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판매 회사의 판매 펀드 선정 절차도 개선
하반기 테마검사 집중 실시…장기투자 활성화 유도
이민형 기자 | 2015-07-13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금융당국이 펀드시장 판매 관행을 개선한다. 이를 위해 자투리 펀드(소규모 펀드)를 대폭 줄이고, 펀드 투자위험등급 분류 기준을 세분화해 투자자의 펀드상품 선택을 돕기로 했다. 펀드 판매회사 이동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펀드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개선 대책'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우선 설립 후 1년이 지난 공모펀드 중 설정 원본이 50억 원을 밑도는 소규모펀드 정리 작업에 나선다. 올해 4월 말 현재 소규모 펀드는 전체 공모추가형 펀드 2,268개 중 837개로 36.9%에 이른다. 특히 소규모 펀드 중 약 절반(49.5%)은 처음부터 소규모 펀드로 출발해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산운용사는 판매·운용 수수료 등이 적은 소규모 펀드보다 규모가 크고 널리 알려진 대형 펀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규모 펀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쉽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형 펀드와 소규모 펀드를 합병하고, 기존 모자형 펀드에 소규모 펀드 편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시행령 개정 전이라도 소규모 펀드의 환매 수수료 면제를 유도하는 등 펀드 갈아타기를 권유하고, 문자 메시지 안내 및 금융투자협회 공시 후 펀드를 임의 해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는 펀드 설정 단계부터 자산운용사의 최소 운용규모, 운용인력 1인당 운용펀드 수 등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 소규모펀드 발생을 억제할 계획이다.
현재 고위험 자산 비중에 따라 5단계로 분류되고 있는 펀드 투자위험등급 분류 기준도 개선된다. 현재 전체 펀드의 절반 정도가 위험도가 매우 높은 1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현행 기준에서는 같은 1등급 펀드라도 투자 종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에도 등급이 사전에 기계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등급 분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감원은 실제 수익률 변동성 등이 위험 등급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유럽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등급을 세분화할 예정이다.
펀드판매 회사의 판매 펀드 선정 절차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실무부서에서 펀드를 조사하고 준법감시 부서와 상품선정위원회 부의 등을 거쳐 새로 판매할 펀드가 선정된다. 하지만 일부 판매 회사에는 펀드 선정 기준이 내규로 제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상품선정위원회 개최 전에 이미 판매 펀드가 결정돼 최종 확인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문제라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또 과거 수익률 등 계량 평가가 어려운 신상품에 대해서는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지원능력, 업무협조도 등 비계량적 평가에 의존해 판매 상품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아, 계열 판매회사가 있는 자산운용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였다. 금감원은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판매 펀드 선정기준과 절차와 관련한 내규를 제정하도록 하고, 펀드 선정 모범 사례를 지정해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펀드 선택권도 확대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연금저축·퇴직연금 펀드의 온라인 전용 상품을 늘릴 계획이다. 연금저축 펀드 수탁고는 2010년 말 3조6,000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현재 6조8,000억 원으로 8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펀드 수탁고도 1조8,000억 원에서 6조8,000억 원으로 277.8% 늘었다.
하지만 펀드 판매보수가 오프라인보다 약 0.5%포인트 낮은 온라인 전용 상품은 부족한 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411개의 연금저축 펀드 중 온라인 클래스가 있는 경우는 100개(펀드슈퍼마켓 포함)로 약 26.8% 수준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각 자산운용사에서 신규 연금 펀드 설정 시 온라인 클래스도 제공하도록 하고, 기존 펀드도 금융투자협회와 업계 협의를 통해 온라인 클래스를 확대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의 펀드 판매회사 이동도 쉬워진다. 투자자가 별도 비용 부담 없이 동일한 펀드에 대한 판매회사를 변경할 수 있는 이 제도는 2010년 1월부터 도입돼 시행 중이지만, 복잡한 이동 절차 등으로 이용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500여건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역외·세제 펀드를 제외한 전체 펀드상품에 대해 이동을 원하는 회사에 신청만 하면 판매회사를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불필요한 펀드 공시도 대폭 축소된다. 자산운용사는 금투협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회사 경영 상황과 펀드 운용 현황을 공시하도록 돼 있는데, 재무구조 등 투자자에게 필요하지 않는 경영 상황 공시 항목이 많아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감원은 투자자와 연관성이 적은 경영 상황 공시 항목을 기존 100개에서 46개로 절반 이상 줄일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테마검사를 집중 실시한다. 특히 사전자산배분 준수 의무를 지켰는지를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사전자산배분 준수 의무란 펀드별로 미리 정해진 자산배분 내역에 따라 매매 결과를 배분하고, 자산배분내역과 배분결과 등의 기록을 유지해야 하는 규정을 일컫는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펀드매니저가 사전에 브로커와 채권을 거래한 뒤 자산을 배분하고 나서 법규를 지킨 것처럼 처리하는 관행이 만연해 왔다.
임직원의 미신고 계좌를 이용한 자기매매와 직무정보 이용 불법 매매행위도 단속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사전자산배분 미준수, 임직원 자기매매 위반 등을 중점검사 사항으로 사전예고하고, 테마검사를 통해 위법 사항이 발견하면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