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3 (월)
요즘 사모펀드, 대체투자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나온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전문투자자가 조성한 펀드를, 대체투자는 상장주식, 채권 같은 전통자산 외에 벤처, 부동산, 사회간접자본, 부실기업 등 고위험저유동성 자산에 대한 투자를 총칭하는 것으로, 사모펀드의 주된 투자대상이 대체투자라는 점에서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모펀드가 발전한다는 것은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지금까지 잘 투자하지 않던 대체투자가 활성화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체투자는 전통적인 투자의 구분, 즉, 실물투자와 포트폴리오투자간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면이 있다. 위험의 관점에서 실물투자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산물로 투자위험을 기업가가 전적으로 장기간 부담하는 특징이 있다. 금융자본은 단순히 대출을 해주거나, 실물투자로부터의 현금흐름이 안정된 후에 상장주식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위험을 부담하는 역할에 그쳤다.
대체투자는 기관투자자가 수행하는 포트폴리오투자의 한 형태이지만, 투자위험을 처음부터 기업가와 공유하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이란 점에서 독특하다. 기업가정신을 일정 정도 공유하는 것이다.
벤처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성숙기업의 신사업부문에 공동투자하는 성장자본, M&A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부동산개발, 자원개발, SOC에 공동 투자하는 PEF 등이 바로 대체투자에 해당한다. 대체투자를 수행하는 투자회사들은 은행 등 기존 금융자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금융자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금융위기 이후 국내 실물투자는 마이너스 성장률 부근에서 맴돌고 있다. 기업 현금성 자산은 쌓여가는데도 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실물투자의 질도 지식재산투자 성장률이 덩달아 둔화되는 등 좋은 모습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이 기업가정신을 위축한 결과이지만, 투자의 양이 줄고 투자의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미래의 경제 상황은 더욱 암울해진다는 점이다.
정부도 경제가 저투자와 저성장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다양한 투자활성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7차례의 투자활성화 대책들을 보면 주로 세제혜택이나 투자를 제약하는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세제나 규제비용의 일부를 감해주는 방안이 실효성을 갖는 경우는 투자 위축이 경기순환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경우이다.
지금처럼 경제체질의 근본적인 변화가 투자 위축의 원인인 상황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규제완화나 세제혜택은 고정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되나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을 줄여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비관적인 미래 전망에 근거한 기업가정신의 위축은 투자위험에 대한 부담을 덜어 줄 때 완화될 수 있다.
사모펀드가 주로 하는 대체투자는 실물투자의 위험을 기업과 함께 공유하는 투자 스킴으로 위축된 기업가정신을 보완하며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투자위험을 분담하는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자본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행하게도 사모펀드나 대체투자가 우리에게 낯선 만큼이나 그들을 위한 생태계 기반은 취약하고 발전은 더딘 상태이다.
대체투자 인프라가 취약한 것은 물론이고, 사모펀드 규제는 여전히 열거주의 규제 속에 일일이 행위규제를 하는 개입주의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모험자본을 공급할 충분한 자본력을 가진 보험회사와 연기금은 연금이나 보험계약 인수자의 관점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규제틀과 인식론에 머물러 있다.
이들의 기관투자자 속성과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고 지원해 줄 때 GP와 LP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모험자본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저성장저투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금융시스템과 금융규제의 틀, 그리고 이를 위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