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30
"전자 실리콘밸리 혁신처럼 금융서도 선진 시장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손선희 기자] 전자에서 금융, 바이오 등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진에게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발한 인수합병(M&A)를 지시해 주목된다.
27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금융 계열사 CEO들에게 삼성전자의 실리콘밸리 혁신 사례를 주목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 개척을 위해 M&A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해외 시장을 진단하고 어떻게 진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글로벌 금융 전쟁터로 뛰어들어 M&A와 사업 기회를 모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이에 따라 해외 선진 금융사들을 상대로 한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 수뇌부 "금융, 전자 실리콘밸리 혁신에 주목해야"= 이 부회장이 금융권 M&A를 주문하면서 실리콘밸리의 혁신 사례를 언급한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경쟁해 혁신의 토대를 마련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금융사업 역시 모태가 됐던 선진국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중국, 동남아시아 등 그동안 진행해 온 신흥 금융시장에서의 현지업체 인수에 머무르지 않고 선진 금융사들 M&A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금융산업의 모태가 됐던 선진국에서 성공해야 제대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삼성 수뇌부의 판단이다.
선진 금융시장 M&A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보험사들이다. 국가별로 규제가 많다 보니 해외 보험사를 인수해 네트워크와 고객사를 동시에 확보, 현지화의 벽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최근 수요사장단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국을 비롯해 해외 M&A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선진 시장의 금융사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화재의 경우 이미 해외 업체 여러 군데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과는 막바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자산운용은 올 들어 미국 뉴욕생명과 합작법인 추진에 나섰고,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세계 최대 금융재벌 가문인 영국 로스차일드가(家)와 1조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도쿄해상화재보험과 중국 국영 보험사인 중국 인민재산보험공사(PICC)의 대표 등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외에 삼성생명은 이미 진출해 있는 중국과 태국 시장에서의 연착륙을 시도하는 동시에 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신흥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과감한 선진 금융 솔루션 도입, 선진 금융사와 경쟁체제 마련= 삼성그룹이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해 온 '삼성금융일류화태스크포스(TF)'도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도입했던 SAP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금융계열사에도 도입하고 해외 선진 금융사의 시스템을 도입해 글로벌 표준을 지향하겠다는 프로젝트다.
금융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곳이 우선 적용 대상으로 선정됐다. SAP의 '코어 인슈런스' 모듈을 기반으로 한 보험 ERP 구축이 진행중이다. 현재 상당수 작업이 완료 됐으며 오는 2016년 말까지 구축을 마칠 예정이다.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투신운용은 기존 SAP 패키지를 적용하기 어려워 삼성SDS가 별도의 '금융ERP'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 상황에 맞춰 각 계열사들이 사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금융 일류화는 삼성전자의 DNA를 금융계열사에도 심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단순히 삼성전자의 경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맞는 글로벌 표준을 조기 도입해 해외 선진 금융사와의 경쟁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오는 2016년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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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빅뱅 1년 그후] 헬스케어·금융·B2B 등 공격투자·M&A 가속도
■ JY의 신수종 사업 현황은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입력시간 : 2015/03/30 18:03:38 수정시간 : 2015/03/30 18:03:38
지난 1년간 줄기차게 이어진 사업구조 재편으로 사실상 '이재용(사진)의 삼성' 체제가 자리를 잡은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는 신수종 사업의 추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초석을 닦은 이건희 회장의 업적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고민이다.
확대 재생산의 힘이 느껴져야 하고, 그것도 '미래형'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계획 아래 최근 이 부회장이 '정보기술(IT)과 바이오 헬스'의 융합에 주목하고 관련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을 가진 만큼 이를 의료 서비스 분야에 접목할 경우 다른 기업들이 따라오기 힘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올 초 이스라엘의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인 얼리센스에 1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삼성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웰닥·프리벤티스 등 해외 의료 관련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당뇨 관리 서비스에서부터 심장 모니터링 장비 및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삼성의 계획이다.
최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이 부회장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는 경제활력 저하, 의료비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IT·의학·바이오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금융 사업 역시 삼성이 사활을 걸고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는 새 먹거리 분야다.
IT와 헬스케어의 융합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듯 제조와 금융의 연계를 통해서도 막대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금융 사업을 지원하는 금융일류화팀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부분도 전자 계열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금융사에 이식하는 일이다.
컨설팅사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정밀 진단하고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모색하는 등의 작업은 모두 이 같은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도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모바일 프린팅 회사인 프린터온(캐나다)과 프린터 유통업체인 심프레스코메르시우(브라질)를 잇따라 인수했다.
삼성은 그동안 가정용 프린터 시장과 달리 북미와 중남미 지역의 기업용 프린터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품질에 따라 브랜드를 곧잘 갈아타는 일반 소비자들과 달리 기업들은 보통 웬만해서는 기존의 거래관계를 잘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이 최근 B2B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B2B 사업을 강화하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완하면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은 PC 업계를 주름잡다가 B2B 기업으로 탈바꿈한 미국 IBM을 자주 예로 들며 관련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