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PL 투자

유암코 매각 흥행전선 `먹구름`-매각가 5~6천억원선 거론은되나- SI안나서고. 제2유암코 등.시장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출구전략 등도 부재

Bonjour Kwon 2015. 8. 4. 07:51

2015.08.03

이달 5일 예비입찰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국내 최대 부실채권(NPL) 투자회사인 유암코의 매각 흥행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높은 시장 점유율과 2위인 우리F&I(현 대신F&I) 매각 이후 마지막 남은 대형 NPL투자회사라는 점에서 몸값이 5000억~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몸값 거품론이 고개를 들면서 잠재 인수 후보들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

 

 

△단위: 조원. [자료: 한국금융연구원]

 

 

◇JP모간, 사모펀드 등 20여곳에 투자설명서 배포

 

3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국민·기업·농협·우리·신한·하나 등 6개 유암코 주주 은행과 매각 주관사인 JP모간은 이달 5일 예비 입찰을 진행한다. DGB·JB금융지주 등 지방금융그룹과 칼라일그룹·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보고펀드·IMM PE 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중국계 금융회사 등을 포함해 20여곳에 투자설명서(IM)를 보냈다. 주주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암코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2% 이상이 매각대상으로, 최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과 우리F&I이 대신증권(003540)에 팔린 이후 마지막 남은 대형 NPL 투자회사라는 희소성 때문이다.

 

하지만 유암코에 대한 인수 후보들의 관심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예상 매각가격이 기업 가치보다 높게 평가돼 있어 자칫 ‘승자의 저주’라는 덫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금융회사를 비롯해 일부 사모펀드 5~6곳만 유암코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유력 후보로 꼽혔던 지방금융그룹들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설립된 유암코는 국내 NPL시장 점유율 40~50%를 꾸준히 유지해 온 자타 공인 1등 회사다. 하지만 KB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와 저축은행 등 새로운 투자회사들이 연이어 NPL 시장에 뛰어들면서 유암코의 독점적인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간 경쟁이 치열해져 NPL에 대한 낙찰가율이 올라가 이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낙찰가율이란 NPL 원금 대비 투자회사가 낸 인수가격 비율로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비싼 값을 내고 NPL을 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F&I은 매각 당시 시장 분위기가 좋았던 점을 고려해 경영권 포함 주가순자산비율(PBR) 1.2배가 적용돼 3000억원 중후반대에 매각됐는데 올해 3월말 기준 유암코의 순자산 가액이 7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은 4100억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즉 매각가격이 4100억원 이상일 땐 고평가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제2의 유암코 등장에 수익 다변화도 어려워

 

유암코를 인수하더라도 매수자 입장에서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는 점도 문제다. NPL시장이 워낙 특수성을 가진데다 시장참가자간 치열한 경쟁으로 향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만큼 유암코를 인수한 뒤 몸값을 높여 되팔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이 딜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마땅한 전략적인 투자자(SI)가 없다는 점”이라며 “전략적 투자자로 거론되는 시중은행들은 보유 지분을 팔기 때문에 인수에 관심이 없고 지방금융그룹들도 매력이 없다는 판단 아래 손을 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사모펀드들도 인수전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명 ‘제2의 유암코’라고 불리는 기업 구조조정전문회사가 오는 10월 출범하는 점도 악재다. 이 회사는 은행 8곳과 자산관리공사가 출자해 여신 규모 1000억원 안팎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해 조선과 건설, 해운 등 주요 한계 업종의 대기업으로도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NPL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출자해서 만드는 첫 회사인 만큼 괜찮은 NPL들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전문회사로 넘길 공산이 크다”며 “유암코 입장에서는 수익 다변화를 위해 기업 구조조정 쪽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었는데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신상건 (adoni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