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개발

기로에 선 자원개발, 해법은 ②성공인가 실패인가, ‘MB 자원개발’의 딜레마.성공사업엔 ‘평가 인색’ ‘실패’와 ‘부패’ 냉정히 구분 시각 절실

Bonjour Kwon 2015. 6. 22. 08:04

[기획연재]

기사승인 [369호] 2015.06.22  

 

반면교사 삼자더니…

 

지난해부터 국내 자원개발업계는 죽지 못해 버틴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몸을 바짝 낮춰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조사가 끝나기까지 연일 몰매를 맞던 업계는 감사원 감사를 남겨놓고 살얼음판을 걷는 듯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의견을 경청한 정부는 내년도 에특회계 예산안을 아직 공란으로 비워둔 채 고심하는 눈치다. 공기업은 이 같은 국면이 빨리 지나가기를 숨죽이며 기다린다. 전문가임을 자처했던 인사들도 자신의 한 마디가 어떤 부메랑이 될지 몰라 말을 아낀다.

 

침체된 자원개발, 그러나 업계의 위축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선 ‘공공의 적’이 돼버린 자원개발사업에서 그만 손을 떼버리자는 한탄이 나온다. 지금이라도 자원개발을 중단해야 하나 자조섞인 반성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춰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한 자원개발업계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점검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국가적 아젠다로서 해외에 진출하던 자원개발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편집자 주)

 

<기획순서>

① ‘한국형 JOGMEC’ 같은 제3기관 탄생 여부 변수

② 성공인가 실패인가, ‘MB 자원개발’의 딜레마

 

   

▲ 한국석유공사의 미국 이글포드 광구 전경.

[이투뉴스] 자원개발사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자원개발을 본격화하기 시작해, 참여정부를 거쳐 MB정부 때 한국석유공사 대형화, 양적 성장 등을 통한 공격적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자원외교’라는 표현에서 MB가 아닌 이전 정부의 자원외교를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자원외교’라는 말 속에 정치적 함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MB정부가 자원개발사업을 위해 해외순방 등 외교활동을 적극 펼친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원개발을 ‘정치적인 관점'으로 판단하는 비중이 크다. 자원개발을 ‘에너지·자원’으로 보는 실무적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다.

 

이렇게 자원개발사업은 ‘MB 자원외교’라는 표현 아래 정치와 맞물린 순간부터 비리의 온상, 국부유출의 주범으로 몰렸다. 자원개발을 ‘비리로 얼룩진 실패한 사업'이라는 평가 아래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원개발이 이런 이미지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비상하던 자원개발이 한 순간 추락한 이유는 뭘까. 또 참여정부 당시 사업과 비교되며 ‘실패’의 주홍글씨가 찍힌 MB의 자원개발사업은 정말로 실패한 것일까.

 

■ 반면교사 사라진 MB 자원개발

물론 MB정부 시절 자원개발사업의 문제점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10년 이상, 길게는 20~30년 걸리는 장기사업을 대상으로 임기 내 성과를 이루기 위해 무리한 추진을 감행한 점이다.

 

대통령의 무리한 채찍질로 인해 당시 지식경제부는 에너지공기업에 가시적 성과를 채근했다. 윗선의 눈치를 보는 각 기관장의 성과지향적 경영으로 이어졌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광물자원공사의 볼레오·암바토비 사업 등 성급하고 기업 규모 대비 무리한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이는 배경이다. 실무자나 기관장 책임으로만 돌리기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석유공사의 경우 불과 4일만에 자문사인 메릴린치가 자료를 제출했고, 제시된 자료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 내부에서 IRR(내부수익률)을 하루만에 적정기준으로 수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사 내부에 객관적인 의사결정과 자체검증 프로세스가 없다는 비난이 제기되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자원개발과 관련된 책임론이 언급될 때마다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오류는 여전하다. 지난 국정조사에서도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특위위원들은 당시 M&A사업팀장을 질책했다. 배임건으로 고발된 강영원 전 사장은 압수수색에 이어 피의자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반면 국정조사에서 하베스트 인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에게는 이후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 국민혈세인 몇십조원이 투입된 해외진출사업을 기관장과 실무진 개인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없을 게 자명한 시스템을 감안한다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꼬리자르기라는 비난이 일기도 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사라진 ‘투명 컨트롤타워’를 가진 탓이다. 

 

■ 성공 평가에는 인색…의혹제기로 흠집만

   

▲ 이라크 하울러 탐사광구 현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그렇다면 MB자원개발에 성과는 없을까. 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속한 한국컨소시엄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 하울러 탐사광구, 할리바 구조 시추사업 등 중동지역에서 거둔 성공으로 3억 60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석유공사는 정상외교를 통해 UAE와 석유가스 인재양성까지 협력분야를 확대하는 등 인재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이라크 하울러 탐사광구의 경우 2억 6000만 배럴의 상업적 발견을 성공했으며 이는 석유공사 창사이래 단일구조에서 최대규모의 탐사매장량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평가는 절하됐고, 오히려 이라크 쿠르드 정부에 지급된 서명보너스 중 일부가 쿠르드 천연자원부 장관에게 뇌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흠집만 강조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하울러 광구의 계약 취소를 검토한다는 쿠르드 장관의 반응에 석유공사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 GS에너지가 거둔 UAE 최대 육상생산유전 지분참여 계약은 향후 40년간 약 8억배럴의 원유를 확보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뒷말이 무성한 것은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석유공사는 ‘대한민국 공기업’이란 명함을 내걸고 이 사업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계속되는 저유가 상황,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으로 위축된 자원개발 분위기와 이에 따른 사업예산 삭감 등으로 결정적 순간에 기회를 놓치고 강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관련업계는 더 없는 호재를 기가막힌 타이밍에 놓쳤다고 아쉬워한다. 심지어 공기업이 민간기업 사업추진에 이용됐다는 구설수까지 나돈다.

석유공사가 정상적으로 광권계약을 체결했다면 13억배럴 확보라는 대어를 낚을 수 있었기에 8억배럴 성과에도 속으로는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 실패·성공에 대한 냉정한 평가 필요

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MB정부 당시 석유공사의 이글포드 광구나 가스공사의 모잠비크사업도 성공사례에 속하지만 이에 대한 조명은 아쉬운 상황”이라며 “자원개발이 실패가 많고 성공이 드물 수밖에 없는 특징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 성과를 인정하지만 대부분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MB정부의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작한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사업을 단기적 시각으로 투자비용과 손익여부를 따져 묻는다면 정확한 평가도 힘들뿐더러 업계의 사기만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패’와 ‘부패’를 냉정하게 구분하는 혜안이 요구된다. 당초 자원개발 논란은 실패에 대한 개선과 방향설정이 초점이 아닌 실패를 부패로 단정짓는 실책을 범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이러한 논란은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은 대형사업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부패 때문’이라는 결론을 처음부터 정해놓은 것이다. “감사원이 자원개발 비리를 찾기 위해 이 잡듯이 헤집었지만 정작 나오는 게 없어 쫓기듯 감사에 매달리고 있다”는 말이 나도는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비리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나 역시 했지만 이 정도로 업계를 흔들었는데도 나오는 게 없는 걸 보면 비리문제 초점은 오판같다”고 말했다.

 

실패를 지적하는 것은 옳지만 그 목적이 흠집내기여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국가적 프로젝트에 대한 실패 지적은 ‘국민 혈세’가 투입됐기에 한층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MB 자원개발은 이제 막 5년을 넘겼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올바른 진단을 내릴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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