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0
금융위원회는 10일 중국 안방인수보험고빈유한공사(이하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승인했다. 중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세계 M&A(기업 인수·합병)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첫 입성하면서 국내 금융산업에 미칠 전망과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세계 M&A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中 자본
국내 금융사로는 최초지만 중국계 자본은 세계 주요 매물들을 대거 사들이며 M&A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4조달러(4444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고를 앞세워 M&A를 통한 대기업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PC제조업체 레노버는 2014년 1월 구글이 갖고 있던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었다. 중국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완샹(萬向)그룹도 같은해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피스커를 1억4920만달러(1654억원)에 사들였다. 상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기보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인수해 단숨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금융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 푸싱그룹은 2014년 포르투갈 보험사 피델리다데를 인수했고, 하이퉁증권은 포르투갈 에스피리토산토의 투자은행 부문을 3억7900만유로(4778억원)에 사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4년 중국 기업의 유럽 금융업계 투자액은 39억6000만달러(4조9924억원)로 2013년(3억400만달러)의 10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중국계 자본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중국 자본이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매물의 새 주인으로 등장할지 관심이다. 2014년 매각이 유찰된 KDB생명이나 한국 시장 철수설이 도는 SC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빗장이 열린 이상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 자본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방보험을 비롯한 중국 금융회사들은 국내 증권사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보험은 2014년 우리은행 매각 입찰에도 참여했었다.
◆ 등소평 손녀 사위가 회장…”국내 영업보다는 자산운용에 주력할 듯”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손녀 사위다. 안방보험은 2004년 자본금 5억위안(884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보험사지만 10여년 만에 중국 내에서 핑안(平安)생명보험과 함께 보험과 은행 등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그룹으로 성장했다. 2014년 말 기준 총자산 규모가 1조위안(약 175조원)에 달하고 1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 보험사와 비교하면 1위인 삼성생명(자산 약 200조원)보다는 작지만 자산 100조원 남짓한 한화생명, 교보생명보다는 훨씬 덩치가 크다.
2014년 10월 미국 뉴욕 맨하튼의 최고급 호텔 워도프 아스토리아(Wordorf Astoria) 호텔을 인수해 유명세를 탔다. 당시 인수대금이 19억5000만달러(약 2조1323억원)로 자금력을 입증 했다.
다만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가 국내 보험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이 국내의 중견보험사인데다가 중국계 자본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금융상품에 갖는 생각은 상당히 보수적”이라며 “중국 자본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영업이 전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안방보험도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 보다는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성 창출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국내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보다는 동양생명 인수를 통해 연금, 방카슈랑스 등에 대한 경험을 쌓고,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자산운용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방보험은 2015년 3월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보고펀드로부터 지분 57.5%를 약 1조1000억원에 인수키로 계약했다.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3%)과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2.5%) 등으로부터 인수한 지분까지 합하면 총 63%를 확보하고
동양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업계 8위의 중견보험사다. 동양그룹 소속 계열사였으나 2011년 3월 사모펀드(PE)인 보고펀드에 매각됐다. 재매각을 앞둔 2015년 1분기(1~3월)에 순이익(연결 기준) 789억원을 내며 1989년 창사 이래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보험금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도 3월말 기준 전분기 대비 20.4%포인트 상승한 257.4%를 기록하는 등 우량한 수준이다.
[안재만 기자 hoonp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