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투자 필요한데 총수 부재가 걸림돌
기사입력 2015.09.03
'한국판 디즈니로 거듭나겠다.'
CJ그룹이 5년 후인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20년 전 국내에서는 황무지와 같았던 문화 분야에 발을 담근 CJ가 이제는 '문화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핵심 성장사업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채욱 CJ그룹 대표이사(부회장)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문화사업 20주년 미디어 세미나에서 "CJ의 문화사업 분야 매출을 2020년까지 1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3조6000억원)의 4배 수준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톱10 문화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문화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CJ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CJ그룹은 향후 5년간 10조원을 문화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CJ그룹은 문화사업 비전의 벤치마킹 대상 중 하나로 미국의 월트디즈니사를 꼽았다.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은 물론 음악, 출판, 테마파크, 모바일 등 콘텐츠와 관련된 종합 문화기업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디즈니의 전 세계 매출액은 50조원에 달한다.
◆ 이재현 회장 뚝심
1995년 3월 이재현 당시 제일제당 상무(현 CJ그룹 회장)는 누나인 이미경 이사(현 CJ그룹 부회장)와 함께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화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총지휘했던 제프리 캐천버그 등이 함께 만든 '드림웍스SKG'의 투자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였다. 할리우드 거물들과의 협상을 앞두고 그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이제 문화야. 문화를 산업화해야 돼. 그게 우리의 미래야."
이재현 CJ그룹 회장
결국 제일제당은 당시 3억달러를 투자하며 드림웍스의 대주주가 됐다. 3억달러는 당시 제일제당 연매출의 20%가 넘는 거액이었지만 이 상무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렇게 CJ그룹은 식품회사라는 오랜 틀을 벗어던지고 문화창조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CJ는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화사업에 뛰어든다. CJ엔터테인먼트(현 CJ E&M 영화사업부문)는 자본금 150억원으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2000년 중반 누적적자가 1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룹 내에 위기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뚝심으로 영화사업을 밀어붙였다. 결국 CJ E&M은 해운대를 비롯해 광해, 명량, 베테랑 등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를 4편이나 탄생시킨 주역이 됐다.
이후 CJ의 행보는 한국 문화산업 성장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CJ는 음악 전문 방송채널인 '엠넷(Mnet)'을 인수하는 등 케이블방송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열었다. 영화 업계 최초로 2002년 CJ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영화가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2003년 공연사업에 진출했고, 2006년 종합오락채널인 'tvN'을 개국했다. 세계 최초로 4D 개념을 도입한 영화관을 론칭했고 2011년에는 국내 유일의 종합콘텐츠 기업인 CJ E&M을 출범시켰다.
◆ 해외 매출 절반까지 확대
CJ그룹 문화사업 미래 비전의 핵심은 바로 해외 진출이다. 영화관 CJ CGV는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베트남 등 6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1637개의 스크린을 2020년까지 12개국, 1만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전체 스크린의 80%와 매출의 65%가 해외에서 나온다.
이채욱 부회장은 "연 1억3000만명인 CGV 관람객은 2020년 7억명 수준으로 5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며 "한국 영화를 전 세계인에게 전파하는 'K-무비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밝혔다.
CJ E&M은 외국인들에게 친근한 콘텐츠 개발과 글로벌 지적재산권(IP) 확보 등을 통해 세계적인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중국, 동남아 현지에서 합작 영화 제작 및 배급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방송사업은 해외 미디어 파트너와의 합작을 통해 다양한 진출을 꾀하고, 음악 및 공연사업도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또 영화 '수상한 그녀'가 중국과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되고,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중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끈 뒤 영화와 책으로 나온 것처럼 '원소스 멀티유스(OSMU)' 진출도 확대한다.
이를 통해 2020년 CJ E&M의 글로벌 매출 비중을 현재(8.5%)보다 크게 높여 43%로 키울 계획이다. 한류 확산 플랫품인 케이콘(KCON), 마마(MAMA)의 개최 지역과 규모도 확대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 지원 사업도 강화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이재현 회장의 부재 상태에서 10조원에 이르는 과감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도 제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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