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국민연금·KIC·행정공제회…인력채용 기싸움.지원자는 많지만 알만한 실력자들로 구성된 인력풀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Bonjour Kwon 2015. 5. 19. 07:50

 

2015.05.19

 

운용자산 증가와 유례없는 저수익률에 부딪힌 연기금들이 잇따라 고급인력 확충에 나서면서 기싸움이 치열하다. 협소한 국내 자산운용 인력풀을 벗어나 글로벌 인재로 눈을 돌려야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3월 말부터 기금운용본부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해외 현지 인력을 포함해 총 69명의 운용역을 확충하기로 한 가운데 우선 운용전략, 해외투자, 증권, 대체투자 분야에서 20여명 선발에 착수한 것이다. 이르면 연말 처음으로 시작하는 헤지펀드 투자와 관련된 전문가도 채용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채용예정 인원 가운데 선발대 격인 만큼 신중을 기하되 최대한 신속하게 과정을 마무리지을 계획이었지만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논의와 시기가 겹치면서 당초보다 채용시기가 늦춰지는 분위기다.

 

한국투자공사(KIC)도 지난해 말 신입직원을 채용한 데 이어 이달 들어 경력직을 채용중이다. KIC 존폐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지원자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지방행정공제회는 지난 3월 초부터 두달여간 신입직원 채용 절차를 거쳐 지난달 말 금융투자 분야 7명과 부동산개발 분야 1명을 비롯해 10명을 뽑았다.

 

올 들어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가 줄지어 인력 확충에 나선 것은 늘어나는 자산에 비해 투자 여건이 열악해지면서 스타급 인력 영입을 수익률 제고의 해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외 연기금의 경우 미국 월가 수준의 내부 인력를 발판으로 수익률 개선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않다. 업계에서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2013년 수익률 16.5%로 글로벌 연기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린 것도 시장 수준의 처우 개선을 통해 쟁쟁한 전문가를 영입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협소한 국내 인력풀이다. 최근 2~3년 동안 반복된 금융투자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으로 지원자는 많지만 알만한 실력자들로 구성된 인력풀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연기금·공제회의 경우 처우 수준가 시장보다 현저히 낮아 정상급 매니저가 제 발로 찾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3년 단위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신분도 인력 수준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기금간 채용 신경전도 치열하다. 지난해에도 국민연금 대체투자 분야에서 10년 동안 잔뼈가 굵은 팀장급 매니저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이직하면서 적잖은 충격을 줬다. 올 들어서도 국내 연기금·공제회 사이에 인력 이동이 잦다는 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이전 문제에 부딪힌 일부 기관의 운용역들이 서울 소재의 연기금이나 공제회로 이동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국민연금도 기금운용본부는 전북 전주 이전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내부 고민이 커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 규모와 위상에 맞는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아야 펀드매니저 700여명이 활동하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문가를 끌어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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