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1
투자처 감소로 갈 길을 잃었던 부동산펀드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주택저당증권(MBS) 채권과 개발사업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과 함께 부실채권(NPL) 및 해외 펀드 등을 새로운 먹거리로 설정, 투자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부동산 자산관리업체 젠스타 등에 따르면 지난 한달 동안 신규 설정된 부동산 펀드는 총 22건, 5051억원 규모다. 이는 설정액 기준 4월보다는 584%,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280% 성장한 수치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최대 수준에 근접한 수준이다.
2008년 말 이후 가장 높았던 5월 설정액은 2011년에 나타났던 5296억원(9건)이었다. 올해 5월보다 250억원가량 많다. 이후 설정액은 대부분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5월 설정액 급증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송기욱 젠스타 선임연구원은 “부동산펀드의 설정이 일반적으로 4분기(11, 12월)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달 설정액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점점 줄고 있는 실물자산의 자리를 각종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이 채우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2010년대 들어 신규 오피스 등 실물자산을 투자처로 삼은 부동산펀드의 비중은 월간 기준 50% 이상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그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10%대 수준에 불과했다.
대신 그 빈 자리를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 등이 채우고 있다. MBS 채권과 ABCP 등을 비롯해 지난달에는 해외 펀드에 재간접 투자, 해외 오피스 및 쇼핑몰 메자닌 투자 등이 두드러졌다. 삼성생명의 자회사 삼성SRA자산운용의 ‘삼성SRA사모부동산투자신탁 14(재간접형)’와 하나자산운용이 출시한 ‘하나랜드칩베트남리테일사모부동산투자신탁64’가 이들 투자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하나자산운용의 신규 펀드는 베트남 대규모 쇼핑몰 메자닌을 주요 투자처로 삼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의 기대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실물자산 펀드보다 회전율이 빨리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이 같은 특징과 함께 실물자산 감소 등으로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에 손을 뻗치는 펀드가 꾸준히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한동안 뜸했던 개발사업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투자를 하는 대출형 펀드도 증가 추세다.
지난달에는 용인 성북동 주상복합개발 PF(1304억원)와 김해 아파트 개발사업(50억원), 그리고 지방 소재 골프장사업 PF(100억원)에 관심을 나타낸 대출형 펀드가 세상의 빛을 봤다.
최남영기자 hi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