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
2015.08.13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저금리 시대 대안 투자처로 주가연계증권(ELS)이 여느 때보다 각광을 받고 있지만, 국내자산운용사들의 속앓이는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ELS 발행이 활발해질수록 자산운용사들의 먹거리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산운용업계의 운용자산 규모는 76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893억원으로 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같은 기간 펀드수탁고는 410조원(공모 223조원, 사모 187조원)으로 18.8% 증가했으나, 이 중 공모펀드는 주로 MMF(머니마켓펀드) 증가 등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되려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즉, 공모펀드에 주식형 대신 운용보수율이 낮은 채권형과 MMF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수탁고가 늘어났음에도 자산운용업계가 여전히 수익성 딜레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자산운용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한두해 문제가 아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영업수익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운용보수율은 공모펀드 기준 지난 2010년 6월에 0.46%였으나, 올해 6월에는 0.29%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증권사의 경우에는 업황 부진이 이젠 '옛말'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전년에 이어 올해도 실적 개선이 이어진 모습을 보였다. 올해 업계 이익 규모가 늘어난 것은 증시 거래대금이 늘어난 영향도 크지만, 자산관리(WM부문) 수익도 양호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ELS의 경우 연초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발행 잔고가 조기상환 물량과 맞물리면서 3월 이후 10조원을 계속 넘어서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ELS 발행금액은 47조345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4%나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로는 7.2% 늘은 셈이다.
증권사별로는 KDB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3개사가 ELS 전체 발행금액의 35%이상을 차지했다. 실제 KDB대우증권은 지난 1분기 순익을 크게 올린 채권운용수익이 2분기에는 줄어들었음에도 ELS 조기상환 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실적 호전 효과를 보기도 했다.
아울러, 절대수익추구 ARS(Absolute Return Swap)형 사모ELS 발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ELS에 대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ARS형 ELS는 지난해 하반기에 약 1조8931억원, 올해 상반기에 약 2조213억원 발행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ELS의 인기가 커질수록 자산운용사들의 수익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유는 증권사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펀드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더 유리한 ELS에 역량을 더 집중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ELS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직원들이 펀드를 판매하기보단 그 역량을 ELS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수수료 부분에 있어서도 통상 1년에 1번 2.5%(주식형 기준) 거둬들이는 펀드보다는 단기적으로 많이 찍어내는 ELS를 통해 얻는 수수료수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ELS가 투자상품으로서 인기가 많다보니 펀드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투자자들에게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각인되면서 많이 팔리고 있고 이 때문에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더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사실 ELS에 들어간 자금 중 일부인 2~3조원은 펀드에 유입됐어야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 들어 펀드 신상품 출시 역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 역시 ELS 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신규 설정된 펀드는 3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456건보다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사실 펀드 신상품은 판매사가 은행 계열사 등 일부 몇 개 회사를 제외하고는 잘 팔리지 않는다"며 "신상품을 내놔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힘든데, 특히 올해는 ELS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yoon@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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