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개발

기로에 선 자원개발, 해법은 - ① '한국형 JOGMEC' 같은 제3기관 탄생 여부 변수

Bonjour Kwon 2015. 6. 16. 07:40

2015년 06월 15일

 

산업부 관계자 “국내실정 안 맞아 시일 걸릴 것”  

전문가 “객관적 운영시스템 보장 안되면 옥상옥”

 

[이투뉴스] 지난해부터 국내 자원개발업계는 죽지 못해 버틴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몸을 바짝 낮춰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조사가 끝나기까지 연일 몰매를 맞던 업계는 감사원 감사를 남겨놓고 살얼음판을 걷는 듯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의견을 경청한 정부는 내년도 에특회계 예산안을 아직 공란으로 비워둔 채 고심하는 눈치다. 공기업은 이 같은 국면이 빨리 지나가기를 숨죽이며 기다린다. 전문가임을 자처했던 인사들도 자신의 한 마디가 어떤 부메랑이 될지 몰라 말을 아낀다.

 

침체된 자원개발, 그러나 업계의 위축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선 ‘공공의 적’이 돼버린 자원개발사업에서 그만 손을 떼버리자는 한탄도 나온다. 지금이라도 자원개발을 중단해야 하나 자조섞인 반성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춰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한 자원개발업계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점검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국가적 아젠다로서 해외에 진출하던 자원개발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편집자 주)

 

현재 자원개발업계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9일 종료되는 자원개발 감사는 내달 10일 쯤 그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사원은 또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겨 자원개발 개선책과 방향을 진단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과 에경연은 자원개발 연구용역 중간평가 회의를 두 차례 열고 의견을 교환했다. 물론 이에 관한 내용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그멕(JOGMEC), 즉 일본의 독립행정법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같은 제3독립기관 출현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기업을 비롯한 업계는 나름의 찬반의견을 조심스레 내비치기도 한다.

 

“제3기관 출현 검토가 어제 오늘 일인가”, “이제는 도입을 검토해야 할 때”, “무조건 일본 사례를 따라하는 건 그만해야 한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그렇다면 업계는 왜  JOGMEC에 주목하고 있을까.

 

■ JOGMEC 탄생, 그리고 JNOC 해체 

2004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바로 일본석유공단(JNOC) 해체를 결정한 것. 이유는 하나, 높은 채권부실률이었다. 당시 JNOC의 성공불융자는 97%의 부실률을 기록했다. 총리의 판단으로는 실패만 일삼는 공단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바로 해체를 결정하고 서둘러 JOGMEC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서 고이즈미가 간과한 두 가지가 있다는 게 뒷날의 평가다. 당시 JNOC가 지녔던 부실률은 성공불융자제도의 감면을 실시하지 않은 게 원인으로, 털어내지 못한 사업들이 전부 부실채권으로 남아있었다.

 

또 하나, 당시 유가는 10달러대로 유례없는 저유가 상황이었다. 당시 JNOC의 부실률을 고유가 시기에 다시 계산해보니 적자가 흑자로 전환됐다는 웃지 못할 얘기마저 전해진다.

 

■ 공기업 합병설, 평가기관설 등 가능성 제기

이철규 해외자원개발협회 상무는 “만약 국내에 JOGMEC 같은 제3기관이 설립된다면 광물자원공사는 일부 기능의 분리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의 영향으로 아직 진흥기능이 남아있는 반면 석유공사의 경우 성공불융자 관리를 제외한 진흥기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이유로 기능적 타격이 적은 석유공사와는 달리 광물자원공사에는 위험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란 분석이다.

 

이철규 상무는 “광물자원공사 자체의 분리보다는 기능 이관 가능성이 높다”며 “광물자원공사는 현재 투자기관과 공공지원기관 중간쯤이어서 기능을 명확히 구분짓지 않으면 투자와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제3기관 도입방식은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일본식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아닌 국내 실정에 적합한 맞춤형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JOGMEC은 민간기업 주도의 자원개발 추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민간기업이 사업을 주도하기엔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최근 자원개발 위축으로 인한 민간기업 내 자원개발부서의 해체 내지 축소는 이제 막 움트던 민간기업의 자원개발진출을 퇴보시키는 데 한 몫 거들었다.

 

그는 “감사원이 성공불융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만큼 지원기능을 자꾸 문제 삼는다면 제3자가 그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며 국내 도입 가능성에 어느 정도 힘을 실었다.

 

뿐만 아니라 지원기관이 아닌 평가기관으로서 제3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자금에 대한 평가, 대규모 신규사업의 경우 공기업의 단독결정보다는 제3기관의 평가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일본의 JOGMEC에는 평가기능이 없지만 국내에는 평가기관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 규모나 방식에 대해 다양한 그림이 나오는 만큼 구체적인 안은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신생기관 등장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출범됐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차이가 없지 않느냐”며 “필요없는 조직이 만들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 형식적 구조개편 ‘옥상옥’ 초래, 기업 역량 강화 ‘현실적’

반면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제3기관 설립에 대한 얘기는 이미 전부터 언급됐는데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고 장기적 운영이 안되면 아무 소용없다”며 “보여주기식 구조개편이 아닌 효율적 운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은 장기적 플랜이 이뤄져야만 10년 이상의 사업이 생산량과 매장량을 제대로 목표삼을 수 있고 그래야만 MB정부 시절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진행했던 M&A보다는 탐사부분의 역량과 시스템에 좀 더 중점을 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탐사개발과 관련한 성공불융자 융자심의회에 대한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부분에 메스를 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현돈 교수는 “석유공사는 비축, 알뜰주유소 등 E&P 회사에 적합지 않은 사업들을 정부방침에 따라 운영하고 있고 광물공사는 진흥기능이 남아있는 만큼 흩어져 있는 시스템을 모아 하나로 합치는 방안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객관적 운영시스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절차만 복잡해지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 상황에서는 제3기관 신설보다 기업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석유공사의 경우 탐사개발 시 외부전문가 용역을 통해 공사 내부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객관적 리뷰과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과정이 있다면 자문사를 통한 사업성 평가에 대해 적절성을 한 번 더 검증할 수 있다. 하베스트 인수 같은 실패를 피할 수도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편 양동우 산업통상자원부 자원개발전략과 서기관은 제3기관 도입 검토에 대해 “국내 실정에는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동우 산업부 서기관은 “MB정부 당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된 적이 있던 만큼 자원개발이 뭇매를 맞은 상황에서 이러한 얘기가 나오는 건 예상된 것”이라며 “감사원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자원개발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향후 업계의 행보에 대해 쉽게 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원개발 대책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을 수 없는 산업부는 묵묵히 지금 상황을 주시할 뿐이다. 차후 기획재정부나 감사원에서 방안을 제시할 경우 그에 대한 대응책만이 현 시점에서는 최선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은 JOGMEC 설립 당시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으며 자원의 안정적 공급확보를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되는 중요 과제로 판단하는 등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러나 급락하는 유가상황에 따라 기관의 사업성적표가 달라지면서 고이즈미의 JNOC 해체 일화는 두고 두고 업계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대목은 저유가 상황과 자원개발이 위축된 우리의 상황과 일본의 사례가 비슷한 만큼 방향설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형식적 구조개편에 그칠 뿐 근본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자원개발사업은 지금보다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업계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닌 제3기관 출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감사원 또한 에경연 연구용역을 통해 이런 내용을 검토 중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침체된 업계를 바로잡아 한 단계 도약하려는 정부가 자원개발에 있어 국내 역량 강화에 고심하는 가운데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