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9
시멘트업계 2위 회사인 한일시멘트가 칸서스자산운용을 인수하며 자산운용업에 본격 진출했다. 한일시멘트는 최근 6년여간 칸서스운용의 창업주인 김영재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지만 최근 지분을 모두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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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말 보유지분 11.8%(44만1375주) 전량을 한일시멘트에 매각했다. 이에따라 한일시멘트의 지분은 기존의 22%에서 33.8%로 늘어나게 됐다.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녀 허서연씨와 차녀 허서희씨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지분 7.7%까지 합하면 한일시멘트 일가의 보유지분은 49.2%에 달한다.
김 회장은 금융위원회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을 거쳐 2004년 5월에 칸서스운용을 설립했다. 대표펀드인 칸서스하베스트적립식 펀드는 2007년에 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공룡펀드로 이름을 날렸고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 펀드는 2007년에 국내 최초의 월지급식 펀드로 유명세를 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칸서스하베스트적립식 펀드를 포함해 칸서스운용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모두 2675억원 수준으로 위축됐다. 대신 칸서스자산운용은 대체투자 분야에 주력하면서 부동산 펀드 규모가 8156억원, 인프라 등 특별자산 펀드가 1조6447억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1조520억원에 달한다. 총 수탁고 규모는 4조3706억원이다.
칸서스운용은 김 회장이 설립을 주도할 당시 군인공제회가 40억원을 투자해 4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참여했다. 이밖에 한일시멘트(29%), 하나증권(현 하나금융투자)(15%), 보성건설(11%), 한국상호저축은행(5%) 등 5개사가 총 100억원을 출자했다. 김 회장은 처음에 지분이 없었지만 2006년에 책임경영을 위해 지분 5%를 취득한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렸다.
한일시멘트는 2008년 칸서스운용 설립 당시 군인공제회와 맺은 옵션 계약을 통해 지분 일부를 넘겨받으면서 칸서스운용의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2009년에 김 회장이 유상증자에 나서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법적소송이 벌어지는 등 오랜기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이번에 김 회장이 보유지분을 한일시멘트에 모두 넘기면서 칸서스운용의 경영권은 한일시멘트로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칸서스운용 관계자는 "오랜기간 지분 분쟁을 거치면서 김 회장 지분을 지난 8월말에 한일시멘트에 넘기기로 계약이 돼 있었다"며 "실질적인 경영은 김 회장이 계속 맡을 예정으로 한일시멘트가 경영권을 잡았다고 해서 조직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측은 칸서스운용을 인수했으나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일시멘트가 애초에 시멘트 업황의 불황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칸서스운용의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안다"며 "저성장 국면에서 제조업체로서 한계를 느끼는 상황에서 신규사업에 대한 다양한 기회를 찾다보니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시멘트가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돈을 적극적으로 굴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산운용사와 구체적으로 시너지를 낼 만한 부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