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3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편집자주] 보도되는 뉴스(NEWS)는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에게는 사실(FACT)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뉴스가 반드시 팩트가 아닌 경우는 자주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머니투데이 베테랑 기자들이 본 '뉴스'와 '팩트'의 차이를 전하고, 뉴스에서 잘못 전달된 팩트를 바로잡고자 한다.
한국투자공사(KIC)가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고유자산으로 '위험한' 부동산펀드 투자를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안홍철 KIC 사장의 거취를 두고 강공에 나선 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이다.
KIC가 지난해 12월에 고유자산 중 274억원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신축 중인 25층짜리 비즈니스 호텔에 투자했는데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손실 위험이 크다는 점이 지적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고유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한 것은 위탁자산의 운용·관리라는 KIC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곁들여졌다.
이런 의혹과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만저만 큰 일이 아니다. 외환보유고를 투자해 국부를 늘려야 할 대표 국부펀드가 손실 위험이 큰 투자를, 그것도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했다는 것은 국부운용 기관으로써 신뢰도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KIC는 왜 이 같은 무리수를 둬가면서 투자를 감행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투자결정 체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에 앞서 짚어볼 부분이 있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외환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관이다. 기재부로부터 500억달러(약 50조원), 한국은행에서 200억달러(약 20조원)를 위탁받았다. 이 외환자산은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라 해외에서 외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 국내에 투자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신 KIC의 고유자산은 국내 투자에 제한이 없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서 KIC의 2013년말 기준 자본 소계는 1810억원이다. 당초 자본금은 1000억원이었지만 그동안의 운용결과로 1810억원으로 불었다. 서대문역 비즈니스 호텔 투자는 이 자금으로 이뤄졌다. 규정상 문제가 없다.
국부펀드의 자국내 투자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나라별 상황에 따라 허용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로 나뉜다.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GPFN)이나 싱가포르 테마섹 홀딩스는 자국내 투자를 허용하는 대표적인 국부펀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IC의 국내 투자를 허용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KIC가 직접 투자하지 않고 자금을 맡겨 위탁 운용하는 경우 주식이나 채권 투자의 글로벌 벤치마크 범위 내에서 국내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KIC의 이번 호텔 투자건을 평가할 때는 이런 논의까지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KIC의 투자결정은 운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KIC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3월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됨에 따라 수익률을 제고하라 지적했고 이후 관련 부서가 투자 대안으로 부동산 간접투자를 검토해왔다.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투자를 강행했다는 의혹 역시 투자 검토 과정에서 리스크 담당 부서가 수요 변동성 등 위험 요인을 지적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리스크 담당 부서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로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KIC의 리스크 담당 부서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향후 7년 동안 정체되는 극단적인 경우 자산가치가 낮아져 매각손실이 발생하면서 수익률이 -8%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참고용인 가정이다.
KIC는 내부 검토와 외부자문사 검토를 통해 호텔 임차인인 호텔신라가 20년 동안 최소임대수익을 보장하는 계약이 체결돼 있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매각시점을 조정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고유자산 운용 담당 전결권자를 본부장에서 사장으로 변경한 것은 오히려 투자 책임성을 강화한 것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부동산 투자를 위험한 투자로 간주하는 것은 글로벌 저성장·저금리 장기화로 국민연금 등 국내외 주요 연기금·공제회가 상업·주거용 건물과 호텔 등 대체투자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는 추세와도 맞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KIC는 이번 투자건이 논란이 될지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라며 "국부를 운용하는 만큼 적절한 감시와 견제는 당연하지만 적절한 의사결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부적절하다고 몰아가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