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7
수익률 감소 등으로 중대형 규모 이상의 오피스빌딩 거래가 줄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보유 부동산 매각 바람이 불고 있다. 자산 매각의 전통적인 이유인 현금 마련과 함께 일부 금융사는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 차원에서 소유하고 있는 오피스빌딩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6일 금융권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동안 10여건 이상의 중대형 오피스빌딩(연면적 1만㎡) 거래가 있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중대형 오피스빌딩 매매건수가 한 자릿 수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나타날 이 시장의 분위기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이 분위기는 금융권에서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러 금융사가 소유 중인 오피스빌딩 매각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가장 큰 집중을 받고 있는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수송타워와 종로타워, 두 개 빌딩의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주요 임차인으로 있는 수송타워에 대해 삼성생명은 지난달 말 투자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다. SK D&D와 이지스자산운용 등 4∼5개 업체가 입찰 참여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중으로 종로타워의 LOI 접수도 진행할 계획이다. 삼정KPMG가 매각주간사인 종로타워의 매각가는 약 4500억원 안팎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삼성생명이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본격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송타워의 약 90%를 쓰고 있던 제일모직이 올 하반기 중 도곡동 군인공제회관으로 이전을 결정하면서 삼성생명이 수송타워의 공실률 상승을 우려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런 걱정의 해소와 함께 자산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빌딩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인 MG손해보험과 알리안츠생명도 보유 부동산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움직임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역삼동 소재 그레이스타워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메리츠화재 등이 매입을 검토한 이 자산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는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그레이스타워를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들 사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코람코자산신탁은 내년 4월 투자펀드의 만기가 돌아오는 STX남산타워의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하반기 중으로 매각주간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그레이스타워를 자산으로 편입하는 대신 하나대투증권이 사옥으로 이용하고 있는 여의도 하나대투증권빌딩을 팔 계획이다. 메이트플러스가 매각주간사를 맡고 있으며, 매각가는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하나금융은 하나대투증권빌딩 매각대금을 그레이스빌딩 매입에 쓰고 남은 현금은 자산으로 보유한다는 복안이다.
한국금융지주 소속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연면적 1만4000㎡ 규모의 종로플레이스를 팔기로 하고, 현재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회사인 아센다스와 조건을 협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유로 여러 금융사가 보유 부동산을 팔고 있지만 그 배경의 귀결점은 시장여건 불안”이라며 “앞으로 적지 않은 금융사가 크고 작은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남영기자 hi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