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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트럼프 꿈꾸는 박현주 회장 자산운용 성장모델에서 부동산 및 호텔리조트 투자중심 변화모색…대우증권 인수는 1.2조원 증자 명분

Bonjour Kwon 2015. 10. 14. 07:55

 

2015.10.14

 

미래에셋그룹이 지배구조 정리를 일단락하고 1조2000억원의 대규모 증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에선 미래에셋증권 (27,750원 200 -0.7%)의 대규모 증자가 KDB대우증권 인수용이라고 보고 있지만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보다 전략 전환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분별한 대형화보다는 자본력 증강을 통해 주식·채권 운용의 기존 자산운용업 사업모델에서 국내외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투자은행업으로 사업의 중심축을 전환하려는 모습이라는 관측이다.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는 13일 "그룹이 지향하는 주요 투자의 방향이 금융위기를 전후로 변화를 맞으면서 최근 사업의 중심이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및 개발, 관리에 이르는 대체투자 전문화에 집중되고 있다"며 "박현주 회장이 직접 선진국 주요 중심부의 트로피 에셋(상징적인 부동산 자산) 인수를 검토하면서 확실히 새 성장동력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업을 영위하는 미래에셋의 전략은 2007년 인사이트 펀드 출시를 전후로 크게 바뀌었다. 출시 1개월 만에 시장에서 4조원을 끌어모았지만 이후 터진 금융위기로 손실이 크게 나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 미래에셋은 이후 인사이트 펀드의 원금을 다시 회복하는데 7년이 걸렸고 주식·채권 운용의 사업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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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은 인사이트 펀드를 기획하던 2006년에 중국에서 매입한 상하이 미래에셋타워(31층)가 상당한 시세차익을 올리면서 부동산을 중심으로 대체투자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당시 2600억원에 펀드와 자기자금을 더해 매입한 이 부동산은 현재 4배가 넘는 1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0년에 브라질 상파울로 파리아리마 빌딩을 사들이고 2년 후 호샤베라 타워도 매입했다. 2013년부터는 오피스 외에 호텔로 관심을 옮겼다. 호주 시드니에서 최고급 포시즌 호텔을 인수했고 미국 하와이에선 빅아일랜드 페어몬트 오키드 호텔을 매입했다.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을 사들였고 국내에선 서울 광화문에 초호화 포시즌 호텔을 개장했다.

 

미래에셋 다른 관계자는 "(박 회장은) 자산이나 사업의 증식보다 즐겁고 유쾌한 사업분야에 자신이 열중할 수 있고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하면서도 이익을 올리는 사업 모델을 꿈꾸고 있다"며 "최근 자택을 서래마을로 옮기고 장녀에게 호텔 투자 및 개발과 관련한 경영수업을 맡긴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의 변화는 최근 지배구조 정리를 기점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5년이나 미뤄졌던 미래에셋생명보험의 상장이 올 상반기에 실현되면서 지배구조가 박회장에서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으로 완성됐다. 박 회장은 지배구조를 정리하면서 가족과 함께 지분을 92%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의 부동산, 호텔관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인 자산운용이나 증권이 관련된 투자의 자금을 모아오면 이를 전략적으로 관리해 부를 키우는 모델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이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미래에셋캐피탈(14.1%)과 미래에셋자산운용(32.9%)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자산운용업으로 사업을 키워온 박 회장의 차기 구상이 도널드 트럼프가 만든 성공의 모델을 따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CEO(최고경영자)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부동산 투자자로 평가받는다. 개인 자산이 45억 달러(5조 3400억원, 포브스)로 전 세계에 상업용 부동산과 호텔, 최고급 리조트 자산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미래에셋증권의 대규모 증자는 대우증권 인수라는 특정 이슈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부동산 투자업을 확대하기 위한 방편으로 주효해 보인다. 자본금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고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박회장이 구상한 계획의 우선순위라는 의미다.

 

미래에셋증권의 향후 사업모델은 최근 사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구성할 사모펀드인 '미래에셋맵스글로벌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에 1000억원 출자를 결정했다. 독일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기자본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앞으로 이런 분야의 협업을 늘릴 전망이다.

 

대우증권 인수는 미래에셋에 차기 사업 확대를 위한 명분과 실리의 구실로 평가된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 소액주주로 구성된 미래에셋증권 주주들의 추가 증자를 얻어내려면 전략적 변화 외에 확실한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 "(인수 가격을) 시장 예상보다 더 지불하지는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대우증권의 PER(주가수익비율)과 ROA(총자산수익률) 등 객관적 지표를 분석해 합리적인 가격을 산출해 제시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