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횅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네… '서민 금고'의 배신.저축은행 30곳 중 11곳, 年 30%대 고금리 비중 30% 넘어

Bonjour Kwon 2015. 10. 16. 06:47

 

2015.10.16 03:09

 

지하 사금융 양성화 위해 1972년 상호신용금고로 출발

부동산 사업 등에 눈돌리다 글로벌 금융위기때 직격탄

업계 개편후에도 제역할 못해, 저신용자 상대 고금리 장사… 고리대금업과 비슷한 행태

 

저축은행 30곳 중 11곳은 연 30% 이상의 고금리 비중이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9월 현재). 삼호저축은행의 경우 연 30% 이상의 고금리 대출 비중이 무려 86.5%에 달한다. 그 뒤를 잇는 키움저축은행(81.6%), 모아저축은행(73.3%), 스타저축은행(61.4%) 등도 매우 높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 업계 1·2위인 SBI와 HK저축은행도 고금리 비중이 각각 48.1%, 41.5%다. 고금리 대출 비중만 보면 저축은행이라기보다 '대부업체'에 가까워 보인다. 지역 밀착형 서민 금융기관으로 은행과 대부업체 사이에 자리 잡으면서, 은행에서 돈 빌리기 힘든 서민들에게 대부업체보다는 낮은 금리로 급전을 빌려줘야 할 저축은행들이 어쩌다 제2의 대부업체처럼 변질됐을까.

 

◇저축은행의 흑역사(黑歷史)

 

저축은행 전신인 '상호신용금고'는 1972년 정부가 지하 사금융을 양성화하기 위해 만든 금융기관이었다. 당시 전국에 있는 350여개 사금융 업체가 상호신용금고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같은 해 제정된 상호신용금고법은 저축은행의 역할을 "서민과 영세 상공인의 금융 편의 도모와 저축 증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후 30여년간 별 탈 없이 지역 밀착 영업을 해오던 저축은행은 2001년 예금자 보호한도가 1인당 5000만원으로 올라가고, 2002년 3월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꾸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고금리 저축은행 예금, 후순위채 등이 인기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돈이 밀려들었다. 몸집이 커진 저축은행들은 본업인 서민 대출을 등한시하며 건설사의 대규모 부동산 사업(PF)으로 눈을 돌렸다. 무리한 영업은 결국 철퇴를 맞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건설사들이 하나 둘 쓰러지자 저축은행들도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1~2012년 수십 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며 20만명 가까운 예금자가 피해를 봤다.

 

◇대부업체 같은 저축은행… 새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야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정부는 시중은행 등에 부실 저축은행들을 떠안기며 업계를 재편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대부업체와 고리대금업 땅따먹기 게임을 하고 있다. 세종대 김대종 교수는 "대부업체까지는 갈 필요 없는 사람들의 손을 저축은행이 잡아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저축은행중앙회 등이 집계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신용등급별 고객 분포도를 보면 두 업권은 겹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8~10등급 비중은 저축은행(올해 3월 기준)과 대부업체(작년 4월~올해 4월)가 각각 39.8%, 37.4%로 2.4%포인트밖에 차이가 안 난다. 6~7등급(저축은행 51.5%, 대부업체 56.7%)과 1~5등급(8.7%, 5.8%) 비중도 비슷하다. 평균 신용등급도 별 차이가 없는데, 대부업체(7.22등급)가 저축은행(7.25등급)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이 애초 취지대로 지역 밀착형 서민 금융기관으로 거듭나려면 2금융권과 대부업체 간 고객 신용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출자에 대한 정보가 제한돼 있으면 정확한 심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실제 신용도에 비해 훨씬 높은 금리가 매겨진다는 것이다. 서강대 이군희 교수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어도 잘 갚았다는 것이 확인되면 여신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저축은행 사태 이후 대출 한도, 재정 건전성 기준 등에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의 수익률을 떨어뜨린 것도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캐피털사 등과 뒤엉켜 저신용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