것 같아요. 한화는 태양광 사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키우려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케미칼, 폴리실리콘, 셀, 잉곳, 웨이퍼까지, 그룹 내 유관산업이 많잖아요. 경쟁력이죠.
-목표의식은 인정하겠지만 사실 독일 큐셀 인수 때 말이 많았잖습니까. 유동성에 문제 있을 거라고.
▶그룹차원에서 베팅을 한 것이었습니다. 중국 솔라펀(이후 솔라원)을 사온 게 2010년이고 2012년에는 큐셀을 샀어요. 2011년 하반기부터 태양광 산업이 빠르게 악화됐습니다. 큐셀도 그때 매물로 나온 건데요. 모험의 성격도 있었지만 지금 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반덤핑 관세 때문에 솔라원 중국 공장만 가지고는 어렵거든요. 큐셀 기술과 브랜드가 없었으면 정말 어려웠을 겁니다.
-선진 업체들하고 덩치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셀 생산량은 현재 세계 1등입니다. 규모가 3.4기가와트쯤 되죠. 1.5기가와트 물량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공장 제품은 없어서 못 팔정도에요. 모든 공장에서 가동률은 현재 100%구요. 3.5기가와트쯤 되면 웨이퍼 바잉파워가 상당하죠.
-관건은 품질 아닙니까?
▶장담하건데 우리 품질은 세계 최고입니다. 워런티(보증수리)도 서비스 비용에 들어가는데 품질이 좋으면 당연히 원가가 낮아지겠죠? 우리 셀은 25년 보증을 해줍니다. 이젠 가격 프리미엄을 받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데요. 산업 성장성은 얼마나 보십니까?
▶광변환 효율이 매년 10% 이상 늘어날 겁니다. 광변환 효율이 10~18% 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렸는데 앞으로 속도가 더 빨라지고 가격도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요새 주택용 태양광 설치 많이 하잖습니까. 조금씩 늘다가 어느 순간 급속도로 확장될 겁니다.
-삼성에서 거의 30년 근무하셨는데요. 한화로 오는 화학 4개사 직원들에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규모나 경쟁력 측면에서 훨씬 좋아질 겁니다. 한국 1등은 물론 방위산업, 화학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더 높아지면 직원 자부심도 그만큼 높아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