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자산 8兆 군인공제회 '눈먼 투자' .529억 투자한 카자흐 물류센터…표류.지명수배자 보증도 받는 등 2010~2013년 6162억 적자

Bonjour Kwon 2015. 3. 16. 06:14

: 2015.03.16

 

[ 한 푼도 회수 못하고 표류 위기]

대체 투자본부 15명 중 금융 경력자는 4명 불과

 

자산 8조6000여억원, 현역 군인·군무원 회원이 16만여명에 이르는 군인공제회가 지명수배자의 연대보증을 담보로 사업을 진행하고, 제대로 된 사전 심의도 없이 수십억~수백억원대의 투자 사업을 벌이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온 사실이 국방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본지가 15일 입수한 국방부 감사관실의 '2014년 군인공제회 투자 사업 분야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군인공제회 투자 사업 상당수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아파트 건설 사업에 60억원을 투자하면서 그 5분의 1 수준인 공시지가 12억원의 토지를 담보로 잡는가 하면, 돌려받지 못한 약정 수입금 175억원에 대한 담보물로 고작 시가 100억원의 부동산을 설정했다. 심지어 지명수배자의 연대보증을 담보 가치로 평가해 대형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군인공제회는 또 전체 투자금의 75%를 사모펀드·부동산 등의 대체 투자에 투입하고 있었다. 대체 투자는 주식·채권과 달리 장기간 투자 자금 회수가 어렵고 시장 규제 기관도 없어 위험성이 크다. 군인공제회와 유사한 교원공제회와 국민연금의 경우 각각 총 투자액의 37%와 10%만을 대체 투자에 투입했다고 국방부 감사관실은 밝혔다.

 

군인공제회의 부실 투자는 신규 투자 결정에서부터 두드러진다. 대체로 사업 부서가 작성한 투자안만으로 투자 심사가 진행됐으며, 신규 투자에 대한 위험성 검토는 투자가 결정된 이후에 이뤄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대로 된 위험성 검토도 없이 무분별하게 눈먼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보유 자산의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재평가하는 '공정 가치 평가'는 전무했다. 3조1216억원을 투자한 부동산 사업 40건은 단 한 건도 공정 가치 평가를 하지 않았으며, 2조1583억원에 이르는 기타 대체 투자 124건 중 33건만 공정 가치 평가가 이뤄졌다.

 

또 대체 투자를 진행·관리하는 사업본부 구성원 15명 중 금융투자사업 경력 보유자는 4명에 불과했고, 투자 경력이 전혀 없는 제대 군인 출신이 다수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공제회가 2006년부터 529억원을 투자해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 설립한 중앙아시아 최대의 물류센터는 표류 위기에 처했다. 군인공제회는 사업을 함께 추진한 현지 기업 유스코(USKO) 측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유스코 측으로부터 원리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지 물류 창고와 부지 등에 대한 경매 방침을 통보했다. 그러자 유스코 측은 "수백억원이 투자되고, 하루 반출·입 물량만 500만달러(약 55억원)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최대 물류센터를 일방적으로 하루아침에 팔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그 사이 카자흐스탄 정부에서는 이 사업의 철수를 우려하는 내용의 공문을 유스코 측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공제회는 2010년 2428억원, 2011년 353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2010~2013년 사이 총 6162억원의 적자를 냈다. 탈퇴 회원 수도 2010년 1만8751명에서 2013년 2만6248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무리하게 진행된 사업들은 정리하는 등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며 "군인공제회는 아직 자본 잠식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