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500조 굴리는 큰손의 자격은? "대체투자·글로벌 감각"

Bonjour Kwon 2015. 11. 13. 18:52

2015.11.13

 

'자본시장 대통령' '500조원을 굴리는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 공모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오는 16일 지원자 서류 접수가 마무리되면 후보 면접 심사를 거친 후 다음달 중순께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아직 일정이 다소 남았지만 시장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 CIO의 직책이 주는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과 독립 공사화 등 현안을 앞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매일경제신문은 차기 국민연금 CIO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인지 전직 국민연금 이사장들과 연기금 관계자들 및 자산운용 업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최근 비중이 부쩍 늘어난 부동산 에너지 PEF 등 대체투자와 글로벌 자산 배분에 대한 감각을 두루 갖춘 전문가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저금리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주식 채권 등 한 분야에 특화한 인물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 '올라운드 플레이어' 찾아라

 

"해외 연기금·국부펀드들이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등 글로벌 대체투자를 확대해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에도 이런 분야에 대한 경험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설문에 응한 답변자들이 공통으로 내놓은 의견이다. 5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를 갖고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것. 기금운용본부장은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를 총괄하며 부문별 투자 비중을 결정한다. 이때 주식이나 채권 등 특정 자산에만 능통한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내외 투자 다변화를 리드해갈 수 있는 폭넓은 식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춘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내파보다는 소위 글로벌 투자은행(IB) 경험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대체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니 이에 대한 투자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대체투자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라며 "대체투자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 비중을 늘릴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투자 확대는 필연적인 과제다. 국내 시장에서는 더 이상 국민연금이 투자할 만한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CIO는 "국민연금이 이머징마켓 투자 비중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니 해외 선진시장 투자 비중을 좀 더 과감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호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은 "아직까지도 선진국 기금과 비교해보면 전통적인 자산 투자 비중에서도 해외 투자, 특히 선진시장에 대한 비중이 낮다"며 "이 부문을 높여야 하는 만큼 관련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금공단 이사장과 소통 절실

 

특히 최근 불화설을 겪으면서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 간 화합과 균형은 이제 운용본부장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 덕목'이 됐다. 답변자들도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적 인물'은 안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국민연금 조직을 직접 경험해본 이들은 현 체제를 유지할 경우 향후에도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 간 역할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상호 간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광우 전 이사장은 재임기에 "이사장은 거시적·글로벌 분야를 주로 신경 썼고, 국내 파트·미시 부문은 본부장이 주 역할을 하면서 보완적으로 운영했다"며 "현 체제에서는 서로 성격을 잘 맞춰 협력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박해춘 전 이사장도 '운용의 묘'를 잘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이사장은 "기금본부가 독립돼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사장·이사 간 관계는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설문에 응해주신 분(가나다순)