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때 노 젓는다`…건설사 M&A 매물 한꺼번에 몰린다
기사입력 2015.11.17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건설사 인수·합병(M&A)시장이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주택시장이 호조를 보였던 올해와 달리 내년 불투명한 시장 전망으로 건설사들 사이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기회를 노린 매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매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적체현상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극동·동부·STX 이어 동아·삼안·울트라 등 새 매물 등장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건설사 M&A시장에서는 극동과 동부, STX건설이 새 주인 찾기를 진행하고 있다. 극동건설은 이르면 이번주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STX건설은 오는 25일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파인트리자산운용과 마무리 작업을 위해 최종 의견을 조율 중이다. 올초 동양건설산업과 쌍용건설, LIG건설 등이 매각에 성공했던 것과 달리 이들의 매각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극동건설은 올들어 벌써 두 차례나 매각이 유찰됐고 동부건설은 지난달 진행된 본입찰에서 1곳만 입찰에 참여해 가까스로 유찰을 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 삼안, 울트라건설이 새롭게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동아건설은 1945년 충남토건사를 모태로 한 회사로 국내기업 최초로 일본 공공 공사 시장에 진출했다. 삼안은 한 때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 1위를 차지했던 업체로 매각 가격은 200억~300억원 정도다. 울트라건설도 지난 1965년 설립해 50여 년간 건설업을 영위한 회사로 ‘참누리’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림과 성우종합건설도 연내 M&A를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건설사 M&A 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침체와 대외 불확실성 증가 등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면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매물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전망 불투명…“공급과잉 우려로 새주인 못 찾을 수도”
실제로 내년 건설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 수주액은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공공과 민간 수주액이 올해보다 각각 2조 5000억원, 12조 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분양시장 역시 올해 밀어내기 분양으로 인한 과잉 공급 우려에 올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50만 2456가구로 지난해 33만 1406가구와 비교해 51.6%(17만 1050가구)나 늘었다.
해외건설 시장 사정도 녹록지 않다. 저유가 영향으로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일본 건설사 등이 수주 경쟁에 뛰어들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2012년 매출 11조원을 달성하며 국내외 플랜트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이후 줄곧 내리막을 보이다 올해 3분기 해외 플랜트의 부실로 무려 1조 5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 건설사 매물이 많이 몰리고 있는 만큼 시장 내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며 “대형 1~2개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건설사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우방건설을 보유한 SM그룹이 건설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특히 향후 매물로 나올 건설사들을 사 모아 대형 건설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12일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매일경제신문 레이더M과 전화 통화하면서 "STX건설을 포함해 앞으로 매물로 나오는 5~6개 건설사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들을 하나로 합쳐 대형 건설사로 키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동부건설 인수전에서 중도 하차했던 SM그룹은 STX건설 등 건설사 추가 인수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SM그룹은 그동안 법정관리 매물로 나왔던 건설사 인수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드러내면서 대형 건설사 도약을 꿈꿔 왔다. 우 회장은 동부건설 인수에 실패하면서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최근 법정관리 매물로 나온 건설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던 동부건설 인수에 성공했다면 단숨에 상위권 건설사로 올라설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SM그룹은 향후 시장에 나올 법정관리 건설사들을 인수해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STX건설을 포함해 극동건설 우림건설 울트라건설 등이 줄줄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예정이어서 건설사 매물은 풍부한 상황이다.
SM그룹은 STX건설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LOI(인수의향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다. 법정관리 중인 STX건설 매각가는 200억원 수준으로 재무적 부담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STX건설은 STX그룹이 위기를 겪으면서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주택 브랜드 `STX칸`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시공능력 순위 30위권까지 진입한 바 있다.
SM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을 인수하는 M&A 전략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우방도 법정관리 상태에서 인수해 정상화시킨 계열사로, 현재는 그룹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 ADM21을 비롯해 채권추심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도 선정되면서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동양생명과학을 통해 법정관리 중인 오스틴제약 인수에도 도전하며 제약·바이오업 진출 의지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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