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4 오전 6:08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자본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국내 연기금·공제회가 올 들어 신규 투자를 재개하면서 기금위탁 운용사에 지급하는 짠물 수수료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덜 주려는 연기금과 더 받으려는 운용사의 단순한 '밀당'(밀고 당기기)으로 치부하기에는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0일 마감한 국내 대체투자 위탁운용 입찰 과정에서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에 수수료(운용보수) 우대조치를 제안하라고 요구했다. 펀드 하나에 국민연금을 비롯해 다수의 출자자가 자금을 넣은 경우 국민연금 수수료는 더 낮게 책정하라는 뜻이다.
국민연금이 펀드의 최대 출자자일 경우라는 조건을 걸었지만 국민연금만한 자금을 댈 수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저 수수료를 요구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위탁자금이 3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국민연금이 제시한 수수료 상한선이 60bp(1bp=0.01%포인트)인 만큼 최종 수수료는 이보다 최소 10bp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국민연금은 펀드 설립 초기 숙려기간에 대한 배려의 일환으로 고정 수수료를 보장했던 기간도 3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2년이 지난 뒤 펀드 실적을 점검해 투자 집행률이 낮은 PEF의 수수료는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나마 대체투자 위탁운용 수수료 사정은 나은 편이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15~20bp에 그친다. 이는 해외주식 수수료(40bp)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에서 국민연금의 위탁수수료에 대해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가 국민연금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7조원 규모의 고용·산재보험기금 위탁사로 증권사 1곳과 자산운용사 1곳을 선정하면서 수수료 수준을 4.5bp 이하로 제한했다.
지난해까지 11개 운용사에 나눠 맡겼던 기금을 몰아주기로 하면서 수수료율이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조원대의 자산을 굴리는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리서치 및 사무비용 등을 빼고 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한 번 수수료를 낮춰놓으면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는 물론, 해외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때도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이들도 국민연금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고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잇따라 떨어지는 악순환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수료 인하의 배경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공제회 수익률은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위탁수수료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다.
일부에선 업계 스스로 자초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기금 유치라는 평판 효과에 집중해 수익성은 무시하고 수수료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사례가 적잖다는 얘기다. 연기금·공제회의 위탁기금 운용사 선정이 해마다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말 마무리된 고용·산재기금 위탁사 선정을 두고서도 저가 수수료 관련 잡음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모펀드 판매 수수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국민연금의 수수료가 업계의 수익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수익률 관리 소홀로 이어질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수료 깎기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고위 임원은 "최근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위탁운용 수수료 상향을 검토하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며 "연기금 자산이 늘면서 위탁규모도 동반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나친 수수료 인하 정책은 자본시장 발전이나 국부 증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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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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